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조직개편안, 시의회서 제동
  • 호남취재본부 전용찬 기자 (sisa616@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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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자리 만들기·조직비대” vs 노조 “서비스 질 저하”
광양시 “복지정책 차질”…인사·조직 확대 ‘빨간불’ 난감

전남 광양시가 관광문화환경국과 여성가족과 신설을 추진했지만,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광양시는 관광업무 강화와 맞춤형 복지를 위해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시의회는 승진 인사로 자리만 늘리는 것 아니냐고 맞서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광양시청 전경 ⓒ광양시
광양시청 전경 ⓒ광양시

12월24일 광양시에 따르면, 광양시의회는 최근 상임위원회에서 관광문화환경국과 여성가족과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부결했다. 상임위에서 의원들은 늘어나는 간부자리와 조직 비대화를 문제 삼았다. 의원들은 승진 인사로 4급 국장과 5급 과장이 한자리씩 늘고 조직 규모가 다른 시에 비해 커져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굳이 4~5급 인원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고도 6급 이하 인원을 68명으로 수정해 조례를 개정해 맞춤형 복지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의회는 결국 조직개편안과 함께 정원을 68명 늘리는 내용을 담은 광양시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개정안도 부결시켰다. 광양시는 내년에 공무원 68명이 충원될 것으로 보고 관광문화환경국과 여성가족과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제출했다. 정원이 늘면서 4급 서기관인 국장과 5급 사무관인 과장 자리를 더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의회가 개편안을 부결하면서 불확실해졌다. 늘어난 정원을 배치하려면 정원 조례안도 개정해야 하는데 의회가 반대해 광양시는 내년 인사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양시는 본회의에서 조직개편안을 다시 다뤄달라며 의원들을 물밑 접촉했지만 20일 열린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늘어난 정원에 맞춰 읍면동 사무소에 맞춤형 복지팀을 신설하려고 했는데 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아 차질이 우려된다”며 “문화 관광 기능을 강화하려 했으나 결국 시민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공무원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통합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의회가 내년 예산안 가운데 98억여 원을 삭감하고 공무원 68명 정원확보에 따른 조직개편안을 부결한 것은 공무원의 사기를 꺾어 시 발전을 저해하고 대시민 행정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무책임한 의정 활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조직개편 부결과정에서도 광양시의 의견을 묻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가 필요했다”며 “시의회가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다면 시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하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양시의회 한 의원은 “4, 5급 인원을 늘리는 대신에 6급 이하 인원을 68명으로 수정해서 조례개정안을 조정할 의사가 없느냐고 집행부에 물었는데 동의하지 않았다”며 “6급 이하 기구는 의회 동의 없이 만들 수 있고 현재 인원으로도 맞춤형 복지정책을 추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부 자리만 늘어나지 않은 조직 개편안은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광양시는 내년에 조직개편안을 수정해 다시 의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정가에선 시의회의 ‘조직개편 반대 드라이브’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민선 7기 들어 뒤늦게 입당한 시장을 상대로 시의회가 본격적인 목소리 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현복 시장은 무소속으로 두 번 연속 당선된 뒤 올 4월 민주당에 입당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긍정적 측면에서는 의회가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시청 입장에서는 앞으로 각종 의회 동의가 필요한 사업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업무 속도가 붙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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