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위적 국방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향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일주일 정도 앞둔 상황에서다. 이 단어는 북한의 무기 실험 때마다 주로 튀어나왔다. 이를 감안하면 올 남은 기간 안에 또 도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불거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월22일 “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전했다. 회의는 전날 열린 것으로 추정된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군사노선과 정책 등을 논의하고 국방사업 전반을 당 차원에서 조직·지도하기 위해 열린다. 이번 회의는 지난 9월6일 태풍 링링 대책을 세우기 위해 이례적으로 소집된 이후 100여일 만에 열렸다.
중앙통신은 이 자리에서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전했다. 그 외에 ‘군사 대책’ ‘부대 창설·확대 개편’ 등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다만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자위적 국방력은 김 위원장이 2011년 실권을 쥘 때부터 선군정치의 핵심 키워드로 꼽은 것이다. 이 단어는 전술로켓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의 주요 무기 실험을 공개할 때마다 감초처럼 등장했다. 때문에 이번 자위적 국방력의 언급이 무력시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또 북한은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로 잡은 바 있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12월3일 “연말 시한부가 다가오고 있다”며 “남은 건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무력시위가 연말, 이르면 크리스마스에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이란 표현을 수차례 쓴 바 있다. 2017년 8월25일 선군절 때 그랬고, 지난해 3월과 8월에도 똑같이 인용했다. 이는 곧 자위적 국방력의 요체가 핵무기임을 시사한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편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는 80여 명의 군 관련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위원장(김 위원장)을 제외하고 최룡해 국무위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김재룡 내각 총리 등 위원 16명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