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림감으로 전락한 대전시 도시브랜드 슬로건 공모
  • 세종취재본부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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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건 후보군에 대해 차가운 댓글들 많아
한글 없는 영문 일색에 대한 불만 가득
차별성 부족, 지역 특성 부제 등 이유로 기존 슬로건 유지 의견도

“노잼대전 이 빠졌어요!” 

“댓글에서도 인정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행정을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1차 심사는 개나 소나 할 수 있나 보군. 혁신, 과학, 첨단 ㅋㅋㅋㅋㅋㅋ 다 똑같아”

대전광역시가 대전시 출범 70년과 대전광역시 승격 30년을 기념해 추진하고 있는 대전 도시브랜드 슬로건 시민 공모전에 사이트에 올라온 시민들의 반응이다.

대전시는 기존 브랜드 ‘이츠대전’이 타 시·도 슬로건보다 인지도가 낮고, 발음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 8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새로운 슬로건에 대한 시민 공모전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총 2900여 건의 후보를 접수하고 상표등록이 가능한 1560건에 대해 심사를 거쳐 20건을 시민 투표 대상으로 선정했다. 대전시는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 결과를 최종 선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시민투표 대상 20건은 ▲ All U Daejeon, ▲ Beyond Thinking Daejeon, ▲ Be.Liv.U Daejeon, ▲ Daejeon Do It, ▲ Daejeon is U(대전이쥬), ▲ daejeON & ON, ▲ Daejeon:able, ▲ Dream On Daejeon, ▲ Future Gate Daejeon, ▲ Innovate Daejeon, ▲ Link Up Daejeon, ▲ Now On Daejeon, ▲ ON Daejeon, ▲ Science City Daejeon, ▲ Sciencepia Daejeon, ▲ Smart Hub Daejeon, ▲ Smart Up Daejeon, ▲ Start Up Daejeon, ▲ Turn ON DaejeON, ▲ With Daejeon 등이다.

대전시가 새로운 도시브랜드 슬로건 ‘시민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
대전시가 새로운 도시브랜드 슬로건 ‘시민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

새 도시브랜드 슬로건 후보 반응은 시큰둥

11일 오전 현재 대전시소 홈페이지(https://www.daejeon.go.kr/seesaw/)를 통해 약 1400명의 시민이 투표에 참여했다. 대전시는 설문 종료 후 추첨을 통해 120명에게 기프티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참여율과 별개로 새 슬로건 후보나 슬로건 선정에 대한 의견은 별로 좋지 않은 듯하다. 투표를 진행하는 홈페이지에는 공모전이나 후보들을 비판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현재 홈페이지에는 약 120건 정도의 댓글이 달려있다.

굳이 새로운 슬로건 선정을 진행해야 했는가에 대한 비판은 공모전 추진 당시부터 지적해 왔던 내용으로 새롭지 않다. 그 외에도 후보로 올라온 슬로건들이 대부분 타 도시와 차별성도 부족하고 지역 특색도 살리지 못했다는 등의 혹평이 많다.

후보 전체가 영문인 것에 대한 불만도 다수다. ‘이츠대전’ 발음이 어렵다고 새 슬로건 공모를 진행한다고 했으나 대부분의 후보가 기존 슬로건보다 읽기 불편하다. “영어로만 브랜드슬로건 쓰면 무조건 세련되고 좋아 보인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라거나 “한글 사랑 나라 사랑 백날천날 부르짖으면 뭐 하나”, “이름이 영어인 게 참신하지도 않고 더 촌스럽다” 등의 의견이 넘쳐난다. “이럴 거면 공모할 때 영어로만 쓰라고 하지”라고 비꼬는 댓글도 보인다.

 

슬로건 후보에 대한 의미 이해부족, 모방 의혹까지

후보 중 ‘Dream On Daejeon’에 대해서는 “대전은 희망이 없다는 뜻이냐”는 지적도 등장했다. ‘dream on’의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해석한 것이다. ‘Smart Hub Daejeon’과 ‘Start Up Daejeon’은 “대전 지역 한 대학의 슬로건을 모방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IsU를 누가 이쥬로 읽나?”라며 “차라리 EU가 더 자연스러운데 후보에도 없다”라고 꼬집는가 하면 “대전 토박이지만 대전 사람들은 충청도 사투리 안 쓴다”라며 사투리를 표방한 브랜드명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시민도 있다.

“콩글리시 행렬. 행정력, 예산 낭비. 차라리 성심당 대전이 더 낫다”, “성심전으로 하자”라는 등 대전의 유명 지역 빵집 이름보다 못한 슬로건 후보들이라는 혹평도 보인다. 기존 ‘이츠대전‘을 계속 사용하자는 의견도 적지않다.

한 대전시민단체 회원은 전화 통화를 통해 “그동안 대전시의 수많은 광고 관련 의혹들이 떠오르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라며 “지난 11월에 진행한 ‘대전 도시브랜드 슬로건 공모전 시민심사단 심사위원회’에서 슬로건 방향이나 적합성에 대해 강의한 내용이랑 달라서 당황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찬성하는 측도 있다. "2022년 세계지방정부연합총회가 대전에서 개최되는 만큼 영어로 선택하는것이 타당"하다거나 "글로벌 시대에 영어로 선택하면 좋겠다"는 의견 등이다.

아무튼 많은 우려 속에 강행한 도시브랜드 슬로건 교체 사업인 만큼 기존 ‘이츠대전’보다 반드시 좋은 이미지여야 한다. 대전시는 공모전 예산에만 4000만원을 사용하고 이후 시내 다양한 디자인 교체비용에 2~3억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이츠대전’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데 필요한 홍보‧마케팅 비용은 얼마가 들어갈지 아직 미지수다.

‘국가 브랜드’라는 용어를 창시한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가 설립한 ‘안홀트-GMI’는 매년 ▲ 도시의 국제적 지위, ▲ 아름다움, ▲ 경제적‧교육적 기회, ▲ 재미‧역동성, ▲ 시민의 친절성, ▲ 기본적 도시 속성의 6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도시 브랜드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대전시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도시브랜드 슬로건 변경이 이 6가지를 만족하는 사업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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