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보다 드립 커피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9 16:00
  • 호수 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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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 높이는 카페스톨 성분에 차이…하루 1~2잔 권장

병원 검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은근히 걱정된다.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먹지 않는데도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은 커피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커피가 콜레스테롤 상승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 실제로 커피 섭취량을 줄이거나 종류를 바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 사례가 늘고 있다.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가 207mg/dL인 48세 남성은 하루 7잔이나 마시던 커피를 1~2잔으로 줄이자 2주 만에 그 수치가 153mg/dL으로 감소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183mg/dL인 54세 여성은 하루 크림커피 5잔을 마시던 습관이 있었는데 크림커피를 연한 커피로 바꾸고 섭취량도 3잔 이하로 줄인 후 콜레스테롤 수치가 138mg/dL으로 낮아졌다.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환자의 사례를 종합해 보니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고 커피 종류를 바꾸거나 섭취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콜레스테롤은 본래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다. 뇌와 인체 조직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여서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이 생성된다. 예컨대 체중이 68kg인 남성의 몸에서는 약 1000mg(1g)의 콜레스테롤이 생산되는데 간에서 80%, 장·부신·생식기관에서 20%를 담당한다.

포화지방 등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므로 과거엔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되도록 적게 먹을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최근 의학계에서는 몸에 필요한 콜레스테롤의 85%가 체내에서 합성되므로 콜레스테롤 상승에 음식이 기여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본다. 2012년 미국의사협회 학술지(Arch Intern Med)에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금식 시간에 따른 콜레스테롤 농도를 측정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금식 8시간 후 중성지방 수치는 떨어졌지만 나머지 3가지(총콜레스테롤, LDL, HDL) 수치는 금식과 상관없이 일정 농도를 유지했다는 내용이다. 명 교수는 “콜레스테롤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300mg 미만이다.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콜레스테롤이 몸에서 생산된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면 우리 몸은 보상 작용으로 콜레스테롤 생산량을 줄인다. 따라서 혈중 콜레스테롤에서 음식의 기여도는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콜레스테롤 검사 전에 금식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커피의 카페스톨 성분이 콜레스테롤 높이는 주범

우리가 콜레스테롤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이상지질혈증 때문이다. 총콜레스테롤, 나쁜 콜레스테롤(LDL),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보다 높으면 이상지질혈증이다. 또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가 정상보다 낮은 상태도 이상지질혈증이다. 한마디로 피에 기름 성분이 정상보다 많다는 뜻이어서 과거엔 고지혈증이라고 불렀다. 핏속에 콜레스테롤이 많아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건강검진에 콜레스테롤 검사 항목이 있는 이유다.

그런데 커피가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는 연구 발표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 가운데 신뢰할 만한 논문 12편을 종합한 연구(메타분석)가 최근 보고됐다. 중국 베이징대 보건과학센터는 2012년 유럽임상영양저널에 평균 45일 커피를 마실 경우 나쁜 콜레스테롤이 5.4mg/dL 상승하고 총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도 오른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명 교수는 “콜레스테롤이 높은 원인을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흡연, 음주, 비만, 운동 부족 그리고 커피다. 술이나 담배를 즐기지 않고 운동해서 비만하지 않은데도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커피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며 “콜레스테롤이 5.4mg 오르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만 오랜 기간 커피를 마시면서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므로 결코 무시할 수치는 아니다. 2001년 미국역학저널에 실린 연세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종이 필터로 거르지 않은 커피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식물성 식품이고 포화지방이나 콜레스테롤도 없는 커피가 왜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것일까. 500가지 이상의 커피 성분 중 의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카페스톨이다. 커피콩을 200도 정도의 고온에서 볶으면 기름이 생기는데 그 주요 성분이 카페스톨이다. 이 커피콩을 고온에서 높은 압력을 가하면 에스프레소가 추출된다. 에스프레소를 투명한 잔에 부으면 층이 생긴다. 아래 진한 부분이 커피이고 그 위의 거품처럼 연한 갈색 기름띠가 크레마다. 크레마는 에스프레소의 풍미를 더해 주지만 여기에 카페스톨이 있다. 카페스톨은 항염·항암 작용을 하면서도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에 기여한다. 우리 몸은 콜레스테롤을 이용해 소화를 도와주는 담즙산을 합성하는데 카페스톨은 이 합성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핏속에 콜레스테롤이 많아진다.

