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동물사전] 반려동물 예방접종이 중요한 이유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1 16:00
  • 호수 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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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취약 상태에서 분양, 항체 형성 위해 꼭 필요

어미 배 속에 있던 동물이 세상에 태어나면 주변 환경에 있는 여러 병원체에 노출되고 오롯이 혼자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런 병원체를 이겨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면역체계다. 갓 태어난 새끼 동물은 이런 항체를 갖고 태어난다. 어미가 자식을 아끼는 모성애는 새끼를 세상으로 내놓는 순간 항체로 이어진다. 갓 태어난 새끼는 초유만 충분히 먹으면 태어나면서부터 병원체를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을 갖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초유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은 새끼는 면역력이 취약해 병원체에 감염돼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다. 생후 6주령이 되면 어미로부터 물려받은 항체는 대부분 소모된다. 다시 병원체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생후 6주령부터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이 스스로 병원체를 이겨낼 수 있도록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 줘야 한다. ⓒ 연합뉴스
반려동물이 스스로 병원체를 이겨낼 수 있도록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 줘야 한다. ⓒ 연합뉴스

생후 6주부터 예방접종 필요

예방접종은 항체를 넣어주는 게 아니라 병원체를 주입하는 것이다. 다만 병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약화시켰기 때문에 체내에서 항체 형성만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태어날 때 갖게 되는 항체는 어미가 형성한 것이지만, 예방접종으로 형성되는 항체는 스스로 형성한 것이다. 항체가 소진된 후에도 병원체가 들어오면 또다시 스스로 항체를 형성할 수 있다. 이에 전자를 수동면역, 후자를 능동면역이라 부른다. 우리는 능동면역 형성을 통해 반려동물이 스스로 병원체를 이겨낼 수 있도록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 줘야 한다.

안타깝게도 국내 펫숍에서 분양되는 동물들 중 많은 수가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어미로부터 조기에 이유(離乳)된다. 펫숍에서는 죽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사료를 먹이며 전시한다. 면역에 취약한 상태에서 분양되는 실정이다. 더더욱 철저한 예방접종이 요구되는 이유다.

개는 생후 6~8주에 시작해 2주 간격으로 5차까지 접종한다. 고양이의 경우 생후 8~9주에 시작해 3주 간격으로 3차까지 접종하고 이후에는 매년 1회씩 추가접종이 권장된다.

간혹 예방접종을 하면 반려동물의 몸이 바로 건강해진다고 오해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예방접종은 어쨌든 병원체를 몸에 주입하는 조치다. 낯선 동물병원에서 날카로운 바늘에 몸을 찔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반려동물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따라서 접종 당일은 반려동물의 몸이 약해지고 컨디션이 저하되기 때문에 집에서 최대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산책은 접종 다음 날부터 하면 돼

접종 당일 미용, 산책, 목욕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지나친 스킨십보다 혼자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좋다. 이 시기에 새로운 사료로 바꾸는 것 또한 식욕을 저하시키고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드물긴 하지만 예방접종 후 안면부종, 심한 가려움, 구토, 설사, 고열, 기타 쇼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응급처치가 필요하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반려견의 예방접종 시기는 세상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는 사회화 시기와 맞물린다. 사회화 시기에는 산책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예방접종 시기에 몸이 약해진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을 나가야 할지 고민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산책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절대로 놓쳐선 안 되는 중요한 일이다. 접종 당일 산책을 피하고 다음 날부터는 반려동물의 컨디션을 확인해 산책을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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