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경제] 독립운동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했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3 10:00
  • 호수 157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매운동러, 경제 무기로 제2 침략 감행한 日에 일침

일본 정부는 지난 7월초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아울러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한국에 수출한 일본산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등 무역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속내는 다르다. 일제의 노동자 강제동원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보복 공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나 부품 수출을 인질로 잡고 한국을 길들이려 한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일제 식민지 지배에 항거해 3·1운동이 일어난 지 정확히 100년 되는 해다. 일본의 기습 공격에 반발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임원의 발언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 임원은 “한국의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일본 여행이나 음식 등을 자제하는 이른바 ‘노 재팬(No Japan)’ 운동으로 확산됐다.

당장 유니클로가 ‘직격탄’을 맞았다. 매장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유니클로는 겨울 시즌을 맞아 자사의 효자 상품인 히트넥 10만 장을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닛산과 혼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계도 피해를 입었다. 1000만원 이상 가격을 낮췄음에도 판매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닛산의 경우 ‘한국 철수설’까지 나왔을 정도다.

한국에 들어온 맥주의 경우 10월 한 달 동안 판매율이 ‘0’을 기록했다. 7월만 해도 국내 편의점업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맥주 10개 중 3개가 아사히·기린·삿포로 등 일본 맥주 일색이었던 점과 비교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 시사저널 박정훈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연령 참여

하지만 불매운동의 의미는 단순히 ‘노 재팬’ 캠페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과거의 경우 일본 불매운동은 기성세대가 주축이 돼 진행됐다. 이 때문에 기간이 한시적일 뿐 아니라, 특정 기업만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이 진행됐다.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의 임원이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10대에서 90대까지 전 연령이 참여했다. 특히 10대나 20대의 경우 일본 제품을 대체할 국산 제품을 찾아 SNS 등에 공유하는 등 체계적으로 ‘노 재팬’ 운동이 진행됐다.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일본 불매운동은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 판매자들이 불매운동에 동참한 점도 눈에 띈다. 신세계백화점과 농협 하나로마트, 현대백화점, AK백화점 등은 신규 발주 전면 중단뿐 아니라 기존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물량을 철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의 인물 경제 부문에서 쟁쟁한 재벌가 2세나 3세들을 제치고 불매운동러들이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