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구독경제’
  • 원태영 시사저널e 기자 (won@sisajournal-e.com)
  • 승인 2019.12.04 14:00
  • 호수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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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구독 이어 게임까지…플랫폼업체 영향력 더욱 커질 전망

최근 IT(정보기술)업계에 ‘구독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구독경제란 소비자가 회원 가입을 통해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 과거 매일 배달되던 신문이나 우유가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 사례다.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정기구독, 무제한 구독, 대여 등으로 구분된다. 정기구독은 신문이나 잡지처럼 정해진 기간 동안 배송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대여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제품을 빌려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정수기를 비롯해 자동차와 같은 고가 제품에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무제한 구독은 최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IT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동영상, 게임 등의 콘텐츠를 일정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무제한 구독 방식의 경우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성공 이후 여러 IT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는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16년 4200억 달러에서 2020년 약 53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도 2023년 전 세계 기업의 75%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최근 IT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은 대표적인 구독경제 모델인 넷플릭스의 미디어데이 행사 모습 ⓒ AP 연합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최근 IT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은 대표적인 구독경제 모델인 넷플릭스의 미디어데이 행사 모습 ⓒ AP 연합

IT 기술 따라 정기구독에서 무제한 구독까지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넷플릭스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수천 개가 넘는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는 매달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해당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 영상을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구독료를 지불하고 해당 영상을 한꺼번에 보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매월 들어오는 구독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애플과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관련 서비스에 나섰다. 애플은 최근 신규TV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티비플러스’, 뉴스·잡지 구독 서비스인 ‘애플 뉴스플러스’ 등을 선보였다. 디즈니 역시 구독형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최근 출시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5개 채널을 통해 디즈니가 보유하고 있는 영화 500편, TV 시리즈 7500여 편 이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상황이다.

e북 역시 최근 구독형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월정액 독서 앱 ‘밀리의 서재’는 2017년 10월 출시된 독서 구독 서비스로, 전자책 3만여 권과 웹툰, 리딩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디북스, 교보문고도 각각 리디셀렉트, 샘 무제한이라는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최근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구독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 대표는 콘텐츠 생산·유통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가 직거래에 있다고 봤다. 그는 “플랫폼과 기술이 제공되면서 (카카오) 브런치처럼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간에 직거래가 트였다”며 “콘텐츠와 소비자가 만나는 방식으로 구독이 새롭게 떠올라 콘텐츠의 직접적인 유통에 굉장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MS·구글 등 공룡 기업들 속속 참여

동영상 구독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가운데, 게임업계에서도 구독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게임의 경우 과거에도 일부 구독 서비스가 존재하긴 했지만 통신기술의 한계 등으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성공과 5G의 출현 등으로 인해 글로벌 IT 공룡들이 본격적으로 게임 구독 서비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9월 애플이 공개한 ‘애플 아케이드’는 월정액제를 도입, 매달 구독료를 내면 애플 아케이드에서만 단독 서비스되는 100여 종 이상의 프리미엄 게임을 제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6월 열린 게임쇼 ‘E3 2019’에서 새로운 PC용 게임 구독 서비스인 ‘엑스박스 게임패스 포 PC’를 공개했다. 해당 서비스는 월 9.99달러로 최신 게임을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구글도 지난 9월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구글 플레이 패스’를 출시했다. 월 구독료는 4.99달러다. 구글 플레이 패스에 가입하면 광고 또는 앱 내 결제나 선불 결제가 없는 350개 이상의 앱과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게임사 중에는 넷마블이 구독경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넷마블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인 웅진코웨이를 연내 인수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게임과 렌털 사업 시너지 효과로 ‘스마트홈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게임 구독 서비스가 향후 대중화할 경우, 게임 과금 방식 자체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게임 자체는 무료로 이용하고 게임 내 재화를 현금으로 구매하는 ‘부분 유료화’가 대표적인 과금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구독형 방식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부분 유료화 방식이 힘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구독형 모델 확산 이후 플랫폼 업체들의 힘이 더욱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넷플릭스가 구독경제의 힘을 잘 보여준 사례다. 이제는 IT·게임을 넘어 제조업 등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구독형 모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독형 모델이 각광받으면서 앞으로는 플랫폼 업체들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특히 게임에서 과거 개별 게임사들의 힘이 강했다면, 이제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구글 등으로 그 중심이 점차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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