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받는’ 광주민간공원, 특례사업 협약 추진 논란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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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군(友軍)’이었던 시민단체 제동에 스텝 꼬인 광주시
광주시 “무슨 일 있어도 내달초까지 협약 마무리”
광주환경운동연합 “섣불리 협약체결 안 돼”

“선정 의혹 해소되지 않은 협약체결 보류해야”(광주환경운동연합) vs “검찰 수사는 사업자 문제 아니어서 사업 추진 가능해”(광주시).

광주시가 속도를 내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추진이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난항이 예상된다. 지역 환경단체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중앙공원 1·2지구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광주시는 내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물리적 시간이 촉박하다며 협약체결 등 절차 진행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사업자가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협약체결을 보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아직 정당성을 채 확보하지 못한 새로운 사업자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과 ‘정당성’을 배경으로 한 양 측간 논란이 불거지면서 ‘갈 길 바쁜’ 광주시로선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광주 민간공원 2단계 특례사업 비리 의혹에 휩싸인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일대 전경 ⓒ광주시
광주 민간공원 2단계 특례사업 비리 의혹에 휩싸인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일대 전경 ⓒ광주시

‘시간 없다’ 서두르는 광주시

광주시는 ‘난개발을 막으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내년 6월 공원일몰제 시한 이전까지 민간공원 특례사업 실시계획인가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문제가 된 중앙공원 지구를 포함 9곳 10개 사업지구 우선협상대상자와 업무협약 체결을 다음 달 초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잃어버린 시간과 신뢰’를 만회하기 위한 특별 처방전도 마련했다. 시는 준비를 마친 사업자와 단계별로 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에서 여러 사업자와 일괄로 협약을 체결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3∼4개 사업자와 먼저 일괄 협약을 맺고 이어 나머지 사업자와도 한꺼번에 협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지난 23일까지 마륵·신용·운암산 공원 등 3개 사업지구의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약을 맺었다. 또 이번 주 중으로 5개 사업지구에 대해 협약식을 한 뒤, 나머지 중앙공원 2개 사업지구도 다음달 초 협약을 끝낼 예정이다. 이어 환경영향평가, 사업시행자 지정, 토지 보상 등을 마칠 계획이다. 특히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중앙공원의 경우에는 ‘업체에 결격 사유가 없을 시에는 협약 체결에 문제가 없다’는 법률 자문을 토대로 우선 협상 대상자인 한양(중앙1)·호반(중앙2)과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검찰 수사로 사업 신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사업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추진 동력을 되찾기 위해선 ‘문제 지구’ 사업의 진척을 대내외에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이 광주시가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중요하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협약을 체결한 민간공원 추진업체는 1개월 이내 토지보상비의 5분의 4 이상을 현금으로 예치해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도시·군 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받을 수 있다. 추진업체의 귀책으로 인해 협약이 해지되거나 사업이 진행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예치금의 10%를 보증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협약서는 계약서 성격이기 때문에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그간 시는 사업의 신뢰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사업 전반을 이끈 정종제 행정부시장의 구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 부시장이 구속되는 상황에 이르면 사업의 신뢰성 논란으로 협약 체결이 불투명해질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노심초사하던 시는 일단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고비를 넘겼다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가 광주시에서 건설사로 확대되고 있는 점은 광주시로선 내심 찜찜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시는 검찰 수사는 사업자 문제가 아닌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적극행정 차원에 대한 것이어서 후속 진행에 별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업체에 결격 사유가 없으면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법리(法理)다. 

 

‘정당성 없다’ 협약 말리는 환경단체

그러나 환경단체의 견해는 다르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광주시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대한 통제와 자정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며 “비위 문제가 있는 업체가 공원조성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의혹이 해소가 안 된 상황에서 한양, 호반건설 등 해당 업체와 특례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재선정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당성이 ‘오염된’ 건설사와 섣불리 협약을 맺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독이 든 나무는 독이 든 열매만 맺는다’는 일종의 독과수(毒果樹)론이다. 

시민단체는 광주의 허파격인 민간공원에 대한 막개발을 막기 위해 민관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등 한 때 광주시의 든든한 우군(友軍)이었다. 그런 시민단체가 ‘협약 체결’에 대해 오히려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만큼 광주시가 사업 추진과정에서 신뢰성을 잃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광주시의 재정 부족으로 부득이 특례사업을 통해 공원 해제를 막고자 했다면 광주시는 공원 조성이라는 기본과 공정, 공공성을 가장 원칙으로 했어야 했지만,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부터 이 원칙을 깬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는 공원이 해제되는 최악을 막기 위해 민관거버넌스에 동참했다”며 “이번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로만 보아도 신뢰가 기본인 거버넌스를 기망했다”고 말했다.

 

“광주시, 신뢰 기본인 거버넌스 기망했다”

광주 민간공원 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1월 19일 광주시 정무특별보좌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중인 정무특보실 앞에 취재진이 몰려있다. ⓒ연합뉴스
광주 민간공원 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1월 19일 광주시 정무특별보좌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중인 정무특보실 앞에 취재진이 몰려있다. ⓒ연합뉴스

광주시는 내년 공원 일몰제 대상이 되는 도심공원 25곳 중 9곳에 대해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륵·송암·수랑·봉산 4곳을 1단계로, 중앙공원 1·2지구, 중외·일곡·운암산·신용(운암) 등 5개 공원 6개 지구를 2단계 대상으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중앙공원 1지구와 2지구 모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지난해 11월 시 감사위의 특정감사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모두 바뀌면서 각종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중앙공원 1지구는 광주도시공사가 지위를 스스로 반납해 한양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고, 중앙공원 2지구는 특정감사 결과에 따른 재심사를 거쳐 금호산업에서 호반으로 변경됐다. 

광주경실련은 이와 관련 지난 4월 광주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검찰은 시 감사위가 특정감사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나 압력, 정보유출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광주도시공사가 중앙공원 1지구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고도 자진반납한 배경과 그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공원은 300만㎡ 이르는 광주 최대 도시공원으로, 이중 1지구의 경우 사업규모가 약 2조 원에 이른다.

검찰은 현재까지 광주시청 3차례, 광주도시공사 1차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 아무개 전 국장을 구속했다. 이 전 국장과 공모 의혹이 있는 광주시 행정부시장과 시 감사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그런데 검찰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의 최측근인 정무특보실을 압수수색하더니 중앙공원 1지구 우선협상대상자인 (주)한양 광주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가 더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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