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CJ올리브영, ‘매각설’ 끊이지 않는 이유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1 10:00
  • 호수 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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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공식 부인에도 ‘4세 승계 방정식’의 핵심으로 평가돼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CJ그룹은 지난 11월15일 CJ올리브영 매각설이 불거지자 공시를 통해 이처럼 공식 부인했다. CJ그룹의 공식적인 해명에도 매각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지 않다. 이유는 분명하다. CJ그룹이 최근 수년 사이 여러 계열사를 매각한 사례가 많았고, 무엇보다 분할을 통해 곧 홀로서기를 시작할 CJ올리브영이 CJ그룹 승계 이슈의 핵심 연결 고리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CJ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자리한 이재현 회장의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그룹사 지배력 강화 시나리오에 ‘CJ올리브영(現 올리브네트웍스·12월27일 최종 분할)은 늘 핵심에 자리했다. 이 부장이 분할될 CJ올리브영 지분을 지렛대 삼아 지주사 지분 매입 재원으로 활용하는 그림의 실현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실 CJ올리브영의 매각설은 시장에서는 구문으로 평가된다. 인수·합병(M&A) 업계는 CJ그룹이 이미 오래 전부터 경영권 지분에 대한 다양한 매각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파악한다. 시사저널은 올해 2월 ‘CJ, 올리브네트웍스 해법 찾기 나서나’라는 기사를 통해 CJ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분할과 CJ올리브영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CJ그룹은 “검토한 바 없다”라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올리브네트웍스는 실제 CJ올리브영 부문과 정보기술(IT) 부문으로 분할됐다.

과연 1년여가 흐른 지금, CJ그룹의 승계 시나리오에서 CJ올리브영의 역할과 위상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시사저널은 다시 한 번 그 다양한 시나리오와 실현 가능성을 추적·분석했다.

서울 중구 올리브영 본점 ⓒ시사저널 고성준
서울 중구 올리브영 본점 ⓒ 시사저널 고성준

‘통매각’에서 ‘일가 지분 매각’으로 선회

CJ올리브영은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압도적 1위다. 올 상반기 기준 매장 수는 1233개에 달한다. 기업가치는 6600억원이 넘는다. CJ그룹은 기업 분할 과정에서 CJ올리브영의 지분가치를 약 6629억원으로 평가했다. 2014년 말 CJ시스템즈에 흡수 합병됐을 당시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5년여 만에 7배 넘게 증가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CJ그룹 측은 CJ올리브영의 통매각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국내 H&B 사업 성장세의 한계다. 최근 H&B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CJ올리브영의 출점 속도는 분화되고 저마진 신규 점포가 증가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와 최저임금 인상 등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올리브영의 모멘텀이 둔화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CJ올리브영은 국내 H&B 시장의 절대강자다. 후발주자인 랄라블라(150여 개)와 롭스(120여 개), 부츠(15여 개) 등의 매장 수를 합친 것보다 4배 이상 많다. 후발주자들이 CJ올리브영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이에 2위 업체인 랄라블라(GS리테일)나 3~4위 업체인 롭스(롯데), 부츠(신세계) 등에서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것이고 매각 금액 역시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내부적으로 H&B 사업의 성장성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올해 CJ올리브영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400억원, 4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1%, 151.2% 급증했다. 5년 전 연간 매출이 4000억~5000억원대에 머물고 적자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한 만한 성장이다.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글로벌 뷰티 공룡’ 세포라가 한국에 상륙하며 급속히 몸집을 불리는 것에도 자극을 받았다. 이에 CJ올리브영의 오너 일가 쪽 소수지분만을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안’으로 최근 부상했다.

CJ올리브영에 대한 오너 일가의 보유지분은 44.1%로, 장남 이 부장의 보유지분(18%)이 가장 많다. 반면 지주사에 대한 이 부장의 지분율(2.8%)은 이 회장(42.1%)에 비해 아직 미약하다. 이 부장이 CJ올리브영의 지분을 매각해 ‘총알’을 확보하면 이중 일부를 지주사 매입 재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부장이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하면 1800억원 정도를 확보할 전망이다. 이 부장 입장에서는 당장 이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 모두를 매입하기는 부담이 있지만, 지분 일부라도 확보해 지배력을 공고히 할 재원 마련 필요성이 높다.

“살 곳이 마땅치 않다”

문제는 시장이 CJ올리브영을 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CJ그룹 안팎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이 올 좋은 성적표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몸값 평가’는 기대만큼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거시경제 전망이 극도로 불확실한 데다 한국의 쇼핑 문화가 오프라인에서 이커머스(e커머스) 쪽으로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CJ그룹이 CJ올리브영 매각을 공식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팔 수 있다’라는 인식이 시장 전체에 퍼지면서 CJ올리브영 매수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급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CJ그룹”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 홀로서기에 나설 CJ올리브영은 사업 확장 및 외부 투자 유치 등을 통해 기업가치 높이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CJ올리브영은 독립 후 글로벌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 9월 자체 브랜드 최초로 대만 대표 드럭스토어 코스메드에 입점했다. 또 중국, 싱가폴 등 동남아 중심의 신규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몰 내 카테고리 전문관을 확대하고, 해외 소비자들을 위한 글로벌몰을 구축하는 등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짤 예정이다.

외부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국내외 재무적투자자나 해외 전략적투자자 등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신사업 확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시장에서 회사 가치를 평가받아볼 기회도 가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이 적정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면 기업공개(IPO)를 거쳐 이 부장 등 오너 3세들의 지분가치를 극대화 하는 전략도 노려볼 수 있다. 주식을 상장과 동시에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을 통해 지주사인 CJ 지분을 확보하거나 이 회장으로부터 CJ 지분을 증여받기 위한 세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CJ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홀로서기에 나설 CJ올리브영이 향후 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면서 “향후 CJ올리브영은 기업 가치를 높일 내실 다지기와 몸집 키우기를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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