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 6465] “활동지원사 없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어느 장애인의 하루
  • 김종일·박성의·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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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시간 축소 앞둔 만 64세 이익재씨 동행 취재

만 64세 이익재씨는 명치 아래로 모든 감각을 잃어버린 1급 중증 장애인이다. 15년 전 퇴근길에 중앙차선을 넘은 버스에 깔려 일상을 송두리째 잃었다. 지금 익재씨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의 하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활동지원사가 방문하는 단 8시간만 살아 움직인다. 나머지는 방 한켠 침대에 반듯이 누워 홀로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 8시간마저 오는 1월 65번째 생일이 지나면 4시간으로 반토막이 난다. 만 65세 미만까지만 제공되는 현행 활동지원제도 탓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로의 강제 전환을 앞두고 익재씨는 날마다 활동사 없는 자신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던 지난 11월12일, 시사저널은 익재씨와 활동지원사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다.

활동지원사가 퇴근한 전날 오후 5시부터 줄곧 누워 밤을 보낸 이익재씨는 오전 9시, 약 16시간 만에 식사를 한다. 활동지원사가 냉장고에 있는 음식으로 상을 차린 후 익재씨의 손에 보조기를 끼워주면 익재씨는 숟가락만 갖고 서툴게 밥술을 뜬다. 다른 반찬을 집거나 물을 마시는 일은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매 끼니를 마치면 활동지원사는 곧장 익재씨가 여러 종류의 약들을 한 번에 털어 넣을 수 있도록 컵에 담아준다. 눈 치료약부터 뼈를 위한 약 등 활동지원사조차 정확히 몇 알인지 헷갈릴 정도로 먹어야 할 약이 많다.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활동지원사는 각 20여분씩 익재씨의 온 몸을 주물러준다. 매일 이렇게 스트레칭을 해주지 않으면 몸이 굳어버리기 때문에, 하루 중 결코 빼먹을 수 없는 일 중 하나라고 활동지원사는 말한다.

익재씨는 주 2회 목욕을 한다. 그리고 같은 날, 목욕에 앞서 관장 작업도 한다. 관장부터 목욕까지 1시간20분여분이 걸린다. “바로 이 작업 때문에 바로 그만두는 활동사들도 많다”고 말할 만큼 이는 활동지원사의 업무 중 가장 까다로운 일이다.

하루에도 몇 차례 활동지원사는 침대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침대로 익재씨를 안아 옮긴다. 건장한 남성 활동지원사도 익재씨를 안기 전엔 한 차례 기합이 필요하다. 활동지원사가 없다면 당장 환갑이 넘은 익재씨 아내가 이 일을 해야 한다. 익재씨는 걱정이 많다.

익재씨의 취미는 오로지 TV 시청 뿐이다. 어제도 새벽 5시까지 TV를 보다 늦게 잠들었다. 요즘 익재씨는 15년도 더 된 철 지난 드라마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그는 “한창 일할 때 챙겨보지 못한 드라마를 이제야 몰아 본다”며 “낚시나 당구 채널도 종종 본다”고 말한다.

오늘은 일주일에 두 번, 병원에 가는 날이다. 지하철로 7개 역을 지나야 있는 병원. 보통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이지만, 익재씨와 활동지원사가 이날 이동하는 데 보낸 시간은 그보다 2배인 2시간 남짓이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서 처방을 기다리고 있는 익재씨와 활동지원사. 한 번 외출을 하려 치면 준비물만 한 보따리다. 2년여 시간을 함께한 덕에 이제 활동지원사는 눈 감고도 외출 준비물을 빠짐 없이 챙길 수 있다.

익재씨의 외출은 순간순간 고비를 맞는다. 아주 완만한 경사에도 휠체어 무게를 포함해 약 80kg 무게를 밀어 올려야 하는 활동지원사의 두 팔엔 잔뜩 힘이 들어간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였지만 금세 이마와 목덜미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오랜 외출을 끝내고 돌아오니 벌써 오후 5시. 곧장 퇴근해야 할 시간이지만 활동지원사의 업무는 조금 더 남아있다. 익재씨를 다시 잠옷으로 갈아 입히고 부랴부랴 저녁 식사를 차린다. 설거지까지 마친 후 활동지원사가 집을 나선 시간은 오후 6시경. 익재씨는 이른 밤을 보낼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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