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지역구에 도전장 낸 비례대표 의원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9 14:00
  • 호수 157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 격전의 현장을 가다] 의원 47명의 행보에 촉각…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도전장

국회는 멈춰도 총선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5개월 남은 총선에 대비해 의원들은 지역을 방문하는 일정을 늘리며 표밭 다지기에 한창이다. 특히 새롭게 지역구 쟁취를 노리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들의 발걸음은 배로 분주하다. 이들 가운데 지역구 현역 의원의 벽을 뚫기 위해 일찌감치 출마 지역을 정한 의원들도 있지만, 일부는 더디기만 한 당 공천 상황을 지켜보며 여전히 출마 지역을 고심하고 있다. 18대부터 20대까지, 지난 세 번의 총선에서 초선 비례대표가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한 경우는 약 9.3%. 열 명 중 한 명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은 탓에 비례대표 의원들은 남은 기간에 지역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대 국회 47인의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현재 출마를 사실상 확정 지은 이들은 36명으로 확인된다. 당내 공천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출마 지역을 정하고 이미 지역구 관리에 돌입했다. 반면 확실히 불출마를 선언한 비례대표는 총 9명에 이른다. 그 가운데 김성수·이용득·이철희·제윤경·최운열 등 5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이들은 현 정치권에 대한 짙은 회의와 세대교체의 필요성 등을 불출마 사유로 밝힌 바 있다. 한국당의 경우 유민봉·이종명·조훈현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다. 당 사정이 복잡한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과 장정숙 대안신당 의원은 총선 출마와 출마 지역구 모두 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연합뉴스
ⓒ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연합뉴스

수도권·중진 의원 지역구에 주로 도전장

비례대표 의원들이 낮은 생존율을 타파하기 위해 택한 전략은 ‘수도권’ 또는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에 도전하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학연·혈연 등이 복잡하고 지역색이 강한 지방 민심보다 더욱 공략이 용이하며, 주로 수도권 중심으로 4년간 의정활동을 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대 비례대표 의원들이 가장 많이 도전장을 던진 지역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이다. 출마를 마음먹은 36명 중 절반이 넘는 19명이 서울(6명)·경기(11명)·인천(2명) 지역구를 택했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지역위원장으로 있는 서울 서초을에 출마, 초선인 박성중 한국당 의원과 맞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대변인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아직 지역을 확정짓지 못한 가운데, 여러 지역을 두고 고민 중에 있다. 

인천 연수을의 경우,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2017년부터 지역사무소를 두고 출마를 준비하며 민경욱 한국당 의원과의 대결을 줄곧 예고해 왔다. 지난 7월 대정부질문에서 총선 출마를 두고 민주당 소속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설전을 벌인 김현아 한국당 의원도 김 장관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을 찜한 상태다. 한편 5선의 심재철 한국당 의원이 20년 동안 지켜온 경기 안양 동안을 지역의 경우엔 민주당 이재정, 바른미래당 임재훈,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모두 일찌감치 출마를 결심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현역 의원 4명 간 대결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구를 노리는 비례대표들의 또 다른 공통분모는 10년 넘게 지역을 맡고 있는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의 지역을 주로 저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3선 이상을 했지만 지역에서 뚜렷한 업적을 내지 못했다고 평가받는 ‘고령’의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일수록 교체 요구가 클 것이란 점을 감안한 것이다. 혹 낙선하더라도 정치적 거물들에 맞서 떨어질 경우, 그만큼 타격도 적다는 판단 또한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마가 예상되는 36명 의원 가운데 무려 21명이 이에 해당한다. 21명 중 4선 이상 현역 의원의 지역구를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만 16명에 이른다. 8선 서청원 무소속 의원의 지역인 경기 화성갑에는 송옥주 민주당 의원이 뛰고 있으며, 4선의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터줏대감으로 있는 전남 목포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도전장을 낸 상태다. 변화와혁신에서 활동하는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4선의 변재일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충북 청주 청원구에 일찍이 출마를 결정, 세대교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불출마 의사를 밝힌 5선 원혜영 민주당 의원 지역구에는 지난 10월 이수혁 주미대사 후임으로 의원직을 승계한 정은혜 민주당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같은 당 중진과 경선 맞대결 앞둔 지역도 7곳

이렇듯 다른 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경우가 주를 이루지만, 같은 당 의원과 맞대결이 예고되는 지역도 총 7곳에 이른다. 권미혁 민주당 의원이 노리는 경기 안양 동안갑 지역은 6선의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이 오래 터를 닦아온 곳으로, 이 의원은 7선과 국회의장직 도전을 공언한 바 있어 치열한 공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비례대표) 역시 경남 창원·마산·합포 지역에서 5선 중진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내고 있는 같은 당 이주영 의원과의 격돌을 앞두고 있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역시 당내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3선 김재원 의원의 지역구다.

한편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구 출마를 두고 정치권에선 비례대표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정 직군이나 계층을 대표하기 위해 국회에 입성한 비례대표들이 지역구 출마를 위해 정치적 존재감 쌓기에 더 주력하는 것에 대한 우려다. 그러나 4년간 비례대표를 경험한 의원들은 이 같은 시각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불출마 의사를 밝힌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 4년 임기 동안 전문성‘만’ 살려 의정을 보는 건 오히려 활동에 더 제약을 두는 것”이라며 “지역 민심을 더 다양하고 정확하게 수렴하다 보면 의정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 역시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다고 해서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건 헌법에 명시된 피선거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