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불로장생은 엉덩이에 달렸다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5 07:30
  • 호수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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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튼튼해야 젊어져…엉덩이 조이기 운동 해야

필자는 어느 날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여러 사람이 세종대왕 동상과 광화문을 구경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너무 멀리 있어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고 심지어 뒷모습만 보이는데도 우리는 신기하게도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또 30대인지 60대인지 대부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얼굴도 안 보이는 사람의 나이를 알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나이에 따라 자세와 걸음걸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20대는 20대처럼 서 있고 70대는 70대처럼 걷는다. 70대 노인이 20대 젊은이의 체형과 걸음걸이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보아온 많은 경험을 토대로 멀리 있는 사람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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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와 걸음걸이는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70대 노인이 20대 젊은이처럼 서 있고 젊은 사람처럼 걸으려고 노력해 쉽지는 않겠지만 결국 20대 체형을 가지게 된다면 실제로도 젊어지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세와 걸음걸이는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그냥 바르게 서고 걷고자 하는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그 사람의 근골격계가 실제로 젊어지고 내장기관의 기능도 젊어져야만 한다. 즉 근육과 뼈대도 좋아져야 하지만 장 기능이나 간 기능 등 건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요소가 모두 젊어져야만 젊은 체형으로 바꿀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엉덩이를 꼽을 것이다.

사람의 엉덩이 안에 무엇이 들어 있길래 이렇듯 중요하다고 할까? 엉덩이의 구성을 보면 골반 뼈와 골반 뼈를 감싸고 있는 근육이 있다. 근육 바깥쪽에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지방층이 두툼하게 둘러싸고 있다. 많은 사람이 엉덩이 근육만 중요하고 엉덩이 지방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엉덩이 지방은 복부 지방과는 성질이 다르다. 엉덩이 지방은 대사에는 거의 영향을 안 미치는 대신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아디포넥틴이라는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건강에 도움을 준다.

 

엉덩이 단련해야 젊어진다

엉덩이 위로는 척추가 있고 아래로는 다리가 있다. 척추와 다리를 연결해 주는 몸의 허브 역할을 엉덩이가 한다. 따라서 엉덩이가 약해지면 엉덩이가 받아내야 하는 엄청난 충격을 무릎과 허리가 대신 받기 때문에 무릎 통증이나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엉덩이를 단련시키면 무릎과 허리 통증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엉덩이는 우리가 서 있을 때 자세를 꼿꼿하게 유지시켜주고 걸을 때 힘찬 발걸음을 디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엉덩이가 튼튼해야 몸매도 예뻐져 젊어 보인다. 외모뿐만이 아니다. 엉덩이가 튼튼하면 건강해진다. 당뇨나 고혈압도 이겨낼 수 있다. 100세 시대 불로장생의 비결은 엉덩이에 있다.

 

허리-엉덩이 비율이 중요

가수 박진영은 자신의 노래 《어머님이 누구니》에서 허리가 잘록하고 엉덩이가 ‘애플 힙’인 여인을 예찬한다. 엉덩이가 아름다우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하다. 어떤 엉덩이가 아름다운 엉덩이일까? 실제로 엉덩이가 아름다우면 건강해질까?

첫째, 허리-엉덩이 둘레의 비율이 중요하다. 줄자로 허리와 엉덩이 둘레를 재보자. 허리-엉덩이 둘레의 비율을 WHR(Waist Hip Ratio)이라고 한다. WHR을 연구해 유명해진 데벤드리 싱에 의하면 예로부터 미인들의 WHR은 항상 일정한 범위 안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잡지에 등장하는 모델들의 몸무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WHR은 항상 0.68~0.72를 벗어나지 않는다. 콜라병 몸매로 대표되는 WHR 0.7은 가장 여성스러운 몸매로 여겨지고 있다. 남자의 경우 허리와 골반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0.9 정도가 이상적인 비율이다.

한편 허리-엉덩이 둘레 비율은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WHR은 비만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고혈압, 당뇨, 뇌혈관질환 등 여러 가지 질환과 관련돼 있다. 몸무게가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WHR이 높은 사람이 심장질환이 생길 확률이 더 커진다. 여성의 경우 0.85, 남성의 경우 0.90을 넘으면 심장마비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엉덩이 크기가 중요하다. 건강해지려면 허리-엉덩이 비율도 중요하지만 엉덩이 크기가 클수록 유리하다. 엉덩이 크기는 엉덩이 근육량과 지방량에 의해 결정되는데 두 가지 모두 관련이 있다. 다만 너무 비만이어서 엉덩이뿐만 아니라 전신에 지방이 붙은 경우가 아니고 상체와 하체의 비율이 좋게 엉덩이에 근육과 지방이 많은 것이 좋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엉덩이 근육 클수록 당뇨병 위험에서 안전

엉덩이에는 지방 말고도 근육이 있는데 엉덩이 근육은 당뇨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이 높아지고 인슐린은 당을 간과 근육으로 보낸다. 간은 크기가 제한돼 있어 가장 많은 당을 소모하는 곳이 바로 근육이다. 근육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당을 저장하는 창고가 넓어 보다 많은 당을 흡수할 수 있으며 혈당 세포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몸 근육 중 큰 근육에 속하는 엉덩이 근육이 클수록 당뇨병 위험에서 안전할 수 있는 것이다.

