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운명의 한 주’가 밝았다…‘한국당 패싱’ 현실화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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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 건 與野 “양보는 없다” 평행선 대치
‘4+1 협의체’ 예산·선거법·검찰개혁 9일 상정 예고 “10일까지 현안 처리”
한국당 새 원내대표 선거가 변수

여야가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 정국 현안을 놓고 운명의 한 주를 맞이했다. 내년도 살림살이를 담은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에 각종 민생법안까지 복잡하게 뒤엉킨 형국이다. 여야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며 벼랑 끝 혈투를 예고했다.

일단 이들 법안은 12월9일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합의한 예산안 수정안을 이날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4+1 협의체'는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연속으로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각종 민생 법안까지 일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전해철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9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어떻게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4+1 협의체'는 예산안에 이어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조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유치원3법 순으로 상정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1월26일 여야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1월26일 여야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 뻔뻔해진 국회…예산안 법정시한 무력화

일단 예산안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미 법정처리시한을 넘겨 필리버스터를 할 수도 없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4+1 협의체'가 국회법상 근거가 없다며 이곳에서 심사한 예산안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세금 도둑질하는 떼도둑"(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란 원색적 비난을 써가며 맹비난 했지만, 대응책은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국회법 85조 3항에는 예산안 심사 기간을 11월30일로 정해뒀다. 이날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은 경우 정부에서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합의로 본회의 부의를 막을 수 있지만 민주당이 빠지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정부 원안이 부의된 상태에서 수정안이 제출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에 대해 표결해야 한다.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공무원까지 겨냥하며 막판 저지를 시도했다. 그는 "공무원의 정치 관여, 직권남용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기획재정부 공무원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부망에 글을 올려 "국회가 정부 예산안에 대한 수정동의안을 만들고자 할 때 기재부가 예산명세서 작성 등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예산안 증액 동의권의 정당한 행사 과정"이라며 "혹 문제가 될 경우 모든 것은 조직의 장인 장관이 책임지고 대응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이미 스스로 만든 법을 어겼다. 예산안 자동부의는 2014년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이후 2015년과 2016년엔 12월 3일, 2017년엔 12월6일, 2018년엔 12월8일에 예산안을 처리했다. 당장 12월9일 처리된다 하더라도 올해는 이보다도 늦는 셈이다.

 

사공 많아진 선거법, '4+1 협의체' 합의안 도출이 관건

문제는 선거법 이후부터다.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놨다. 그러나 정기국회 회기인 10일까지다. 회기가 끝나면 해당 법안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우선순위로 표결해야 한다. 이미 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 다음날인 11일 하루 임시국회 소집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30일로 회기를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 47조에 따르면, 임시회의 회기는 30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을 뿐, 국회법 등에서도 최소일에 대한 규정은 없다. 회기를 두고 표결에 들어갈 경우, 4+1 협의체 쪽이 유리한 형국이다.

문제는 '4+1 협의체'에서 선거법 관련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12월8일 오후 실무회동을 통해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12월9일 오후2시 예정된 본회의 전까지 최종적인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각 당의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안 마련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 적용' 안이 유력한 합의안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4+1 여야 각 당은 비례대표 50석 중 절반인 25석만 50% 연동률을 적용해 배분하고 나머지 25석은 현행 선거법처럼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안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수처 설치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에 대해선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4+1 협의체'에선 이미 11월 공수처 설치법 단일안을 만들었다. 의원 개개인에게 확인해 찬성 의견이 이미 의결정족수를 넘어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들은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법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제안한 기소심의위원회를 추가하는 형태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 기소권을 갖되, 기소심의위를 거쳐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은 큰 변수가 없는 한 그대로 상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당 패싱 현실화…막판 극적 협상 가능성도

이른바 '한국당 패싱'이 현실화됐다. 현재까진 수적 우위에 있는 4+1 협의체가 주도권을 쥔 형국이다. '4+1 협의체'가 의결정족수(148석)로 밀어붙이면 현실적으로 한국당이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199개 민생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급한 불을 끈 한국당에게 남아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대규모 장외 집회를 통해 선거법 등을 합의 없이 처리한 민주당 등을 맹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제1야당을 빼놓고 예산안과 선거법을 처리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눈은 12월8일 오전 선출되는 한국당 새 원내지도부에 쏠려 있다. 합의를 지향하는 일부 후보가 원내사령탑에 오를 경우, 막판 극적 합의를 배제할 수 없어서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모두 새로 선출되는 제1야당 원내대표와 협의해서 순리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국당 원내대표가 (새롭게) 선출되 협상 요청이 있으면 그 때 얘기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타협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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