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천길재단, 수백억 남긴 ‘부천 병원 부지’ 매각 의혹 증폭
  • 경기취재본부 서상준 기자 (sisa220@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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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의료부지 60억 매입, 올해 340억 차익 남기고 되팔아
재단 측 "이길여 이사장, 공식 직함 없어…토지 매각 관여 안했다"
부천시의회 "부동산 투자였다는 심증만…시의회 차원에서 계속 주시할 것"

가천길재단이 지난 2001년 병원 건립을 목적으로 매입한 의료부지를 최근 수 백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해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20여년 째 병원을 건립하지 않고 미적대다가 결국 특수목적법인인 A회사에 되판 것으로 확인됐다. '인류애를 실천하는 공익재단'이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가천길재단이 돈벌이 용도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가천길재단이 지난 2001년 의료부지 용지로 매입한 경기 부천시 상동 588-4번지 토지(면적 2만3401.4㎡)를 수백 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되팔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토지 등기부등본 내역. ⓒ서상준 기자
가천길재단이 지난 2001년 의료부지 용지로 매입한 경기 부천시 상동 588-4번지 토지(면적 2만3401.4㎡)를 수백 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되팔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토지 등기부등본 내역. ⓒ서상준 기자

가천길재단, 병원 부지 '투자 목적'으로 매입 의혹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해보면 가천길재단은 경기 부천시 상동 588-4번지 토지(면적 2만3401.4㎡)를 올해 7월10일 A사에 400억원에 매각했다. 2001년 당시 60억1355만원에 매입해 무려 340억원 가량의 시세 차익을 남긴 것. 당시 물가나 화폐가치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과도한 투자이익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가천길재단이 애초 병원 건립에는 관심이 없었고,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해당 부지를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천길재단은 2002년 부천시로부터 지하 5층, 지상 15층, 641병상 규모의 길병원 건축허가를 받고도 6년간 건축행위를 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부천시에 건폐율·용적률 등 규제요건 때문에 경영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병원 건립을 20년 째 미뤄왔다. 

취재결과, 재단 산하 길병원 측은 토지 매입을 앞두고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해당 부지에 대한 규제요건은 물론 인근 토지까지 분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길병원 관계자는 "(수지)타산이 맞았기 때문에 매입한 것"이라며 "(부천)상동 부지 매입 전부터 규제요건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건립 의지만 있었다면 10년 전에 이미 병원 공사를 마쳤어야 했다는 얘기다.

가천길재단 측은 매각이 완료됐으니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다. 재단 홍보실 관계자는 "처음에는 병원을 하려고 매입했으나 주변 환경이나 상황이 바뀌다보니 토지를 매각하게 됐다"며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어 일부 부지는 어린이병원을 (부천시에) 기부채납하려고 설계 변경을 두 번이나 했으나 여의치 않아 이렇게 (부지를 매각하게)된 것"이라고 했다.

부지 매각과 관련해 이길여 이사장이 직접 관여했느냐는 질문에는 "이 이사장은 현재 길병원에 공식적인 직함이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의료 부지니까 병원장이 결정했을 것이고, 이 건에 대해서도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해당 부지, 용도 변경 절대 불가능…"수익 없는데 다른 의도 있을 것"

의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해당 부지는 '종합의료시설용지'로 지정돼 병원 등 의료시설 외에 아파트 등 상업적인 목적으로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12월 현재 등기부등본에는 부동산 신탁회사(자금력이 부족한 토지 소유자로부터 토지를 신탁받아 부동산개발, 관리, 처분 등으로 수익을 얻는 목적)로 소유권이 이전된 상태다. 앞서 A사는 지난 7월 초 법인을 설립해 토지를 매입하고, 한달 뒤인 8월16일 부동산 신탁회사인 B신탁을 지정해 소유권을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현행법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토지를 신탁사가 넘겨 받았다는 점에서 다른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왔다.

부천시의회 박병권 도시교통위원장은 "현행법으로는 의료부지여서 그 땅을 매입할 수 없다. (수익 타당성을 따져보면 매입이 쉽지 않을텐데) 어떤 목적으로 400억원이나 주고 매입했는지 궁금하다"며 "그 회사도 현재 상태에서 아파트 등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알텐데 (용도 변경 가능 여부 등) 다른 식으로 해석한 게 아닌가"라고 의문을 품었다. 박 위원장은 "부동산 투자였다는 심증도 있다. 그렇지만 물증이 없으니 시의회 차원에서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종합의료시설용지로서 용도 변경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용도변경) 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쉽게 바뀔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천시는 가천길재단이 수년째 병원 건립을 미루자 지난 2008년 4월 약식 감정평가를 실시해 당시 감정가인 150억원에 환매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가천길재단은 일반 감정가인 250억원을 요구해 협의가 결렬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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