 

카페스톨 제거된 필터 커피 추천

그렇다면 커피를 마시지 말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크레이그 교수팀은 1994년 커피 소비가 심장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1975년 이후부터 커피와 심장병 위험의 관련성이 점차 줄었다는 점이다. 그 시기는 미국에서 드립 커피가 대중화된 시점이다. 드립 커피는 종이 필터 등으로 한 번 거른 커피다. 필터로 커피를 거르면 카페스톨의 95%가 제거된다. 따라서 커피를 종이 필터 등으로 거른 필터 커피를 선택하면 콜레스테롤 상승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커피 종류에 따라 카페스톨 함량에 차이가 있다. 필터를 사용하지 않는 언필터 커피(터키, 프렌치프레스 등)에 약 88mg/L의 카페스톨이 있고 에스프레소에도 16mg/L이 있다. 인스턴트커피(1.9)와 드립 커피(0.1) 등 필터로 한 번 거른 필터 커피엔 카페스톨이 매우 적다. 한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는 기계 내부에 있는 철망(포터 필터)을 통과한 커피지만 미분이 남아 있어 필터 커피는 아니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게 아메리카노이므로 이 커피도 언필터 커피”라고 설명했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보다는 리터당 카페스톨 함량이 적지만 필터 커피보다는 그 양이 많다. 명 교수는 “아메리카노의 카페스톨 함량은 에스프레소와 드립 커피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거나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에스프레소나 프렌치프레스 등 언필터 커피를 자제하고 드립 커피나 인스턴트커피와 같은 필터 커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16년 국제커피기구(ICO) 자료를 보면 핀란드 사람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12kg으로 세계 1위이고 스웨덴이 약 11kg으로 2위다. 한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3kg이다. ‘OECD 건강 통계 2017’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급성 심근경색증 사망률은 핀란드가 77.5명으로 가장 높다. 스웨덴(71.4명), 헝가리(70.8명) 등 북유럽 국가가 상위권에 있고 한국은 19.7명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핀란드나 스웨덴 등 북유럽 사람들이 선호하는 커피는 에스프레소다. 또 원두를 볶아 커피를 만드는 카페가 많고 원두를 통째로 냄비에 끓여 마시기도 한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 연구팀은 언필터 커피가 콜레스테롤 상승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를 진행한 마틴 카탄 교수는 “언필터 커피는 흡연, 고혈압, 비만보다 심장혈관질환에 영향을 덜 준다. 그러나 콜레스테롤 걱정을 없애려면 언필터 커피를 많이 마시지 않는 게 이롭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카페스톨이 4mg 정도 들어 있으며 이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1%가량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 freepik

필터 커피라도 섭취량 줄이는 것이 좋다

필터 커피라도 카페스톨이 전혀 없는 게 아니므로 되도록 많이 마시지 않는 게 콜레스테롤 관리에 유리하다. 필터 커피도 많이 마시면 콜레스테롤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중국 중남대학 상아병원 심장학과 롱모 교수팀은 2018년 매일 3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남자에게 심근경색 위험이 의미 있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노르웨이 울레발대학병원 연구팀은 하루 평균 4잔의 필터 커피를 마시던 사람이 6주간 커피를 마시지 않자 콜레스테롤이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커피엔 카페인도 있어 과량 섭취하면 우울증, 심장 박동 증가, 혈압 상승,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카페인 섭취 권장량은 성인 400mg이다.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한 잔에 약 140mg의 카페인이 있으므로 하루 3잔이면 하루 권장량을 넘긴다. 명 교수는 “콜레스테롤을 생각하면 필터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 또 카페인의 영향도 고려해 섭취량도 줄이는 게 이롭다. 특별한 이유 없이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커피를 끊거나 1~2잔까지 줄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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