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다운, 당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요”
  •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2 17: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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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곧은 소리] 검찰 수사에 묵비권 행사하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안타까움

조국 전 법무장관이 11월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비공개 소환됐다. 검찰의 수사 개시 후 79일, 그가 장관직에서 사퇴한 지 한 달 만이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만인 11월21일 2차 소환됐다. 이제 검찰과 법원의 진상규명 시간이다.

조 전 장관이 그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범죄 혐의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어떤 정도로든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합리적 의심’이라는 말이다. 물론 의심과 의혹만으로 범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 검찰은 법률과 원칙 그리고 증거에 따라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가능한 한 빨리 수사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정 교수 공소장에 조 전 장관이 공범으로 명시되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조국이라는 이름은 공소장에 수차례 등장한다. 조 전 장관이 부인 정 교수의 범죄 혐의 중 상당부분에 연루되었을 수 있다고 보는 근거다. 검찰이 마련한 조 전 장관에 대한 질문지가 100쪽을 넘었다고 한다. 

핵심 쟁점은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차 전지업체 WFM 주식을 샀을 때 조 전 장관이 어느 정도로 어떻게 관여했느냐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수천만원을 부인에게 송금했다고 한다.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분명하게 가려져야 할 부분이다.

조 전 장관이 “저는 물론 제 처도 사모펀드가 뭔지도 몰랐다”고 했지만 그의 부인은 차명계좌까지 만들어 790차례 증권·선물 거래를 했다. “딸의 병리학 논문 1저자 선정에 가족 누구도 일절 관여한 바 없다”고 했지만 부인 정 교수가 부탁한 거였다. “공주대 인턴은 딸이 이메일로 신청한 것”이라고도 했지만 이 역시 부인이 자신의 동창 교수를 찾아 부탁했다는 게 검찰 수사 내용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월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월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적극 협조”와 “모든 노력”은 결국 ‘묵비권’

조 전 장관의 검찰 소환이 주는 첫 번째 안타까움은 며칠 전까지 법무장관이었던 사람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누구든 죄가 있다면 검경의 조사와 소환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알지 못한다, 모르는 일이다”라고 당당하게 맞서던 사람이 대학 수능시험일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지하주차장을 통해 조사실로 들어섰다는 건 안타까운 장면이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는 장관 재임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부인 정 교수가 구속되었을 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적극 협조”와 “모든 노력”은 묵비권이었다. 언론 앞에서 자신과 가족을 옹호하고 각종 의혹 제기에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했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이다. 두 번째 안타까운 장면이다.

그는 국정농단 수사 때 관련 핵심 피의자들이 진술거부권을 악용한다고 맹비난했다고 한다. “피의자 박근혜, 첩첩이 쌓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모른다’와 ‘아니다’로 일관했다. 구속영장 청구할 수밖에 없다. 검찰, 정무적 판단하지 마라”는 게 조 전 장관의 주장이었단다.

조 전 장관이 묵비권을 행사한 이유는 간단하다. “혐의 전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서 분명히 부인하는 입장임을 여러 차례 밝혔다”는 거다. 그가 검찰 조사 후 “참담하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보기에 검찰이 이미 기소라는 결론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그의 검찰 진술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조 전 장관 변호인단이 “검찰의 추가 출석 요구엔 응하지만 계속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니 앞으로도 상황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자신의 논문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피의자는 검찰 신문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까지도 했다니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조 전 장관에게 “진술거부권은 피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무기”다. 그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 쓴 논문의 주장이다. “진술거부권으로 발생하는 수사방해는 헌법상 예정된 방해로 수사기관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방해에 불과하다”는 본인의 주장을 이번에 스스로 실천한 셈이다.

조 전 장관의 진술거부권 행사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행사라는 게 관련 분야의 평가다.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와 변호인의 변론 전략 중 하나”로 조 전 장관으로선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이다. 형사소송법 전문가로서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한 거다. “말을 해서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이 말을 안 해서 얻는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 묵비권 행사다.

 

분열의 당사자로서 책임도 간단치 않아

문제는 직전 법무장관이었던 그가 진술거부권을 자신의 당연한 법적 권리로서 한껏 활용하는 것이 지금 이 사안에 대해 큰 혼란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볼 때 과연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진보 성향의 언론들조차 의아하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법에 정해진 당연한 피의자 권리이긴 하나 최근까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수사 절차에 응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은 아쉽다”거나 “피의자로서 당연한 권리일지 모르나 의혹의 당사자이자 법무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박수 받을 일은 아니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법무장관 명예에 더 이상 먹칠하지 말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기 바란다”는 논평이나 “조 전 장관의 묵비권 행사는 본인 재판을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이지만 전 민정수석, 전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이 보기에는 안 좋은 선택이다”라는 비판도 뼈아픈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19일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해 “그분을 장관으로 지명한 그 취지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에게 갈등을 주고 분열하게 만든 점에 대해 정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최근 100일 동안 우리 사회를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게 한 장본인이다. 인사권자로서 대통령의 국민 분열 책임이 더 크겠지만 분열의 당사자로서 그의 책임도 간단치 않은 이유다. 

조 전 장관 자신이 분열과 혼란의 종착역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법적 권리를 최대한 활용만 할 게 아니라 진실 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모든 노력’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을 둘러싼 ‘위선’과 ‘말과 행동의 부조화’ 논란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 신디 로퍼의 곡 《진짜 모습》의 일부다. “두려워 말고 세상에 보여줘요. (많은 사람이 당신을 좋아했던 이유인) 당신의 진짜 모습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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