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 6465] 장애인활동지원 연령제한은 ‘현대판 고려장’
  •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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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65세 이상 장애인에겐 '장애인+노인' 지원 제공돼야

2019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 중 예산 규모가 가장 크고, 장애인과 가족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제도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다. 이 제도는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제1조를 통해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만65세 연령제한에 따른 대상제한’ 문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수급 받던 장애인이 만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수급심사를 받아야 하고, 요양등급을 판정받게 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강제 전환되는 것이다.

이것은 두 가지 문제점을 낳고 있다. 하나는 대부분의 경우 서비스 시간이 대폭 감소되고 심각한 경우 생존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2019)에 따르면, 최근 4년간 65세가 돼 ‘노인장기요양급여’로 전환된 장애인은 1159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65세를 맞은 전체 장애인의 32.7%에 해당된다. 이들 중 서비스 시간이 최대로 감소한 경우는 월 313시간이 줄어들어 하루 평균 10시간가량의 서비스가 삭감됐다.

또 다른 문제는 서비스의 내용이다. 장애인활동지원의 경우 ‘출·퇴근, 등·하교’ 등 외출지원이 가능해 사회활동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노인장기요양은 ‘재가급여’ 또는 ‘시설급여’만 가능하다. 결국 하루 최대 4시간에 불과한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으면서 '겨우' 살아가거나, 그마저도 어려우면 노인요양시설 등 시설을 이용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런 상황이기에 장애계는 이 문제를 “장애인에 대한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이 11월15일 오후 국회 앞에서 정치권에 장애인 관련 예산 확보를 요구하는 '2020년 예산 쟁취 국회 담벼락 넘기 전국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이 11월15일 오후 국회 앞에서 정치권에 장애인 관련 예산 확보를 요구하는 '2020년 예산 쟁취 국회 담벼락 넘기 전국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정부, 한때 제도 '선택권' 인정 후 1년 만에 철회

이 문제는 제도 초기부터 있어왔다. 활동보조서비스 제도의 첫 시작인 2007년 4월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 지침을 통해 신청자격 상 만6세에서 만65세까지 ‘연령제한’을 두었으며, 기존 수급자가 만65세가 되는 경우에는 해당 연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2011년 11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로 변경되면서 발표된 지침에서는 “활동지원 수급자가 만 65세가 도래했으나, 장애 특성상 활동지원급여가 적절하다고 판단해 활동지원급여를 계속 희망하는 경우”로 해당 지침이 바뀌었다. 변경된 지침은 2012년까지 적용이 되었는데, 2013년 지침에는 다시 2011년 10월 이전처럼 ‘장기요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경우’로 제한되었다.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 중 장애인이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인정했다가 다시 1년여 만에 철회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특별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때 이 같은 ‘선택권’을 부여했었다는 것은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만으로는 지원이 부족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중증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에게도 ‘장기요양’이 필요할 수 있으니, 보다 더 사회적 활동(자립생활)을 지원하는 ‘활동보조’는 그대로 둔 채 ‘방문요양’과 ‘방문목욕’이라는 ‘장기요양’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다. 이는 2007년 4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국회 논의 과정에서 채택된 상임위 부대의견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되려면 65세 이후에는 ‘장애인+노인’으로서 기존 활동지원급여에서 ‘장기요양’을 더 이용할 수 있도록 급여를 추가해주거나 최소한 기존 그대로 유지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재는 ‘장애인+노인’은커녕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의 필요는 하루아침에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비장애)노인’으로서의 필요만 인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제기하는 것은 노인장기요양 수급자와의 ‘형평성’ 문제다. 노인도 장애인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데 만 65세 이후에도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제도보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을 유지한다면 노인들이 불공평하다고 느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기존 수급자를 포함해 노인들이 ‘장애인 등록’을 하려고 할 것이고 모두 ‘장애인활동지원’으로 넘어올 것이며, 결국 ‘보험’이 아니라 ‘조세’로 운영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예산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것이 이유다.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불균형’하고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불공평’한 쪽을 공평하게 맞추는 것이 맞지 반대로 ‘모두 공평하게’라는 말로 포장해 하향시키는 것이 맞는 것인가. 결국 핵심은 ‘예산’이다. 돈 많이 들어가니 못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만 65세 이하인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해 장기요양등급이 결정된 사람은 수급권을 포기하더라도 장애인활동지원을 신청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65세 이후 장애인에게는 ‘장애인+노인’으로서 지원을 추가하거나, 최소한 기존 그대로 유지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만65세 이후 장애인에게는 ‘장애인+노인’으로서 지원을 추가하거나, 최소한 기존 그대로 유지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모두 공평하게'란 말로 모두를 하향시켜선 안 돼

만 65세 이하인 장애인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몰라서(!)’ 노인장기요양을 신청하면, 노인장기요양 수급권을 포기하고 싶어도 다시는 물릴 수 없다는 것이다. 어째서 수급권을 가졌다고 해서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지침에 명시해둔 걸까? 만65세 이하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 수급을 신청할 경우, ‘장기요양’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안내하고 신청을 돕는 것이 오히려 타당한 것 아닌가?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인 사안이며, 2017년에는 이와 관련된 행정심판이 청구되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있지만 법 개정 전망은 밝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입장이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6년 11월 제도 개선 권고를 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얼마 전 국회의장에게 관련 법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으며, 65세에 도래한 피해사례자에 대해 긴급구제를 결정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11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고 대책 마련에 대해서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회 서비스 정책의 방향은 ‘지역사회 중심’이며, ‘공적 지원’속에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도 간 형평성’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핑계로 장애인의 삶을 나락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제도가 변화하고 맞춰가야 한다는 것을 ‘만65세 연령제한’ 문제 개선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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