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대우조선 빅딜 좌초 전망 ‘솔솔’
  • 김도현 시사저널e 기자 (ok_kd@sisajournal-e.c)
  • 승인 2019.12.19 16:00
  • 호수 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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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1단계 심사서 합병 승인 보류···합병 이뤄져도 경쟁업체 견제 심해질 듯

‘산 넘어 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빅딜’에 대해 조선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은 얼마 전 대우조선해양 인수 주체인 한국조선해양 설립을 위한 법인 분할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을 뚫기 위해 주총장 긴급변경이란 강수까지 뒀다. 하지만 주요 경쟁국들의 결합심사가 진행되면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결합심사 대상국은 총 6곳이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이다. 이들 모두의 승인 결정을 얻어내야 합병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카자흐스탄만이 승인 결정을 내린 가운데 5개국의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업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데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과 유사한 형태의 빅딜을 추진 중인 중국의 승인은 다소 수월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EU와 일본의 심사는 까다로울 것으로 봤다. EU의 경우 특정 기업의 과점을 경계하는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이 이유로 꼽였다. 일본은 자신들을 뛰어넘은 한국 조선업계를 향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과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단행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목됐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빅딜’이 결합심사를 앞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은 두 회사 결합심사 문제점을 진단하는 집담회 모습 ⓒ 연합뉴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빅딜’이 결합심사를 앞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은 두 회사 결합심사 문제점을 진단하는 집담회 모습 ⓒ 연합뉴스

조선업계 “싱가포르 반대, 예삿일 아니다”

그런데 최근 예상외로 싱가포르가 반기를 들었다. 1단계 심사를 완료한 싱가포르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으로 조선소 간 경쟁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전체적인 사업구조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는 1단계 심사에서 일부 우려가 제기됐을 뿐”이라며 “2단계 심사에서 적절한 소명을 이뤄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싱가포르 당국은 2단계 심사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측은 “수순이다”는 말로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조선업계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함심사를 맡은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의 경우 합병 신청을 받은 뒤 1개월 이내 기간 동안 1단계 심사를 진행하는데, 통상 이 과정에서 문제가 없을 때 곧바로 합병을 허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측이 언급한 ‘수순’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2단계 심사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2단계 심사는 120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 1차 심사를 통해 문제점이 제기될 경우, 이에 대해 신청자가 추가 설명자료를 제출했을 때 개시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싱가포르의 상황에 비춰 이번 2단계 심사 돌입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싱가포르는 1·2위 조선소 ‘케펠’과 ‘셈코프마린’의 합병이 추진 중인데, 이들 역시 주요 경쟁국으로부터 결합심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비슷한 사정을 지녔음에도 한국의 조선 빅딜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신동원 인하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양국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경쟁을 펼쳐온 경쟁국임에 주목했다. 신 교수는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기술 및 플랜트사업 관리 역량 측면에서 부족한 실력을 지녔지만 독보적인 장점을 지닌 경쟁국가”라면서 “주요 플랜트 발주처들이 지리적 요충지인 싱가포르에 지사를 둬 현지 조선사들과 글로벌 엔지니어사들 간 소통이 원활하고,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들이 인접했다는 장점을 지녔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소수의 특정 업종에만 최저임금제도가 적용된다. 조선업을 포함한 대다수 직종들은 고용주와 직원 간 쌍방합의를 통해 임금이 결정된다.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해 통상 한국보다 30% 정도 저렴한 금액으로 수주에 응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싱가포르는 기술·관리적 격차를 가격 격차로 극복해 온 셈인데, 이번 빅딜이 이 같은 구조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을 것으로 신 교수는 해석했다.

동일한 심사를 주요국들이 비슷한 시기에 치른다는 점에서, 이번 싱가포르의 2단계 심사 착수는 다른 경쟁당국의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주요 외신들이 이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합병이 이들 두 기업을 제외한 조선사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내용의 기사를 출고한 시점도 이번 싱가포르 당국의 심사 발표 전후에 집중됐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간 예비심사를 거쳐온 EU의 본심사가 내주부터 이뤄진다. 이번 싱가포르의 제동이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는 미지수지만,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EU는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Fincantieri)와 프랑스 아틀란틱조선소(Chantiers de l’ Atlantique)의 합병심사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앞서 EU는 이들 두 기업이 크루즈선 제작업계 빅3 중 두 곳임을 지적하며 과점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한 바 있다.

대우조선이 세계 최초로 성공한 원타임 세팅공법 모습 ⓒ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이 세계 최초로 성공한 원타임 세팅공법 모습 ⓒ 대우조선해양 제공

EU 본심사에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대중공업 안팎에서도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설사 6개국의 승인을 모두 얻어 최종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이 결정된다 해도, 갖가지 문제에 휩싸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준비 단계부터 심사 그리고 최종 합병 이후의 난관들이 산재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공적 자금을 투입한 것을 두고도 일본 조선사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상황”이라면서 “두 기업의 빅딜이 이뤄지면 경쟁업체뿐 아니라, 주요 선주들인 해운업체들도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이들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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