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중도·실리파’가 이끈다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12.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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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노동운동 통한 실리 확보’ 내세운 이상수 지부장 선출…노조 활동에 변화 예고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새 지부장에 '중도·실리' 성향의 후보가 당선됐다. 강성 성향의 지도부를 구성한 지 6년 만이다. 그동안 '파업' '강경투쟁' 노선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지부장 선거에서 이상수 후보는 2만1000여 표를 얻어 49%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2위와의 격차는 0.93%, 405표에 불과했다. 이 당선자는 실리적인 성향의 현장 조직인 '현장노동자' 소속으로 1차 투표에서 강성인 나머지 세 후보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강성 후보와의 결선 맞대결에서도 승리했다.

기아·현대차노조가 1월 31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기아차노조가 지난 1월31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지부장에 당선된 이상수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무분별한 '뻥' 파업을 지양하고 민주노총·금속노조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합리적 노동운동을 통한 조합원 실리 확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무분별한 파업 지양’이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시작되면 연례행사처럼 반복하던 파업을 경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당선자는 대신 단체교섭 노사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교섭 시작 후 2개월 내 타결’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봄에 시작해 추석 전후까지 5∼6개월, 때로는 연말까지 이어지던 지지부진한 교섭에서 탈피해 파업 없는 집중 교섭으로 초여름까지 타결하고, 타결이 안 되면 쟁의권을 발동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또 민주노총·금속노조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노조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민 공동 신차품질위원회를 만들어서 민간이 생산 품질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성희롱·성차별 고발센터를 설치해 여성 조합원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한 점도 눈에 띈다.

그가 발표한 공약 중에는 향후 노사 갈등에 불씨가 될 만한 내용들도 들어 있다. 예를 들어 조합원 일자리 안정과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30만 대 국내 신공장 증설, 해외 공장 생산 비율제 도입, 해외 공장 물량 국내 유턴(U-turn) 등은 사측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다.

또 정년퇴직한 직원 중 희망자를 기간제로 고용하는 시니어 촉탁제를 폐지하고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장 65세까지 늘리겠다는 내용도 사측과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4차 산업과 친환경 자동차 확산 등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 인력이 향후 20∼4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정년 연장과 공장 신설 등을 놓고 노사가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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