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의 늪’ 빠졌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1 10:00
  • 호수 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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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성과 내는 계열사는 CJ대한통운 건설부문 뿐"

CJ그룹 주요 계열사 대부분의 실적이 부진의 늪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 상황을 ‘전례에 없던 위기’로 표현했다.

CJ CGV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늘었다고 밝혔다. / 사진=CJ CGV
ⓒ CJ CGV

먼저 CJ CGV가 위기를 맞았다. CJ CGV는 최근 수년 사이 야심 차게 해외 멀티플렉스 시장 공략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둬왔다. 문제는 2016년 진출한 터키 시장에서 불거졌다.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CJ CGV는 그해 메리츠종금증권(FI)과 손잡고 터키 내 최대 영화사업자인 마르스(MARS)를 6000억원에 인수했다. 문제는 이에 앞서 메리츠종금증권과 체결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었다. 여기엔 2021년 원화 기준 공정가치가 투자원금을 밑돌면 차액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계약은 CJ CGV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과의 경제전쟁의 여파로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CJ CGV에는 1776억원의 TRS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306%이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713.7%까지 치솟았다. 앞서 7년간 CJ CGV 장수 경영자로 활동해 온 서정 전 CJ CGV 대표가 올해 초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터키 투자 실패에 대한 문책 차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CJ CGV는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의 지분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CJ CGV는 이들이 소유한 특수목적법인(SPC) 지분 25%를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이들 법인이 그동안 상당한 성장세를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CJ CGV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J푸드빌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1004.6%(부채 5524억원)까지 치솟았다. 과도한 금융비용으로 매년 순손실을 기록해 온 결과다. CJ푸드빌은 부채 해소를 위해 커피전문점 브랜드 투썸플레이스의 지분 45%를 텀블러아시아에 2025억원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푸드빌의 부채비율은 지난 9월말 기준 235.6%까지 감소했고, 매각 대금이 영업외수익에 포함되면서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앞길이 밝진 않다. 투썸플레이스가 푸드빌 내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오던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썸플레이스의 지분 매각을 결정한 건 뚜레쥬르나 빕스, 계절밥상 등 다른 브랜드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실제 뚜레쥬르는 1위 사업자인 파리바게뜨와의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있고, 빕스와 계절밥상은 수익성이 낮은 점포 중심으로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무리한 M&A로 부실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미국의 냉동식품업체 쉬완스를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2조원으로 CJ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다. 쉬완스 인수로 차입금이 급증하면서 CJ제일제당의 재무 상황에는 적생등이 켜졌다. CJ제일제당이 비수익 사업과 유휴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인수해 놓고 보니 쉬완스는 수익성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쉬완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67억원, 영업이익률은 2.7%에 그쳤다.

단체급식업체인 프레시웨이는 그나마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 계열사다. 그러나 이 회사 내부에선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프레시웨이는 과거 고성장이 예상되던 계열사였지만, 2013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구속으로 전략적 투자 결정 시기를 놓쳐 아워홈 등 경쟁업체에 순위를 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사업 강화를 위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한화 외식사업부 인수에 공을 들였지만 결국 불발에 그친 것이다. 이는 CJ제일제당이 쉬완스를 인수한 이후 외형 확장보다 내실을 다지라는 내부 지침이 내려온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CJ의 한 내부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 중에서 그나마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CJ대한통운 건설부문 정도”라며 “전반적인 부진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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