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생곡재활용센터 논란 진원은 모래 위에 세운 ‘4 ·16 합의서’”
  • 부산경남취재본부 김기웅 기자 (sisa517@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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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곡대책위 "권리 없는 주체들이 주민총회 승인 없이 체결한 휴지조각"

모든 논란은 합의서로 통했다.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부산광역시자원재활용센터(이하 생곡재활용센터) 이야기다. 생곡폐기물처리시설대책위원회(위원장 배용한)는 생곡재활용센터 운영권을 두고 부산광역시(시장 오거돈)와 오랜 기간 갈등을 겪고 있다.

릴레이 기자회견과 소송전에 이어 부산시의회도 지난 10월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생곡재활용센터 문제를 거론하며 주민들에게 운영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대책위와 체결한 합의서를 내세우며 운영권 반환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는 투명경영과 효율적 운영을 위해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 대표·생곡폐기물처리시설대책위원장과 2018년 4월 16일 합의서(일명 4·16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당시 부산시와 체결한 합의서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합의서에 서명한 사람 가운데 부산시장을 제외한 두 사람은 어떠한 효력을 발생하는 문서에 주민들을 대신할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이며, 합의 또한 정관에 명시한 주민 총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산시가 생곡재활용센터 대표·생곡대책위원장과 2018년 4월 16일 체결한 합의서ⓒ생곡폐기물처리시설 대책위원회
부산시가 생곡재활용센터 대표·생곡대책위원장과 2018년 4월 16일 체결한 합의서ⓒ생곡폐기물처리시설 대책위원회

생곡대책위, “4·16 합의서 작성 자체가 잘못” 주장

일명 ‘4·16 합의서’는 부산시와 생곡대책위 배 아무개 위원장, 생곡재활용센터 김 아무개 대표 3자 간 이루어진 합의다. 하지만 대책위는 합의 주체였던 대책위원장의 권한을 지적했다. 당시 생곡대책위원장 배씨는 생곡재활용센터의 직무정지가처분소송에 따라 2017년 12월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다.

함께 합의서에 서명한 생곡재활용센터 대표 김 아무개씨의 권한도 문제 삼았다. 김 대표는 2008년부터 대표직을 맡아, 합의서를 작성한 2018년까지 직책을 수행했다. 하지만 생곡재활용센터 정관에 따르면 대표직 임기는 3년이고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즉 김 아무개 대표는 최대 6년 동안 대표직을 맡을 수 있는데 정관을 어기며 5년을 초과한 것이다.

또 생곡대책위는 ‘4·16 합의서’가 생곡마을 주민총회의 승인 역시 거치지 않았고 정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생곡재활용센터 정관 제22조에 ‘생곡대책위와 임직원은 생곡·가달주민총회의 승인없이 부산재활용센터의 사업권·자산 등 일체의 권리를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양도·양수 기타 유사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대책위는 4·16 합의가 이뤄질 때 주민총회가 열리지 않았다며, 부산시와 권한 없는 주체들이 주민총회의 동의 없이 작성한 합의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시가 주민총회의 승인 없이 합의를 맺을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합의를 체결했던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4·16 합의서 내용 초입에 ‘생곡주민과의 기존 및 신규 합의서, 생곡대책위 정관 및 재활용센터 운영 정관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가 삽입됐다"면서 "이는 시가 재활용센터와 대책위의 정관 내용을 알면서도 합의를 위해 불법·편법적인 합의서를 체결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생곡폐기물처리시설 대책위원회 김종원 사무국장은 “합의서에 문제가 많아 시의회도 생곡 주민 다수가 재활용센터 운영권 반환을 요구할 경우 시가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알고 있다. 대책위가 주민 225명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주민의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해 부산시 자원순환과 정기영 재활용팀장은 “현재 합의서는 유효하고 시는 합의서 때문에 생곡재활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적 자문결과 3자 간 합의서를 시가 임의로 파기할 방법이 없다. 생곡대책위가 운영권을 반환받으려면 사법부의 판단을 통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책위는 생곡재활용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불법 파견 등의 이유로 오거돈 부산시장·배광효 부산환경공단 이사장과 최광주 생곡재활용센터 대표를 지난 3일 고용노동부 부산지청에 고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환경공단 소속 근로자들은 부산시로 1차 파견 후 다시 생곡재활용센터로 2차 파견을 나온 상태다. 대책위는 이 과정에서 부산시와 부산환경관리공단이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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