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읽으라, 사이비 위정자들아!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19.11.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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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과 아집의 역사》ㅣ바바라 터크먼 지음ㅣ조민, 조석현 옮김ㅣ자작나무 펴냄ㅣ486쪽ㅣ1만 8000원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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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들었던 ‘개그’가 있다. 인류와 원숭이들이 분간이 안됐던 원시 식인시대에 원숭이들이 사람 한 명을 사냥해왔다. 사냥감을 가마솥에 넣고 끓이기 직전 원숭이 족장이 잡혀온 사람에게 직업을 물었다. 그가 정치인이라고 대답하자 족장이 당장 쫓아 버리라며 화를 냈다. 인간 정치인은 너무 지저분해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한다.

재주복주(載舟覆舟), 물은 배를 띄우지만 역으로 배를 뒤집기도 한다. 물은 민심이요, 배는 정치권력이다. 무려 2250여 년 전 ‘케케묵은’ 순자(荀子)가 남겼던 이 말이 아직도 통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다른 모든 과학은 진보하고 있는데도 정치만은 옛날 그대로다. 지금도 3000~4000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존 애덤스 제 2대 미국 대통령의 탄식 때문이다. 

《독선과 아집의 역사》는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던 저자가 권력에 눈먼 정치인들이 한 나라를 어떻게 망치는가를 인류 역사를 헤집어 조명한 책으로, ‘3천 년 동안 이어진 바보들의 행진’에 대한 기록이다. 1519년 에르난 코르테스가 지휘하는 스페인 정복자(라고 쓰고 살육자라고 읽는다)들이 겨우 600명의 병사와 말 17마리, 대포 10문으로 인구 500만 명의 멕시코 아스텍 왕국을 정복했던 데는 목테수마 왕의 우둔한 아집이 결정적이었다. 10년 후 피사로가 화승총 몇 자루와 168명의 부대를 이끌고 잉카제국을 유린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로마의 몰락은 예수와 하나님도 돌아섰던 르네상스 시대 타락하고 부패했던 교황들 때문이었다. 심지어 클레멘스 7세는 로마인들로부터 부관참시를 당했다. 여럿의 경고를 무시하고 목마를 성안으로 끌어들이라 명령했던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왕, 일본의 모험적인 진주만 공격과 군부, 베트남의 덫에 빠졌던 케네디 이하 미국의 대통령들이 모두 ‘국익을 무시한 오만한 통치’로 인해 국가에 타격을 입혔던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거친 파도가 노련한 사공을 키운다. 그러나 대양 몇 번 건넜다고 파도를 겁내지 않는 오만에 빠지면 결국 파도에 꺾이는 것이 역사의 순리라는 것을 위정자들은 명심하자.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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