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남서 부활 노리는 한국당 올드보이들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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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중진 용퇴’ 분위기와 맞물려 홍준표·김태호 출마 의지 논란

21대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 총선과 마찬가지로 현역 물갈이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여권에선 ‘586 세력’, 자유한국당에선 ‘영남 중진’ 등을 겨냥한 용퇴 압박이다. 또 한쪽에서는 불출마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엊그제 영남 지역구 한 의원에게 "여야 현역 용퇴론과 불출마의 핵심 요지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더니 "인적 혁신이다"고 했다. 물갈이에 성공한 정당이 역대 총선을 이겼으니, '유능한 정당' 이미지를 부각시켜줄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작년 4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대화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작년 4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대화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하지만 총선 승패를 좌우할 경남에서 한국당 총선 시계는 거꾸로 가는 듯하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 등 굵직한 정치 경력을 가진 소위 '올드보이'들이 총선 출마를 통해 정치 전면에 재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1월 "내년 총선에서 대구나 경남 창녕에서 출마하겠다"고 했고, 김 전 최고위원은 지난 8월 자신의 고향인 경남 거창이 속한 '거창·함양·산청·합천' 지역구 출마를 이미 선언했다.

홍 전 대표 등은 자신의 고향에서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패한 홍 전 대표는 "정권 교체를 위해 여의도에 들어가야겠다"고 했고, 역시 작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김경수 지사에 패한 김 전 최고위원도 "원내에 진입한 후 더 큰 역할과 희생을 할 각오다"라고 했다. 이번 총선을 발판삼아 차기 대권 행보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홍 전 대표는 "나는 4선을 전부 험지(險地)에서 했다. 영남에 내려오면 난 영남 초선"이라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달 중순쯤부터 거창에 머물면서 총선 도전 행보를 시작한다. 김 전 최고위원은 "여태껏 당의 요구대로 험지에 출마했지만, 지금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이번에는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한국당 안에서 제기된 '영남 중진의원 용퇴론'에 선을 그으며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다시 말해 험지 출마를 통한 '총선 역할론'보다 '여의도 무사 귀환'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만약 예상대로 홍 전 대표 등이 창녕과 거창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가정하자. 두 인사는 거창 지역구 현역인 강석진 의원, 창녕 지역 출마 예정자들과 경합해야 한다. 어쩌면 인적쇄신을 관철하려는 한국당 지도부의 의지 때문에 당내 경선조차 거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두 인사는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다. 고향을 떠났던 홍 전 대표 등이 "흘러간 물이 고향에 들어온다"는 지역구 민심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그래도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정당에 비해 한국당이 인적 혁신에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은 정계에 만연해 있다. 홍 전 대표 등이 '보수 텃밭'에서 당선되더라도, 탄탄한 대권행보가 만들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이 벌써부터 흘러나오는 이유다.

최근 창녕군청 인근에서 만난 한 군민은 "'올드보이'들의 귀환은 차기 정치 세력들의 역량 부족 탓이다"고 지적했다. 10년 전 인물들이 다시 총선에 나와 경쟁을 펼치는 현실을 비꼰 말이다. 또 총선 공천이나 한 번 더 받겠다고 줄이나 서려는 40~50대 정치인을 향해 터져 나온 볼멘소리다. 그들은 "우리나라 정치에 미래가 안 보인다"고 한다. '변화'와 '새 인물'에 목말라 있는 거창, 창녕지역민들의 탄식 소리를 정치인들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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