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벨라루스, 5시간 ‘국가 통합’ 논의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12.09 12: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푸틴-루카셴코, 소치에서 5시간 회담…구체적 합의 없이 2주 후 재회동 약속

북유럽 국가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재합병을 모색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벨라루스는 구소련의 붕괴 이후 러시아로부터 독립했던 국가 중 하나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999년 국가 통합에 관한 '연합국가 조약'을 체결한 이후 옛 소련 독립국 가운데 가장 밀접한 관계를 서로 유지해 왔으나 근년 들어 관계가 삐걱거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현지 시각으로 12월7일 만나 양국의 국가 통합 강화 문제를 논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이자 2014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소치에서 국가 통합 강화 문제를 중심으로 한 확대 및 단독 회담을 포함해 5시간30분 동안 만남을 가졌다. 확대 회담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세르게이 루마스 벨라루스 총리, 양국 주요 장관 등이 참석했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국가통합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2월8일(현지 시각) 벨라루스 국기를 앞세우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국가통합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2월8일(현지 시각) 벨라루스 국기를 앞세우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양측은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국가 통합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후 아무런 공동 발표도 하지 않았다. 막심 오레슈킨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짧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데 그쳤다.

오레슈킨은 "석유·가스 문제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면서 "양측의 입장이 아주 많이 가까워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이 약 2주 동안 실무자들 간 조율을 거친 후 12월20일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수출하는 석유·가스 가격이었다. 회담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수입하는 석유·가스 가격이 러시아 국내 가격과 같아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에) 값싼 가스나 석유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가스를 (1천㎥당) 200달러, 석유를 배럴당 63달러에 살 준비도 돼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조건이 동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 200달러에 사면 (러시아의) 경쟁 기업도 같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양국이 통합 국가를 지향하는 만큼 벨라루스의 에너지 도입 가격이 러시아 기업의 에너지 구매 가격과 같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현재 벨라루스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1000㎥당 127달러에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벨라루스 연합국가 조약은 지난 1999년 12월8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이 체결했으며, 뒤이어 양국 의회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 2000년 1월26일 발효됐다. 양국은 이후 조약 이행을 위한 협상을 지속적으로 벌여 왔으나 근년 들어 석유·가스 공급가, 단일 통화 도입, 벨라루스 내 러시아 군사기지 건설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에서 난항을 겪어 왔다.

벨라루스는 불평등한 조건으로 연합국가에 가입하거나 국가 주권을 잃고 러시아로 통합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벨라루스는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방사선 낙진 피해로 인해 국토 20% 이상이 여전히 오염돼 있고 장기 독재체제의 후유증으로 정치 혼란과 경제난이 심화하고 있다.

'백러시아(White Russia)'라고 불리는 벨라루스는 폴란드에서 러시아로 넘어가는 길목에 놓여 역사적으로 주변의 폴란드·러시아·리투아니아 등 강대국들에 의해 자주 주인이 바뀌곤 했다.

한편 벨라루스 야권 지지자들은 12월7일부터 이틀 동안 러시아와의 국가 통합에 반대하며 수도 민스크 시내에서 시위를 벌였다. 7일에는 약 1000명, 8일에는 수백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시위대는 12월8일 양국 국가 통합 일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민스크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