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악재에 발목 잡힌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7 14: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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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제자리인데 오너 일가 고배당 ‘펑펑’…오너 2세 알짜 계열사 지분 취득 배경도 의문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의 별명은 ‘특허 독종’이다. 이 사장은 1992년 서울반도체를 인수했다. 당시 매출은 10억원대. 그는 LED(발광 다이오드) 기술 개발에 과감히 투자했다. 경쟁업체들이 몸집을 불리기 위해 한눈을 팔 때도 그는 LED 외길만을 걸었다. 덕분에 서울반도체는 현재 전 세계 LED 시장 4위로 굳건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결 매출은 1조1942억원, 영업이익은 949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계열이 아닌 국내 LED 기업 중에서 ‘1조 클럽’에 가입한 곳은 서울반도체가 유일하다. 한때 서울반도체의 시가총액은 3조원에 육박했다. 셀트리온을 제치고 ‘코스닥 대장주’ 역할까지 했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서울반도체 사옥 ⓒ 시사저널 박정훈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서울반도체 사옥 ⓒ 시사저널 박정훈

'코스닥 대장주'에서 41위로 지위 추락

이정훈 사장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IT(정보기술) 시장의 침체로 인해 회사 매출이 정체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서울반도체는 2013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대를 돌파했다. 2002년 코스닥 상장 당시 1000억원대였던 매출이 10년여 만에 10배 가까이 뛴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매출이 9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대의 박스권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다.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다. 3분기까지 서울반도체는 7229억원의 연결 매출과 3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6.9%, 영업이익은 45%나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영업이익이 500억원도 넘지 못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IT 제품 수요가 크게 줄었다. 서울반도체의 수익성 부진이 당분간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목표 주가 역시 기존보다 16% 내린 1만6000원을 제시했다.

실제로 서울반도체 주가는 최근 몇 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7년 12월 장중 3만3550원이던 주가는 11월21일 1만3050원으로 2년 만에 61%나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7609억원으로 코스닥 전체 1위에서 41위까지 밀렸다. 같은 기간 18%를 웃돌던 외국인 지분은 12%대로 하락했다. 실적을 회복해 ‘명가 부활’을 알리는 것이 이 사장에게는 시급한 숙제가 됐다.

하지만 이 사장은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반도체가 매년 고배당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반도체의 배당금 총액은 163억원. 전년(105억원) 대비 55.1%나 증가했다. 2년 전(46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배당액이 248%나 늘었다. 이정훈 사장과 장남 민호씨, 장녀 민규씨는 현재 16.72%와 8.71%, 8.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이 사장 일가가 55억원의 배당금을 타간 셈이다. 최근 3년간 배당액은 100억원을 상회하고 있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재계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2세 편법 승계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반도체가 코스닥에 상장할 때인 2002년 설립된 서울옵토디바이스(현 서울바이오시스)가 진원지다. 이 회사는 반도체칩 제조업체로 지난해 3682억원의 매출 중 91.4%인 3365억원의 매출을 서울반도체 등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현재 이정훈 사장의 자녀인 민호·민규씨가 이 회사의 지분 24.66%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2세 밀어주기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오너 2세들이 서울바이오시스의 지분을 취득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 회사 설립 초기인 2004년 서울바이오시스의 최대주주는 서울반도체(49.09%)였지만, 이정훈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도 34.42%에 달했다. 이 사장과 2세들이 회사 설립 때부터 지분을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민호씨와 민규씨 나이가 각각 24살과 18살 때였다.

문제는 이 회사가 설립 초기부터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했다는 점이다. 설립 초기인 2004년 매출 중 서울반도체 비중이 97%를 차지했다. 2009년을 전후로 서울반도체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매출이 매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8년 2801억원이던 매출은 2010년 8390억원으로 2년 만에 3배나 증가했다.

서울반도체에 핵심 소자를 공급하던 서울바이오시스의 매출 역시 가파르게 뛰었다. 2002년 1600만원이던 매출은 2010년 2399억원으로 8년 만에 149만%나 증가했다. 재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성장세였다. 이 기간 서울반도체는 서울바이오시스가 자생할 수 있도록 2202억원과 4463만 달러의 지급보증도 섰다. 2014년부터는 서울반도체와 함께 계열사인 광명반도체유한공사와 Seoul Semiconductor VINA Co., Ltd까지 일감 몰아주기 행렬에 동참했다. 이 회사의 대주주인 민호·민규씨가 회사가 성장한 만큼 시세차익을 거두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에 따른 논란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코스닥 대장주’였던 서울반도체의 이정훈 사장이 최근 실적 악화와 편법 승계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 뉴스뱅크
한때 ‘코스닥 대장주’였던 서울반도체의 이정훈 사장이 최근 실적 악화와 편법 승계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 뉴스뱅크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 리더십도 '흔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2007년 2대 주주인 이정훈 사장이 오너 2세들에게 지분을 모두 팔고 빠져나가면서 자연스럽게 2세들이 대주주가 됐다.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 2세를 밀어주는 수순을 밟았다”며 “당시 미성년자가 끼어 있는 오너 2세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회사 지분을 취득했는지, 자금 출처는 어디인지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서울반도체는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세 승계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2세 밀어주기 논란이나 편법 승계 의혹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저가 LED를 많이 사용했다. 특허가 있는 고가 칩을 판매하기 위해 서울바이오시스를 설립한 것이지 2세 밀어주기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다”면서 “다만 2세들이 어떻게 지분을 취득했는지, 자금 출처는 어디인지 등은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닌 만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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