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 6465] “대통령님 부탁드립니다. 지금처럼 살 수 있게 해주세요”
  • 김종일·박성의·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박성의 기자
  • 구민주 기자
  • 승인 2019.12.10 10:00
  • 호수 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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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지원을 받는 분들이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으로 전환이 돼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해법을 찾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120분 중 단 36초. 대통령의 이 짧은 두 문장은 공허한 싸움으로 지쳐 있던 장애인들에게 다시금 실낱같은 기대를 안겼다. 11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65세 장애인 활동지원 제한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처음으로 내비쳤다. 이를 지켜본 장애인들은 “이번만큼은 말뿐인 약속이 아니기를!” 소망하며 정부의 후속 대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중증 장애 사례자들로부터 대통령에게 하고픈 얘기를 담은 편지를 받았다. 본지에 실린 편지는 몸이 불편한 사례자들의 사정을 감안해, 이들의 육성을 활동지원사 또는 가족이 대필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65세 전후로 바뀌어버리는 현 제도의 조속한 시정을 대통령에게 간곡히 요구했다.

“너무 억울해 밤마다 웁니다”

지난 7월 만65세를 넘긴 1급 지체 장애인 김순옥씨는 “너무 불편하고 억울해 매일 밤마다 웁니다”라며 기존 지원을 계속 받고 싶다는 바람을 편지에 담았다. 순옥씨는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시설에는 죽어도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25년간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다, 5년 전 60세라는 늦은 나이에 시설을 나와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오는 1월 65세 생일을 앞두고 있는 중증 장애인 이익재씨도 “현 제도가 왜 생겨났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라며 편지를 시작했다. 익재씨는 국회에 관련 법률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데 대해 “이 문제만큼 중요한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조속히 ‘잘못된’ 제도를 바꿔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절실히 담았다. 

지난 10월 만65세 생일을 맞아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는 권오태씨 역시 현 상황에 대한 ‘절망감’을 표현했다. 그는 편지에 “저는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지체 1급 장애인입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이렇게(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 되는 것은 저희 같은 장애인들은 죽으라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기본 생활조차 영위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라 호소하며 65세 연령 제한 철폐를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시사저널이 만나 직접 받은 이들의 편지에는 각기 표현은 달라도 결국 ‘지금처럼만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동일한 외침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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