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뒤에 숨은 국가 ‘노인 의료복지’
  • 경기취재본부 윤현민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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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의료시설 책임만, 정부는 뒷짐"

최근 김포 요양병원 화재참사 후 노인 의료복지 문제가 또 논란이다. 지난 2008년 이후 관련 시설 대부분을 민간이 떠맡는 기형적 구조 때문이다. 실제 민간시설은 대형화재 등 재난사고 때마다 사실상 모든 책임을 강요받는다. 이에 일각에선 의료·돌봄 서비스의 기능 재정립과 정부지원 현실화 요구가 나온다.

지난 9월 모두 4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김포요양병원의 화재복구 현장. ⓒ윤현민 기자
지난 9월 24일 모두 4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김포요양병원의 화재복구 현장. ⓒ윤현민 기자

노인인구, 진료비 증가로 초고령화 위기 ‘성큼’

17일 경기도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경기도내 요양병원 전체 349곳 중 공립은 10곳이다. 지난해 12곳에서 경영악화에 따른 폐업 등으로 2곳이 줄었다. 개인설립이 204곳으로 가장 많으며, 의료법인 121곳, 사회복지 및 재단법인 각각 5곳, 소비자생활협동조합 3곳, 학교법인 1곳 순이다. 전국에서 국·공립은 전체 1587곳 중 87곳(국립 2·공립 85)이다. 노인 의료와 돌봄 서비스 대부분이 민간시설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정부는 뒤늦게 사회서비스원을 출범시켰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이를 통해 국·공립 어린이집, 요양시설, 돌봄교실 등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지자체가 이들 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서비스 종사자들도 직접 고용한다. 올해 경기도와 서울, 대구, 경남 등 4곳에서 시범설치 후 오는 202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해마다 노인 인구와 1인당 진료비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경기도 인구 1309만2979명 중 65세 이상은 158만5022명(12.1%)이다. 최근 5년 새 30만 명이 늘었다. 연도별로는 ▲2015년 128만903명(10.3%) ▲2016년 133만8775명(10.6%) ▲2017년 142만696명(11.0%) ▲2018년 150만1090명(11.5%) 등이다. 이 기간 1인당 연 평균 진료비도 100만원 가까이 훌쩍 뛰었다. 2015년 362만원에서 지난해 456만8000원으로 증가했다. 전 연령대를 포함한 1인당 평균진료비(152만8000원)의 3배 수준이다. 초고령화(노인비중 20% 이상) 위기를 촉진시켜 한 발 앞당기는 모양새다.

 

“정부, 민간에 방치한 노인의료복지 외면 말아야”

하지만 이들 시설의 각종 재난사고 책임은 병원장 등의 몫이다. 지난 9월 49명의 사상자를 낸 요양병원 화재도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김포시 풍무동 한 상가 건물 4층 요양병원 보일러실에서 불이 나 입원 환자 132명 중 2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쳤다. 이 화재로 병원장과 건물주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소방당국으로부터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업계에선 당장 책임자 처벌조항부터 찾는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정부가 국가서비스인 의료복지의 의무와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요양병원 원무부장 A씨는 “우리 요양병원들은 정부의 변변한 행정·재정 지원 없이 엄연히 국가가 담당할 노인의료복지 서비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일단 화재가 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과실여부와 관계없이 병원 운영자가 구속되고 폐업해야 사건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무턱대고 책임자 처벌부터 요구할 게 아니라 요양병원 본연의 기능인 노인 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보건복지부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앞으로 요양병원의 전반적인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고민과 노력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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