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도 없고”…장애인, 행정복지센터 이용 ‘불편’ 여전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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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장애인단체 '경남 행정복지센터 대상 장애인 편의접근 모니터링' 결과 발표

지난 8월 경남 고성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휠체어 장애인 김아무개(27)씨는 적잖이 당황했다. 센터 내에 설치된 화장실에서 장애인화장실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별채에 마련된 장애인화장실 입구가 센터 집기 등으로 가로막혀 있던 탓에 끝내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경남 진주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청각 장애인 박아무개(36)씨는 수화통역용 화상전화기 사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센터 공무원 대부분은 수화통역용 화상전화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공무원들이 찾기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발견된 수화통역용 화상전화기는 먼지가 쌓인 채 서류함 속에 방치돼 있었다.

정부는 지난 1998년 장애인 등 편의법과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시행하면서 행정복지센터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장애인등록, 장애인활동지원, 장애인연금 신청, 장애인 자동차 표지 발급 신청 등 장애인 관련 업무를 행정복지센터가 맡고 있어서다. 하지만 모니터링 결과, 행정복지센터 내 장애인 편의시설은 턱없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12일 경남지역 장애인 단체가 경남도청에서 '경남지역 행정복지센터 대상 장애인 편의접근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복지센터 내 장애인 시설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12월12일 경남지역 장애인 단체가 경남도청에서 '경남지역 행정복지센터 대상 장애인 편의접근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복지센터 내 장애인 시설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엘리베이터 미설치 76%, 사용 가능한 장애인화장실 14%에 불과

경남지역 장애인들은 행정복지센터 엘리베이터, 장애인화장실, 주 출입구 점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경사로 등 미설치로 불편을 겪고 있다. 장애인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정복지센터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12월12일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발표한 '경남지역 행정복지센터 대상 장애인 편의접근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층 이상 행정복지센터 10곳 중 7곳이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장애인화장실 설치율은 78%로 높은 편이나, 실제 사용이 가능한 장애인화장실은 14%에 불과했다. 장애인화장실을 사용하기 힘든 이유는 '화장실 좁음'이 31.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청소도구 및 물품 쌓임'이 31.5%로 뒤를 이었다.

또 주 출입구에 시각장애인 점자가 있는 곳은 10.8%에 그쳤고, 그나마 설치됐더라도 점자가 깨져서 상태가 불량한 것도 36.0%나 됐다. 주 출입구에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도록 경사로가 설치돼야 하는데 7.2%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설치된 경사로의 91.3%가 좁아 이용하기 어려웠고, 경사로 안전바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32.4%나 됐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8.1%에 달했다. 평균 장애인 주차구역 수는 1.3대여서 형식적으로 최소 1곳 정도만 갖춘 정도다. 심지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표지판이 누락(13.9%)되거나 휠체어 그림이 누락(9.0%)된 곳도 있었다.

청소도구로 가득찬 경남 김해의 한 행정복지센터 장애인화장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청소도구로 가득찬 경남 김해의 한 행정복지센터 장애인화장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장애인단체 "명백한 차별 행위, 개선 시급"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경남 8개 장애인단체가 지난 7월6일부터 8월1일까지 경남지역 18개 시·군, 222곳의 행정복지센터를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다.

이들은 이날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 18만 장애인들의 민원 행정 접근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경남도가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남도는 2020년까지 경남지역 무장애 행정복지센터 3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장애인 단체가 참여하는 행정복지센터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을 제대로 지켜달라는 것이다.

특히 조효영 김해장애인인권센터 소장은 "2010년과 올해 모니터링한 결과를 두고 보면 개선된 게 별로 없다"며 "장애인화장실은 물품을 적재하는 창고나 화분을 키우는 정원이 결코 될 수 없다. 명백한 차별행위다.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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