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복귀한 이영애 “인생 뭐 있어요, 재밌게 살면 되죠”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30 10:00
  • 호수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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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로 14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이영애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가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에서 6년 전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를 열연했다. 피폐하고 공허한 마음을 안고 살면서도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역할이다.

사실 이영애는 연기자로서 만개하던 시기에 돌연 사라졌다. 《친절한 금자씨》로 파격 연기를 선보였던 그녀는 2009년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을 알려왔고, 2년 뒤 출산 소식을 전했다. 서울을 떠나 양평에서 엄마로, 아내로, 평범한 생활을 해 오던 그녀는 한 다큐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라이프를 과감 없이 공개하는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와 단편영화 《아랫집》에 출연해 연기에 시동을 거는가 싶더니, 최근엔 장편영화 《나를 찾아줘》로 물오른 연기를 선보이며 극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만난 이영애는 편안해 보였다. '산소 같은' 미모도 여전했다. 동시에 엉뚱하고 털털한 반전 매력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인터뷰였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오랜만이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가슴 한편에 있었는데, 집안일과 육아로 바빠서 엄두도 못 냈어요. 14년이 흘렀는지 저도 몰랐어요. 연도 수를 말하니 주변에서 나이 계산을 하더라고요(웃음).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다시 연기 생각이 간절해졌을 즈음 《나를 찾아줘》를 만났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 작품은 꼭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인 감독이지만 10년 넘게 고뇌한 흔적과 탄탄한 내공이 보였어요. 묵직한 울림이 있었거든요.”

오랜만에 복귀한 촬영 현장이었는데, 달라진 점이 있었나.

“낯선 건 없었어요. 촬영 환경도 좋아져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왔다 갔다 스케줄 관리를 하면서 육아도 할 수 있었고요. 아, 밥차가 맛있더라고요. 매일 집에선 오늘 저녁에는 뭐 해 먹지 고민을 하다가 오늘 저녁엔 뭐가 나올까 고민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더군요. 현장이 힘들기보다는 즐거웠어요. 다만 퇴근 후 집에서는 엄마 역할을 해야 하니까 빨리 역할에서 빠져나와야 되겠더라고요. 《친절한 금자씨》 때는 집에 와서도 계속 금자 생각만 했거든요. 가정과 일의 균형을 잘 잡기 위해 노력했어요.”

최근 한 시상식에 등장해 ‘얼굴대상’이라 불리며 화제가 됐다.

“잘 봐주신 덕분이죠(웃음). 그 3~5분을 위해 서너 시간을 준비했는데 검색어까지 뜨니 감사하더라고요. ‘이영애 나이’가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는데, 외국에서 살았으면 숫자가 조금 늦게 변할 텐데 아쉽기도 해요(웃음). 사실 나이를 이긴다면 거짓말이죠. 제가 어떻게 세월을 이기겠어요. 뭐든지 과하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집도, 아이들도 공개했다. 사생활 공개에 대한 부담은 없나.

“그런 거 없어요, 저. 심플하게, 아이들이 TV에 나오는 걸 좋아해요. 인생 뭐 있어요(웃음)? 재미있게 살면 되죠. 애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거죠. 언제 우리 아이들이 이승기씨와 육성재씨한테 노래를 배워보겠어요. 두 번 다시는 없을 기회잖아요. 엄마의 마음으로 출연했고, 또 배우 입장에서 영화 홍보를 위해서도 출연했고요.”

딸이 연예인을 한다면.

“딸은 이쪽 일에 관심이 많아요. 본인이 TV에 나오는 것도 좋아하고 적게 나오면 짜증도 내고요. 분량에 욕심이 있더라고요. 엄마가 밖에 나간다고 하면 예쁘게 하고 나가라고 하고, 위아래 훑어보면서 ‘이러고 나갈 거냐’고 물어보기도 해요(웃음). 반면에 아들은 엄마가 조금 더 옆에 있어주길 바라고요. 그래도 엄마가 없을 때는 스스로 알아서 잘해요.”

촬영하는 동안 아이들 육아는 어떻게 했나.

“아빠 찬스를 많이 썼죠. 아이들 아빠가 애들 재워주고 놀아주고 고생을 많이 했어요. 영화를 위해 스태프들에게 회식도 해 주고, 선물도 주시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줬어요.”

인터뷰 중간에 ‘뭐든 과하지 않게’라는 말을 종종 한다. 나름의 소신인가.

“뭐든 과하면 욕을 먹더라고요.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죠. 연기 면에서도 조금씩 덜어내는 것이 더 좋더라고요. 좌우명까진 아니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10~20대 때 열심히 달려왔고, 20대 때 연기 면에서 과하게 살았어요. 이 역할 저 역할 다양하게 접해 실패도 많이 맛봤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도 봤고요. 조기종영도 당해 보고 그랬어요. 30대에도 좋은 작품을 만나 지나고 보니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경험인 거죠.”

늘 ‘신비주의’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제가 의도한 이미지는 아니에요. 제가 10~20대 시절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어요. 카메라 앞에서만 연기하고 밖에서는 잘 나서지 않았죠. 그랬더니 저에게는 산소 같은 여자라는 이미지가 남았더라고요. 한데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면서 성격도 바뀌더라고요. 많이 편해졌고,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죠. 그런 것들이 연기에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요즘 SNS도 하시더라.

“재미있더라고요(웃음). 한동안은 엄마로서 바빴다가, 최근에 겸사겸사 시작했는데 초보 티가 나나 봐요(웃음). 잠이 안 오면 한꺼번에 10장씩 올리고 그러거든요. 그래도 SNS 덕분에 반가운 지인과 인사도 주고받고 소통 중이에요.”

선배 배우로서 어린 후배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인터뷰 전날 구하라의 사망 비보가 있었다).

“이른 나이에 데뷔해 혼란스러운 20대와 30대를 보내며 갈피를 못 잡는 후배를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주위에 휩쓸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가 모르는 자리에 와 있게 돼요. 중간중간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연예인은 풍선 같은 존재 같아요. 사람들은 ‘멋있다’ ‘예쁘다’고 말하면서 하늘 위로 띄워 보내죠. 그러다가 바늘 하나에 터져버릴 수 있는 직업이죠. 저 역시 사회생활을 연예계에서 시작했어요. 어린 나이에 사람들에게 시달리기도 하고, 또 스스로 추스를 수 있는 나이가 안 됐을 때는 사람과의 관계가 정말 힘들죠. 누구나 한 번쯤은 겪고 가야 할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어요. 한데 연예계가 조금 더 힘들기 때문에 스스로를 제대로 세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해요.”

나름의 극복 방법이 있었나.

“시간이 지나면 별일이 아닌데 그때만큼은 그게 전부죠. 저 같은 경우는 그냥 스스로 견뎠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생각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주로 일로 치유했던 것 같아요. 요즘엔 산책하는 걸 좋아해요. 걸으면서 비워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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