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후계자 이선호의 험난한 승계 방정식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1 10:00
  • 호수 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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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기는 CJ(주) 주가에 재계 의문의 시선

CJ그룹이 안고 있는 최대 리스크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건강이다. 그는 선천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 젊은 시절부터 근육이 수축되는 희귀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CMT)를 앓아왔다. 2013년 7월 조세포탈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된 뒤로는 상황이 한층 악화됐다. 신장에서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부인 김희재씨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지만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2016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하기 전까지 계속 병원과 구치소를 오갔다. 그러면서 한때 80kg을 오르내리던 체중은 40kg대까지 빠졌다.

이 회장 변호인은 재판부에 그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는 단순히 동정표를 얻기 위해 과장한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직까지 후계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후계자는 사실상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다. 올해 서른 살인 그는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아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경영능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변종 대마초를 밀반입하고 흡연한 혐의로 구속되는 일마저 벌어졌다. 이 부장은 10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자유의 몸이 됐지만 시장과 CJ그룹 내부의 큰 불신을 샀다.

ⓒ 시사저널 포토
ⓒ 시사저널 포토

경영능력 인정도 지분 마련 준비도 미비

물론 이 부장의 나이가 젊은 만큼 향후 그에 대한 평가가 반전될 소지는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한 준비가 아직 미흡하다는 데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옥중에 있던 2014년 말 무렵부터 본격적인 승계 작업을 시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건강 악화로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이 CJ그룹의 경영권을 거머쥐기 위해선 그룹 지주사인 CJ(주)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CJ(주)가 CJ제일제당·CJ ENM·CJ CGV·CJ프레시웨이·CJ올리브네트웍스·CJ푸드빌 등 주요 계열사를, 이들 계열사가 다시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부장은 어떻게든 CJ(주)의 최대주주(42.07%)인 이 회장의 지분 전량을 넘겨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회장이 보유한 CJ(주)의 지분 가치는 얼마나 될까. 12월4일 현재 종가(9만1300원)를 기준으로 하면 1조1207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고율의 세금이다. 상속·증여 금액이 30억원 이상인 경우 50%의 상속·증여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현행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보유 주식 할증평가’ 제도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소유한 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세율이 최대 65%까지 올라간다. 이 부장이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넘겨받을 경우  최대 7285억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승계 자금 마련 창구는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CJ시스템즈(현 CJ올리브네트웍스)였다. 내부거래율이 80%를 상회하는 알짜 회사로 당초 이 회장(33.18%)과 CJ(주)(66.32%)가 지분을 100% 보유해 왔다. 이 회장은 2014년 12월1일 이 부장에게 CJ시스템즈 지분 15.91%를 증여했고, 그다음 날인 12월2일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을 합병시키면서 CJ올리브네트웍스가 탄생했다.

그 직후 CJ올리브네트웍스의 매출은 기다렸다는 듯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 부장의 지분 확보 이듬해인 2015년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699억원)도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재계에서는 일련의 과정이 이 부장에 대한 승계 작업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CJ그룹은 사업 시너지를 위한 목적일 뿐, 승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계열사 합병·분할 등의 수혜 대부분이 이 부장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이재현 CJ그룹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 뉴시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 뉴시스

승계 시작 후 CJ 주가 지속 하락…“의도적?”

현재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최근 올리브영의 기업 가치는 6630억원으로 평가됐다. 현재 업계에서는 올리브영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만일 평가된 가격으로 올리브영을 매각할 경우 이 부장은 1191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거머쥘 정도로 CJ(주) 지분을 확보하기엔 부족한 액수라는 평가다.

이 부장에 대한 승계와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은 CJ(주) 주가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시기는 공교롭게도 승계 작업이 시작된 시점과도 맞물린다. 실제, 2015년 8월13일 30만9764원이던 CJ(주) 주가는 4년간 점차 하락해 올해 8월16일 7만5100원까지 낮아졌다. 과거 최고가를 기록하던 시절(2조4610억원) 대비 1조7000억원 이상의 세금 부담을 덜어낸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주가 하락은 악재지만 이 부장에게는 호재가 된 것이다. 주가가 하락한 만큼 지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이 부장은 CJ(주) 주가 부진으로 상당한 이익을 누리게 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4월29일 IT 사업부문과 올리브영 사업부문으로 인적 분할한 뒤, 분할 신설법인인 IT 사업부문을 CJ(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CJ 자사주와 씨제이네트웍스 IT 사업부문의 주식교환 비율은 1 대 0.5444487다. 분할 비율과 기업 가치 비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액면분할 전 기준 IT 사업부문 주식 1주당 CJ(주)의 자사주 5.4주가 지급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환·이전일인 오는 12월27일이 되면 이 부장은 처음으로 CJ(주)의 지분 2.8%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이 부장은 CJ(주) 주가 하락으로 2015년 8월 주가 최고점 대비 3배에 가까운 지분을 쥐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투자(IB)업계와 주주들 사이에선 CJ 오너 일가가 승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CJ(주) 주가를 누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또 승계가 마무리되기 전까진 CJ(주) 주가 상승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왔다. 그러나 CJ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상자기사 참조). 이 관계자는 “CJ(주)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룹 주요 계열사 전반이 계속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영난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CJ(주) 주가 부양 위한 노력은 전무

그러나 적어도 CJ그룹이 CJ(주)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데 주주들과 IB업계에서는 이견이 없다. 물론 CJ그룹도 항변의 여지는 있다. CJ(주)가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라는 명목으로 지난해 7월 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직후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자사주 매입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주 매입으로 오히려 주가가 하락해 자사 펀드 고객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CJ그룹은 강 회장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사주를 매입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매입한 자사주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했다. CJ(주)가 올리브네트웍스 IT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이 부장 등 오너 일가에 넘기기로 한 자사주가 바로 이것이다. 주주 가치의 제고가 아니라 승계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렇다 보니 현재 CJ(주) 주가는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된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서 숏 전략으로 489% 수익률을 남겨 영화 《빅쇼트(Big Short)》의 실제 주인공이 되기도 한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최근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저평가된 주식이 많다고 설명하며 꼽은 종목 중 하나도 CJ(주)였다. 결국 부의 대물림을 위해 주주들의 권익은 뒷전에 놓이는 구조, 달가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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