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옥죈 ‘1m 목줄’에서 해방된 누렁이…“좋아서 진짜 웃어요”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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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죽기까지 묶여 사는 시골개들에게 잠시나마 ‘자유’ 선물하는 유튜버
편의점 알바하며 진행한 산책 캠페인에 100여명 동참
평생 1m 목줄에 매여 지내다가 유튜버 조은해씨 도움으로 산책하고 있는 시골개 모습 ⓒ KBS '애피소드'
평생 1m 목줄에 매여 지내다가 유튜버 조은해씨 도움으로 산책하고 있는 시골개 모습 ⓒ KBS '애피소드'

"가구나 병풍처럼 방치되는 시골개가 많다. 주인들 중에 '개가 물을 먹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바쁜 일상, 팍팍한 세상살이에 치여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연말은 다가왔고, 누군가는 소외된 곳을 대신 돌아봐주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자 유튜버(유튜브 채널 '쪼내의 동물 친구들' 운영자)인 조은해씨도 그중 한명이다.

조씨는 1년 넘게 시골개들에게 '돌봄'과 '자유'를 선사해 왔다. 시작은 2018년 6월 등굣길 버스 창밖에 비친 시골개 5마리였다. 이 개들은 물탱크 꼭대기, 개집 등과 각각 연결된 1m 남짓 쇠사슬에 묶여 물도 없이 더위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그저 귀여울 것 같아 다가갔던 조씨는 충격을 받았다. 

조씨는 급한대로 페트병에 물을 담아가 시골개들의 메마른 입을 적셨다. 개들은 2~3분 동안 정신없이 물을 핥았다. 지켜보던 조씨는 평생 반경 1m 감옥에 갇혀 지내다 죽는 시골개들의 삶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시골개들은 마당, 노지에서 짧은 목줄에 묶여 '대충' 살아간다. 강아지에서 성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목줄 길이와 집 크기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가 먹이다. 몸집보다 작아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바깥에서 맨몸으로 버텨낸다. 험하고 답답한 환경 아래 평균 수명에 못 미치는 개들도 부지기수다. 

왼쪽부터 조은해씨, 조은해씨와 함께 산책하는 시골개 ⓒ 유튜브 채널 '쪼내의 동물 친구들'
왼쪽부터 조은해씨, 조은해씨와 함께 산책하는 시골개 ⓒ 유튜브 채널 '쪼내의 동물 친구들'

당장 알바생인 조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유튜브 방송 정도였다. 학교 근처 시골개들을 찾아다니며 영상을 찍고 '개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공유했다. 조씨가 이런 활동을 하며 가장 알리고 싶은 모습은 찌들고 축 늘어진 시골개들이 아니었다. KBS의 동물뉴스 프로그램 '애피소드'에 출연한 조씨는 시골개들에게 산책을 시켜줬던 경험들을 떠올리면서 "처음 달려보는 시골개들은 정말 질주한다. 억눌려 왔던 게 터지는 느낌"이라며 "(산책하는 시골개들 사진을 보여주며) 좋아서 진짜 웃는다. 그런 장면을 한 번만 눈으로 보면 '개는 묶어 기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골개들에게 자유를 선물했을 때의 감격스러운 순간,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도 "시골개 산책 캠페인을 3년째 하고 있다. 1주일에 한 번인 산책 날이 다가오면 개들이 동틀 무렵부터 우리들이 오길 기다린다"며 "피곤하고 사정이 있어도 안 갈수 없게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지난 추석 조씨는 유튜브 채널 '쪼내의 동물 친구들'을 통해 다른 채널 '진돌이TV'와 함께 캠페인을 벌였다. 추석 연휴 기간 시골에서 마주치는 개에게 산책의 기쁨을 주자는 내용이었다. 이들의 제안에 100명가량이 공감하며 동참했다. 

두 채널은 영상으로 시골에서 묶여 사는 개들을 산책시키는 방법을 설명했다. 아울러 비바람과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집과 전용 사료, 깨끗한 물을 주고 목줄을 길게 해주거나 정기적인 산책·운동을 시켜주라는 등 야외에서 개를 키울 때 지켜야 할 수칙을 알려주며 캠페인 참가자들이 시골개 주인들에게 좀더 나은 사육 환경을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다. 참가자 모두에겐 산책에 사용할 목줄과 견주에게 나눠줄 사육 환경 개선에 관한 유인물도 발송했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짧은 줄에 묶여 살아가는 시골개들 ⓒ KBS '애피소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짧은 줄에 묶여 살아가는 시골개들 ⓒ KBS '애피소드'

조씨는 "다가오는 설에도 같은 캠페인을 이어가고 싶다"면서 "사람들 인식을 바꾸고 더더욱 음지에 있는 시골개들에게까지 손길이 닿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관련 활동 전엔) 이렇게 많은 개들이 밖에 묶여 살고 있는지 몰랐다"며 "'개들이 먹는 잔반에 수분이 있으니 따로 물을 줄 필요가 있느냐'고 하는 견주도 아직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가구 내지 병풍처럼 마당에 개를 내버려둬 온 습관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동물이 동물답게 살 수 있게 하는 데 있어 활동가들의 역할이 소중하지만, 사실 사회가 나서야 하는 게 맞다"면서 "경기도가 추진 중인 '마당개 중성화 사업' 같은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시골개 방치, 개체수 증가 등으로 파생되는 유기견 문제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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