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산 운암뜰 복합단지 조성사업’
  • 경기취재본부 서상준 기자 (sisa220@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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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계획 없던 지역, 도시개발구역에 포함… ‘건설사 특혜’ 주장도…오산시 “최종 결정 아니다”
건축 승인 얻고 공사하던 주민은 준공 前 철거 상황 처할수도
‘개발구역 조절 가능’ 공고문 변경에 외면하던 대형건설사들 대거 참여

경부고속도로 오산IC 주변 금싸라기 땅에 계획 중인 7500억원 규모의 '오산 운암뜰 복합단지 조성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당초 계획과 연관이 없는 인근 벌말지구까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여, 주민들 사이에선 '대형 건설사 배불리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오산시는 지난 11월11일 벌말지구 7만9829㎡에 대해 주민공람을 실시했다. 기존 오산동 166번지 일원(60만1342㎡)에 계획했던 복합단지 조성사업을 벌말지구까지 확대, 추진하려는 사전 작업이다.

벌말지구내 토지주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오산시가 사전 협의도 없이 도시개발구역에 강제 편입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7500억원 규모의 '오산 운암뜰 복합단지 조성사업'이 특정 건설사를 위한 특혜로 변질되고 있다. 경기 오산시가 당초 계획과 연관이 없는 인근 벌말지구(황색 표시)까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 준 것으로 드러나 '대형 건설사 배불리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상준 기자
7500억원 규모의 '오산 운암뜰 복합단지 조성사업'이 특정 건설사를 위한 특혜로 변질되고 있다. 경기 오산시가 당초 계획과 연관이 없는 인근 벌말지구(황색 표시)까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 준 것으로 드러나 '대형 건설사 배불리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상준 기자

토지주 A씨(50대)는 "운암뜰 개발은 15년 전부터 추진돼 왔고, 개발 구역도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며 "그런데 오산시가 지난달 주민공람을 진행하면서 갑자기 벌말지구가 도시개발구역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기존 개발계획과 연관이 없는데도 벌말지구를 포함하는 등 사업구역을 무리하게 넓히는 것은 특정 건설업체에 더 많은 수익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른 토지주(60대)는 "일부 주민은 도시개발구역에 벌말지구가 포함된 사실도 모르고 있다"며 "국가에서 정하고 있는 토지수용제도는 토지 소유주와 먼저 매수 협의를 하고 원만한 협의 후 필요한 토지를 매수하게 되는데 오산시는 기본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중에는 건축 승인을 받고 음식점 공사를 진행 중인 주민도 있었다. 현행법상 중대한 하자가 없을 경우 준공 허가를 취소할 순 없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식당 개업도 하기 전에 철거 위기를 맞게 됐다. 벌말지구 45개 필지의 토지 소유주는 35명으로 이들은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한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산시는 벌말지구 편입 계획과 관련해 "현재 검토 중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그 쪽(우선협상자인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에서 벌말지구도 함께 개발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고, 오산시는 지난 7월 초 사업계획서 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토지주와 협의 등 진행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민간사업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고문 내용을 변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업대상지의 위치와 면적이 확정된 기존 공모지침서(3월 작성)와는 달리, 4월 게시한 공고문에는 '민간사업자 제안 및 인허가 과정에 따라 면적이 증감될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주민들과 사전 협약 없이도 건설사가 마음만 먹으면 개발 구역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자 그동안 '눈길도 주지 않던'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번 공모에만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포함, 35개 대형 건설사가 사업의향서를 제출했다. 

공모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계획으로 공모했다면 (건설사 참여는)'제로'였을 것"이라며, "사업지 면적을 늘려 진행하면 그만큼 수익이 보장돼 건설사 입장에서는 구미(口味)가 당기는 건 당연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단서 조항)이를 악용해 공모에 참여한 건설사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산시가 건설사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거수기'를 해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오산시는 운암뜰 사업과 관련,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의 도시첨단산업단지 공모에서 탈락하고, 2016년에는 경기도시공사와 기본협약까지 체결했지만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취소됐다.

'운암뜰 조성사업' 우선협상대상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한 컨소시엄 참여사 8개 기업이 선정됐다. 해당 부지는 오산시 중심에 위치해 경부고속도로 오산IC와 가깝고, 동탄2신도시와도 인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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