큰 근육 덩어리인 엉덩이 근육은 우리 인체 근육 중에서 가장 큰 근육인데 근육량이 10% 증가하면 인슐린 저항성(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혈당 장애)이 14% 감소하고 당뇨병 발생률은 23%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통 복부 지방은 당뇨를 유발하지만 엉덩이 지방은 오히려 당뇨를 예방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엉덩이에 지방이 많을수록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엉덩이 지방은 장기 저장용이므로 복부 지방에 비해 잘 분해되지 않는 지방이다. 또 지방이 빠르게 분해될 때 몸에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덜 방출된다.

엉덩이 지방은 천천히 분해되는데 이때 동맥을 보호하고 혈관 내 당 조절에 도움을 주어 착한 호르몬이라 불리는 아디포넥틴 분비가 많아진다고 한다. 아디포넥틴은 지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관 속 상처를 회복시키는 작용이 있고 혈관을 확장시켜 높아진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런 작용 때문에 ‘혈관 속 수리공’, 불씨를 꺼주는 ‘소방관’에 비유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작용은 아디포넥틴이 인슐린 기능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복부 지방보다 늦게 천천히 분해되는 엉덩이 지방에서 아디포넥틴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당뇨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기억상실증’ 걸린 엉덩이 알아보는 법

우리 몸에서 엉덩이가 맡은 역할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엉덩이는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자세를 유지하고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엉덩이를 푹신한 방석 대용으로 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서 있는 걸 싫어하고 어디든 엉덩이부터 붙이려 든다. 걷는 걸 싫어하고 짧은 거리도 자동차로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엉덩이는 자기 역할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바로 ‘엉덩이 기억상실증’이다. 내 엉덩이가 기억상실증에 빠졌는지 쉽게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일명 엉덩이 트위스트 다.

❶ 바르게 서서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린다.

❷ 엉덩이 근육 위에 양손을 댄다.

❸ 엉덩이를 움직여보자. 양쪽을 수축시켜보고 오른쪽과 왼쪽 번갈아가며 한쪽씩 움직인다.

이와 같은 동작이 잘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팔을 굽혔다 폈다를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엉덩이 근육도 자유자재로 수축과 이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엉덩이 근육을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엉덩이 기억상실증일 가능성이 크다.

테스트를 하지 않고 엉덩이 기억상실증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똑바로 서서 허리 벨트를 살펴보면 된다. 허리 벨트가 지면과 평행을 이루고 있다면 엉덩이가 튼튼해 골반이 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엉덩이 근육이 약해 골반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면 골반이 전방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골반의 전방 기울어짐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허리 벨트라인이 앞쪽으로 기울어져 보인다. 엉덩이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골반이 전방으로 기울어지면 여러 가지 체형 변화와 통증을 발생시킨다.

엉덩이가 기억상실증에 걸리면 우리 체형에 변화가 오고 통증도 생긴다. 특히 다음 2가지 변화가 대표적으로 생긴다.

❶ 등이 굽고 거북목이 된다. 골반이 전방으로 기울어지면 먼저 허리가 전만(앞쪽으로 쑥 들어간 형태)인 상태가 된다. 그렇게 되면 뱃살이 없어도 아랫배가 튀어나와 보이고 등은 굽고 목이 앞으로 나가는 전형적인 거북목 체형이 된다. 어깨는 안쪽으로 돌아가면서 가슴이 처지고 팔뚝 살이 잡힌다. 즉 중년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체형의 변화가 엉덩이 기억상실증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❷ 다리가 휘고 허벅지 옆쪽이 튀어나온다. 골반이 전반으로 기울면 고관절은 안쪽으로 돌아서 엉덩이 옆부분이 튀어나오는 ‘승마바지형 비만’이 된다. 승마바지형 비만은 엉덩이의 가장 튀어나온 부분이 아래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다리가 짧아 보이는 주요 원인이 된다. 다리는 안쪽으로 돌아가는데 이런 상태가 오래되면 다리가 휘어 ‘오다리’가 된다.

엉덩이 기억상실증을 고치려면…

아주 간단한 운동으로 엉덩이 기억상실증을 극복해 보자. 일명 ‘엉덩이 조이기 운동법’이다.

❶ 발을 모으고 바르게 선다.

❷ 항문을 조이면서 엉덩이에 힘껏 힘을 준다.

❸ 그 상태로 5초간 힘을 주고 버티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엉덩이의 힘을 푼다.

❹ 이 동작을 10회 반복한다.

이 동작이 어렵다면 아주 꽉 끼는 스키니진을 입는다고 상상해 보자. 아주 작은 바지를 입을 때 지퍼를 올리려면 배를 쑥 집어넣고 엉덩이에 힘을 꽉 줘야 할 것이다. 이 자세가 바로 엉덩이 조이기 운동법의 바른 자세다.

이런 간단한 동작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해 보면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쉽지 않다. 연구에 의하면 근전도검사를 통해 근육의 활성도를 측정해 봤을 때 엉덩이 조이기 운동이 스쿼트보다 엉덩이 근육을 효과적으로 단련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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