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에서의 무면허 운전, 죄가 될까
  • 남기엽 변호사 (kyn.attorney@gmail.com)
  • 승인 2019.11.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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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변호사의 뜻밖의 유죄, 상식 밖의 무죄]
19회 - 아파트 단지 내 무면허 운전, 죄가 되지 않는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오래 전 모 연예인의 음주운전에 대한 변명은 세상을 뒤집었다. 국민들은 조롱했고 패러디가 쏟아졌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현장 ⓒ 연합뉴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현장 ⓒ 연합뉴스

그런데 사실 말 자체는 정합적이다. 술을 마시고 운전해도, 형사처벌 되는 음주운전(혈중알코올 농도 0.03% 이하)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용서받지 못했다. 음주운전 기준을 넉넉히 초과하여 술을 마셨던 것이 드러났고, 애초 뺑소니 혐의로 입건되었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위 말은 자기부정의 전형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최근에는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마약이 어떻게 몸속에 들어갔는지 확인 중”이라는 말의 등장으로 그 독보적 위치를 위협받고 있다.)

음주운전은 같은 범죄에 호소력을 덧입힌다.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 아니라는 변명을 하며 또 죽이고 다치게 하는 서스펜스를 국민정서는 더는 용납하지 않는다. 1990년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은 몇 개월 ‘휴가’로 면죄부를 받고 지금도 활약 중이지만 요즘은 조금은 더 ‘쉬어야’ 한다.

실무상 음주운전이 무면허 운전과 패키지로 엮이는 일을 많이 본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었음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이들은 계속 운전대를 잡는다. 그러다 또 술을 먹고 운전해서 걸려 무면허도 추가된다. 법원의 처벌 역시 강화되는 추세다.

그렇다면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은 어디에서든 처벌 받을까. 도로가 아닌 집 앞 마당이라면? 아파트 주차장이라면? 아무도 없는 넓은 공터인 개인 사유지라면?

음주운전은 처벌된다. 그러나 무면허운전은 아파트 주차장, 개인사유지인 넓은 공터에서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는 법관이 아닌 법이 정한 것이다. 아래 조문을 보자.

법은 세밀하게 범죄를 규정한다. 도로교통법 제43조(무면허운전), 제44조(음주운전)는 각각 면허가 없는 상태 또는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리고 도로교통법 제2조는 ‘운전’이란 도로에서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이라고 규정하는데 다만, 술에 취한채로 운전하면 도로 외의 곳도 도로로 보겠다는 명시적 예외를 두었다. 아파트 내 주차장, 개인사유지는 ‘도로’가 아니지만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어디든 ‘도로’로 보겠다는 것이다.

아파트 주차장은 외부인이 주차할 수 없도록 차단기를 설치하고 경비원이 출입을 통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여기에서 면허 없이 운전을 해도 무면허운전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도로’에서 운전하지 않았는데도 무면허운전으로 처벌하는 것은 유추/확장해석에 해당한다.

그러니 무면허운전 사고 변론을 위해서는 차단기의 존부, 경비원의 출입통제, 해당 공간이 사인에 의하여 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 ‘도로’에 포섭되지 않음을 주장하는 것이 현명하다.

별개로, 무면허/음주운전을 처벌하지 않는 문명국가는 없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많았다. 엘살바도르는 총살, 불가리아에선 교수형에 처해지지만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선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모두 낭설이다.

삶의 통증 대부분은 자기만 힘든 줄 알아서 자기가 키운다. 그 과정에서 술을 먹거나 면허가 없는 채로 운전대를 많이 잡고는 한다. 잡지 말자. 최근 음주,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과실로 취급받는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미국처럼 입법론적으로도 ‘과실’이 ‘고의로 변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무면허 운전, 죄가 되지 않는다.

 

남기엽 변호사대법원 국선변호인남부지방법원 국선변호인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
남기엽 변호사
대법원 국선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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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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