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서울 아파트, 12‧16 대책으로 해소될까
  • 노경은 시사저널e 기자 (nice@sisajournal-e.com)
  • 승인 2019.12.26 07:30
  • 호수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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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절세 매물 증가 기대 속에 시장 추이 관심

12월 중순 서울 마포구 신수1구역 재건축조합은 철거 후 새롭게 지은 신촌숲아이파크 보류지를 입찰 매물로 내놓았다. 보류지는 소송 등에 대비해 일반 공급물량의 일부를 분양하지 않고 있다가 조합 해산 시기에 현물화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은 깜짝 놀랐다. 비강남권에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가 18억원을 넘는 가격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닷새 뒤인 지난 12월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다. △대출수요 규제 강화 △주택 보유부담 강화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시장점검 및 자금출처 검증 강화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 등이 골자였다. 기습적으로 내놓은 전방위 규제에 시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면서도 이번 대책을 통해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매물 부족 문제가 해소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12월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119 잠실파인애플상가 1층에 부동산 매물표가 붙어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12월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119 잠실파인애플상가 1층에 부동산 매물표가 붙어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서울 주택 매물 부족, 어디서부터 꼬였나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은 이번 정권 들어서만 총 18번 나왔다. 50여 일에 한 번꼴로 나온 셈이다. 그만큼 정부가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서울 아파트의 공급 부족을 꼽는다. 공급 부족은 재건축 아파트 거래를 묶은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를 금지했다. 정비사업 일정이 더딘 사업장, 재건축 추진 중인 아파트를 10년 이상 보유하면서 5년 이상 거주해 실거주 목적이 증명된 조합원, 이민·질병 등으로 자산 처분이 불가피한 조합원 등 예외 사례를 제외하고는 재건축 후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때까지 아예 조합원 입주권 시장 거래가 차단됐다.

양도세 중과도 시장에서 매물을 마르게 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1일 이후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보유한 주택을 팔면 일반세율(6~38%)보다 더 높은 세금을 부과토록 했다. 2주택자는 10%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p 세율이 더해진다.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집을 매도할 때는 양도차익의 최대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양도차익이 10억원일 때 손에 쥐는 게 4억원뿐이니 양도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힘껏 움켜쥐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증여가 주택시장의 트렌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집을 팔지 않은 다주택자들은 자녀에게 물려주는 사전 증여로 절세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 지난해 서울의 주택 증여는 지난해 1~10월까지 이미 2만 건 이상 이뤄졌는데, 이는 직전 해인 2017년 1년 치 증여 건수인 1만4860건을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올해도 10월까지 증여 건수가 1만6659건이나 된다. 증여 매물은 증여 후 5년 이내에 매도했을 때 이월과세 등의 이유로 조세부담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도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 2013~15년 서울 전세가격이 집값을 밀어올릴 정도로 주거 안정이 위협받자, 전월세상한제(임대료를 5% 이상 못 올리게 하는 것)와 계약갱신청구권제(세입자에게 재계약 요구 권한을 주는 것)를 도입해 전세시장을 안정화시켰다. 그러면서 다주택자에게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유인책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나온 12·16 주택관리 안정화 방안 역시 매우 강도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장 실효성 높은 정책으로는 대출 수요 규제 강화를 꼽는다. 종전에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주택담보대출은 담보인정비율(이하 LTV) 40%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대책 발표 직후인 12월17일부터는 시가 9억원을 기준으로 주택가격 구간별 LTV 규제비율을 차등 적용한다. 이에 따라 9억원 이하분에 대해선 LTV를 40% 적용하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LTV를 20% 적용한다. 예를 들어 14억원의 주택을 매입할 경우 최근까지는 5억6000만원의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최대 4억6000만원까지만 가능해 대출한도가 대폭 줄어든다. 9억원×40%+5억원×20%=4억6000만원의 결과다.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해선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강남권 거의 상당수 아파트는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구입해야 하는 셈이다.

대출 수요 규제와 함께 눈여겨볼 대책은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다. 내년 6월말까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에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파는 경우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해 준다. 향후 보유세는 올리고 양도세는 일시적으로 낮춰줄 테니 다주택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서둘러 집을 팔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전방위 부동산 규제를 담은 12·16 대책이 발표되면서 시장이 큰 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 시사저널 고성준
전방위 부동산 규제를 담은 12·16 대책이 발표되면서 시장이 큰 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 시사저널 고성준

작심한 듯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한계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한시적 면제로 시장에 거래 가능한 매물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내년 6월 이후 매물 품귀 현상으로 집값 상승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대책에 공급대책이 크게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대책 발표에서 공급물량과 관련해서는 과거에 밝힌 수도권 30만 호 공급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재탕하는 데 그쳤다.

27개 동에 불과했던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322개 동으로 확대한 것도 공급물량 축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장은 “공급을 위축시킬 우려가 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만 서울 강북과 경기권까지 확대했다”고 말했다.

결국 강력하다는 이번 대책은 단기적으로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집값을 안정화시킬 수는 있지만 중장기 집값 안정화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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