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로운 길’] 북·미 외교협상단도 팽팽한 기싸움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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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협상팀에 변화가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은 물론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면에 나섰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뒤로 물러나고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결렬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 리용호와 최선희 두 사람은 서방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미국 협상팀을 맹비난했다. 반대로 김영철 부위원장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후 김영철은 통일전선부장 자리마저 장금철에게 넘기면서 테이블에서 한발 물러섰다. 외무성 라인의 등장은 장단점이 있다. 대화가 좀 더 유연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김영철과 같은 통 큰 결정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군부의 눈치도 보인다. 우려는 곧장 현실화됐다. 외무성 라인이 협상 테이블에 나선 이후 북·미, 남북관계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러한 구도가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까지 남북 간 물밑접촉은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사이에서 진행됐다. 외교부나 통일부는 실무적인 일만 처리할 뿐, 중요한 대북정책을 수립·추진하는 것은 청와대-국정원 라인이다. 김영삼 정부 때와 달리 핵협상에 있어 외무부에 별다른 권한이 없다 보니, 주요 국제무대에서 남과 북 외교라인이 만나도 별 성과가 없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1월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결과에 대해 연합뉴스 등에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1월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결과에 대해 연합뉴스 등에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실무협상을 총괄해 왔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양측 실무자가 바뀌는 것도 의미가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11월20일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부장관으로 승진하면 협상 상대는 북한 외무성 최선희 제1부상”이라고 말했다. 최선희가 맡고 있는 제1부상은 차관급 자리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차관보급인 비건 특별대표가 최선희 제1부상의 대화 상대로 격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10월5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회담에 북한은 베트남 대사를 역임한 김명길 순회대사를 수석대표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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