로또 청약 기대감에 과천 전셋값 ‘들썩들썩’
  • 노경은 시사저널e 기자 (rke@sisajournal-e.com)
  • 승인 2019.11.28 13: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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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장 안정화 속 과천만 ‘이상 기류’…녹물 나오는 노후 주택까지 매물 잠김 현상

과천 전세시장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불과 두 달 사이 1억원 이상 보증금이 올랐음에도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별양동에 위치한 래미안슈르 전용 84.96㎡의 전세는 6억87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는데, 넉 달 뒤인 9월에는 7억7000만원, 10월에는 8억8000만원에 성사됐다. 연초부터 전세보증금 상승폭이 서서히 커지다가 최근 한 달 사이 1억원이나 껑충 뛴 것이다.

그럼에도 아파트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다가구주택에까지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생겨났을 정도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 대기 고객만 족히 10명은 된다. 시세는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는 부르는 게 값”이라며 “녹물 나오는 노후한 다가구 전세까지 매물 잠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로또 청약’ 당첨 기대감에 부푼 예비 청약자들이 과천 전세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과천시 중앙동에 위치한 삼성 레미안 에코팰리스 ⓒ 시사저널 임준선
이른바 ‘로또 청약’ 당첨 기대감에 부푼 예비 청약자들이 과천 전세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과천시 중앙동에 위치한 삼성 레미안 에코팰리스 ⓒ 시사저널 임준선

“현재 과천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

과천은 현재 재건축을 진행 중인 단지가 많다. 과천주공1단지(과천써밋, 1571가구)와 2단지(위버필드, 2128가구), 6단지(과천자이, 2099가구)는 이미 공사가 시작됐다. 재건축 입주를 기다리는 구축단지 거주자들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올 한 해 과천 전세시장의 오름세는 진작부터 예상됐다. 지역 주택 공급이 지나치게 부족한 점도 전셋값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과천의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은 한 가구도 없었다. 지난해 역시 500여 가구에 그쳤다.

그러나 상승세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 수준을 보였다. 지식정보타운과 3기 신도시 공급 물량 등 공공주택지구의 로또 청약 당첨 기대감에 부푼 예비 청약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유입된 게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과천시에서는 갈현·문원동 일원 약 22만㎡ 부지가 지식정보타운으로, 과천·주암·막계동 일원 155만㎡가 3기 신도시 공공택지지구로 개발된다. 총 1만5000여 가구 이상의 새집이 들어서며 향후 1~2년 동안 청약일정을 밟을 예정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공공택지 내 공공주택을 청약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예비 청약 수요가 당해 지역 1순위로 청약하기 위해 1년 이상 과천 거주 요건을 채우려 전세로 거주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른바 청약 당첨을 위한 예비 청약자들의 ‘스펙 쌓기’인 셈이다.

특히 과천은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가 적어 과천 거주 요건만 갖추면 당첨 확률이 높다. 2018년 이후 과천에서 분양한 5개 단지에서 1순위 당해 지역 청약은 전부 미달됐다. 지난해 1월 분양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은 9개 타입 중 2개 타입에서 1순위 해당 지역 마감이 미달됐다. 지난 5월 분양한 ‘과천 자이’ 역시 17개 타입 중 8개 타입에서 1순위 해당 지역 마감에 실패했다. 다시 말해 1순위 자격 요건만 갖춰도 비인기 타입 당첨은 따논 당상인 셈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현재 보유 중인 주택이 팔리면 과천에 임대차 형태로 살면서 청약에 도전할 것”이라면서 “만일 지식정보타운 청약에서 탈락하더라도 과천은 당해 거주 요건만 갖추면 당첨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후에도 3기 신도시 청약이나 과천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 청약에 계속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세입자 불안감 덩달아 고조

시장 관계자들은 청약을 노린 전세 거주 수요는 내년까지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천은 내년 지식정보타운에 이어 오는 2021년 3기 신도시 공공택지 청약이 예고돼 있어 전세시장 과열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과천은 서울 강남권으로의 접근성이 우수한 만큼 ‘준강남’으로 불리며 과거부터 높은 분양가 및 주택시세를 형성해 왔다. 그런데 분양을 앞둔 지식정보타운 내 분양사업장은 공공택지이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 대비 60% 안팎의 저렴한 분양가에 공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요층이 두터워지기 시작했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만큼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지식정보타운 내에서 공급 예정인 전용 84~120㎡ 푸르지오벨라르테 679가구는 3.3㎡당 분양가가 2200만원 안팎일 것으로 전해진다. 또 GS건설이 S9블록에서 내놓는 제이드자이 역시 지난 5월 3.3㎡당 2300만원 안팎의 분양가가 예정됐다. 올 상반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택지의 분양가가 비싸다고 언급한 만큼 분양가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과천 내에서 올여름 분양한 과천1단지(과천써밋) 3.3㎡당 평균 분양가가 3998만원으로 책정된 것에 견주어보면 매우 낮은 가격이다. 실거주 요건도 좋아진다. 오는 2020년 지하철 4호선 지식정보타운역(가칭)이 택지 내에 신설될 예정이어서 사당, 서울역, 명동역 등 서울 도심 중심상업지구로의 접근성이 더욱 우수해질 전망이다.

로또청약 기대감에 유입되는 새로운 전세 수요로 기존에 전세를 살고 있던 이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전세 세입자 유입으로 기존 전셋집 재계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군포, 안양, 의왕 등 타 지역으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글을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통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세보다 저렴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차익이 클 것이란 기대감에 아파트를 사지 않고 전세로 거주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과천은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적고, 공공택지 내 분양을 노리는 수요 증가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며 “과천 지역 전셋값 상승은 실수요자들과 과천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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