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규제는  ‘디지털 문명’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 최재붕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포노사피엔스》 저자 (boong33@skku.edu)
  • 승인 2019.12.13 16:00
  • 호수 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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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포노사피엔스] 혁신 거부하면 기업 미래 없어…KBS는 유튜브 시대에 시청료 올려 달라고 호소하기도

2019년 중국의 솽스이데이(광군제) 매출은 45조원으로 전년 대비 또 26% 증가했다. 5억 명이 무려 29억 건의 쇼핑을 했다. 이 문명은 미국으로 건너가 사이버먼데이라는 새로운 쇼핑 트렌드를 만들었고, 전통의 블랙프라이데이 매출(84조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투자자본의 쏠림 현상이다. 지난 12월8일 애플의 시가총액이 1403조원을 기록하며 코스피 시총 합계 1398조원을 넘어버렸다. 포노족 문명 창조기업의 가치가 우리나라 대표 기업 모두의 가치를 넘어버린 셈이다.

그야말로 ‘코스피 굴욕의 날’이 왔다. 시가총액은 미래성장에 대한 투자자본의 기대치다.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세계 자본의 평가가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냉정한 지표다. 세계 7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애플·MS·구글·아마존·페이스북·알리바바·텐센트)의 시총 합계는 6669조원에 이르렀다. 1년 사이에 2500조원 증가했다. 그런데 왜 우리 기업들에는 투자가 없을까.

6월19일 오후 개인택시 기사들이 ‘타다’ 퇴출 촉구 집회를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벌이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6월19일 오후 개인택시 기사들이 ‘타다’ 퇴출 촉구 집회를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벌이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해외자본 투자할 한국 디지털 기업이 없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투자할 기업이 없다. 가장 최근에 사회문제로 불거진 것이 ‘타다’에 대한 규제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한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소비자는 혁신을 원하는데 정치권은 변화가 싫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리더십의 혁신은 아직 멀었다는 자본에 대한 메시지다. 얼마 전에는 꼬마 유튜버 보람이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월 37억원의 광고비를 벌어 청담동에 100억원짜리 빌딩을 샀다는 기사가 나자 노동에 대한 가치파괴다, 아동 학대방송이다, 규제해야 한다 등등 온갖 성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아예 특집방송을 편성해 비판에 나섰다. TV의 권력은 용인해도 유튜버의 권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우리 사회의 고집스러운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소위 ‘개망신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라는 데이터 3법에 대한 개정도 난관에 봉착해 있다. 법개정에 대한 부작용 얘기만 3년간 무성할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데이터의 활용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산업계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지만 우리 관심 밖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디지털 문명에 대한 거부감으로 가득한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교육 분야의 화두는 무경쟁 평등 교육을 위한 특목고 폐지와 정시 확대다. 이제 이것도 저것도 믿을 수 없으니 오직 시험으로 해결하자는 거다. 디지털 시대, 인공지능 시대가 이미 코앞이고 일자리가 모두 바뀌는 혁명적 변화가 현실이 된 지금, 암기 위주 수능공부가 미래 인재 양성에 가장 적합하다는 우리 어른들의 결정이다. 아이들이 웃을 일이다. 그래도 꿈쩍 않는다. 이런 나라의 미래에 투자할 해외 자본은 없다.

그렇다면 산업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현대자동차는 향후 6년간 61조원을 투자하고 그중 모빌리티 산업에 20조원을 투입해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를 회사의 미래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호주·동남아·인도 등의 공유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에 수조원을 투자한 상태다. 문제는 정작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손을 뗐다는 거다. 불법이기 때문이다. 공유 서비스도, 자율주행도, 택시 보호를 위해서는 희생해야 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 탓이다. 보호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택시 보호를 위해 현대자동차가 지금 벌어 미래에 투자해야 할 돈 20조원이 모두 해외 청년들의 벤처창업에 지원된다는 것 또한 명백하다. 우리 사회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팩트다.

이번에는 TV를 보자. 최근 우리나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후 7시 이후 즐겨 보는 영상은 유튜브가 57%로 1위, 2위는 27%의 TV, 3위는 5%의 넷플릭스가 기록했다. 이미 유튜브가 TV의 2배 이상이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KBS 사장이 시청료를 올려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적자만 655억원이니 당연하다. 국민은 보지 않는데 시청료는 올려 달라니. 엉거주춤하는 사이 유튜브는 TV 문명을 밀어내고 세계 영상 플랫폼 1위에 당당하게 올랐다.

그렇다면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은 어떤 모습일까.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아미(ARMY) 덕분에 세계 1위로 성장한 아이돌 그룹 BTS는 연간 5조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낳는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렇게 욕을 먹던 보람이의 구독자는 2210만 명으로 키즈 유튜버 세계 1위 라이언에게 70만 명 차이로 접근했다. 빌딩 구입 기사가 나간 지 5개월도 채 안 돼서 무려 500만 명의 해외 구독자가 늘었다. 우리 어른들 판단대로라면 이미 망했어야 하는데 5대양 6대주 아이들 팬덤은 더욱 거세게 확산 중이다. 편당 조회 수는 이미 압도적인 세계 1위다. 명실상부 세계 1위 키즈 유튜버가 됐다.

핑크퐁이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만든 뮤직비디오 ‘아기상어’의 활약도 눈부시다. 총 41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유튜브 전체 5위)하면서 미국에 상어가족 열풍을 만들더니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우승팀 워싱턴 내셔널스의 응원가까지 차지해 버렸다. 라이선스 계약한 상품만 이미 2500개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 선택은 디지털 문명인데, 거꾸로

광군제에서 우리 기업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사드 한파를 벗어나 수입국가 중 3위를 기록했다. AHC·애경·라네즈·제이준·JM솔루션·닥터자르트·메디힐·파파레서피·정관장·려 등이 1~10위를 차지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광군제는 기회의 땅이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조선시대 좀비 영화 《킹덤》의 인기 덕분에 아마존에서는 조선시대 모자 갓이 구매 열풍을 일으켰고, 정원 관리 전문 유튜버가 우리나라 영주 호미를 신이 내린 도구라고 언급하는 바람에 영주 호미가 해외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네이버웹툰은 세계 최고의 웹툰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무려 221명의 웹툰작가가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제 만화의 본좌 국가는 더 이상 일본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다. 그것도 당당하게 실력으로 겨뤄서. 이상하다. 이 정부가 그렇게 애타게 바라는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의 성공은 전부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무시한다. 모두가 대기업 탓이라며 규제에만 열을 올린다.

국민은 이미 디지털 문명을 표준문명으로 선택했다. 타다는 150만 국민이 칭찬하며 이용하고, 국민 10명 중 6명은 매일 유튜브를 즐기며, 스마트폰 뱅킹 이용률은 이미 70%에 달한다. 기업들은 디지털 비즈니스 전환에 사활을 걸고 도전 중이다. 변하지 않는 건 이 땅의 ‘어르신’들이 기를 쓰고 규제로 보호하는 영역뿐이다. 보호를 원하는 건, 변하기 싫은, 이미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다. 보람이가 세계 1위의 키즈 방송국을 차려 2200만의 아이들을 열광시키는 사이 KBS의 《TV유치원》은 시청률 0.2%를 기록 중이다. 이것이 규제로 보호받고 싶은 대한민국 어른의 국제 경쟁력이다. 이 땅의 리더들에게 엄중히 묻고 있다. 아이들의 미래를 팔아 당신의 권력을 지키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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