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체험과 IT가 한국 관광시장 연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2 09:00
  • 호수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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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과 한류 기반이었던 과거 관광산업에서 5G∙VR 활용한 최첨단 관광으로 변모

국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관광) 관광시장이 호조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40만 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2016년 1724만 명보다 16만 명 많다. 사드 사태 이후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며 일본인 관광객이 소폭 줄어든 와중에도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는 최고치를 찍었다.

2019년 외국인들은 왜 한국을 찾았을까. 한국관광공사의 2019 외래 관광객 조사(3분기)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쇼핑(중복응답·64.0%), 음식과 미식 탐방(60.1%), 자연풍경(33.7%), 역사와 문화유적(23.6%), 세련된 현대 문화(21.7%) 때문에 한국을 방문했다. 2018년 조사와 비교하면 역사와 문화유적(14.8%), 세련된 현대 문화(13.1%)를 이유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비율이 확연히 늘었다. 2019년 한국 관광의 키워드를 ‘한류’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비중이 높은 쇼핑 분야에도 한류와 관련된 굿즈 상품 구입이 포함됐다. 한복과 한국 음식, 한국 음악과 영화 등 문화를 중심으로 관광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부각된 것은 K팝이었다. 뮤직비디오 촬영지나 콘서트장, 배우들의 소속사를 방문하기 위해 외국인 팬들이 한국을 찾는다. 한국관광공사가 총 111개국 해외 K팝 팬 1만2663명을 대상으로 한국 관광 홍보 외국어 사이트 및 해외지사 SNS를 통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K팝이 한국 관광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K팝 팬 10명 중 7명(67.9%·8593명)은 지난 3년간 한국 방문 경험이 있었고, 대부분(86.8%)이 한국 방문에 K팝이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K팝 스타 굿즈 및 관련 상품 구입(57.9%), 지하철·건물 전광판 등 K팝 스타 광고 현장 방문(46.5%), 기획사 또는 기획사의 공식 굿즈 판매처 방문(42.8%), 뮤직비디오 촬영지와 K팝 스타가 다녀간 가게 등 관련 장소 방문(36.4%) 등의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등 공신은 방탄소년단이었다. 가장 선호하는 K팝 스타는 방탄소년단이었고, 이어 엑소(10.4%), 슈퍼주니어(8.2%), 빅뱅(5.6%), 신화(3.0%), 아이유(2.7%)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또 K팝 팬 10명 중 9명(89.8%)이 앞으로 한국 방문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BTS(92.3%), 엑소(92.7%) 팬들이 높은 방한 의사를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중국(95.4%)과 일본(94.8%)뿐 아니라 스페인(100%), 멕시코(98.3%), 러시아(97.6%), 독일(97.3%) 등 거리가 먼 나라의 한류 팬들 또한 방한 의향이 매우 높았다.

K팝의 인기는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K팝 팬들은 한국 음식(중복응답·82.7%), 드라마(79.1%), 예능(65.4%), 한국어(63.8%), K뷰티(63.7%) 등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K팝이 단순히 음악을 넘어 한국 문화와 관광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나타난 것이다. 정부가 한류 산업과 연계한 관광객 유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2월19일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문체부는 새해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류 관광’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K콘텐츠, K뷰티, K푸드와 연계한 페스티벌을 연 2회 개최하고, 한류 연계 방송이나 시상식 방청권을 활용한 방한 관광객 유치를 3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freepik

한류과 연계한 VR 기술로 시작

이렇게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외에도 한국이 관광지로서 주목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정보기술(IT)이다.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등 IT기술을 경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AR과 VR 등의 기술이 관광산업을 막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있었다. 체험이 현실화되면 집이나 상영관에서 관광을 즐기게 되고, 현장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욕구, 확인하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추측은 옳지 않으며, 오히려 VR과 AR이 관광산업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17년 글로벌 관광·레저포럼에서 티머시 정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 교수는 “AR·VR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관광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다”며 “인간 체험의 만족도와 기억 지속 여부는 읽은 것, 들은 것, 본 것에 비해 직접 경험한 것이 압도적으로 높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 분야가 있지만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라고 말했다. 2014년 맨체스터 미술관에서 구글 글라스를 이용해 제공한 AR 서비스, 영국 남부 콘월의 광산 박물관 VR 체험 프로그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또 “VR·AR 기술은 관광을 대체하는 위협상품이 아니라 관광에 날개를 달아주는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기술과의 결합은 관광을 포함한 모든 산업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특히 AR과 VR 등으로 우리의 체험 영역을 넓히는 분야들은 더 성장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너무 기술주의적 사고를 해서는 안 된다. 직접 현장에서의 체험을 우선시하고, 기술이 사람의 체험과 경험의 현장성을 보강하는 형식으로 결합돼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관광객이 원하는 관점에서, 기술이 어떻게 원하는 체험과 경험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실감 나게 보완해 줄지를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AR과 VR을 활용한 관광이 현실화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 관광 전문 여행사 코스모진은 2020년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트렌드가 ‘문화에서 기술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경남 고성의 공룡세계엑스포는 AR·VR 등을 활용해 과거 공룡 전시와는 다른 관람을 선보일 예정이다. ⓒ 2020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홈페이지
경남 고성의 공룡세계엑스포는 AR·VR 등을 활용해 과거 공룡 전시와는 다른 관람을 선보일 예정이다. ⓒ 2020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홈페이지
경남 고성의 공룡세계엑스포는 AR·VR 등을 활용해 과거 공룡 전시와는 다른 관람을 선보일 예정이다. ⓒ 2020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 홈페이지
서울 종로구 KT스퀘어에 설치된 ‘기가 VR 체험존’에서 관람객이 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류 콘텐츠에서부터 빛 발해

특히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강점 중 하나인 ‘한류 콘텐츠’에서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운영됐던 국내 최초의 VR 테마파크 ‘K-STAR VR’이 그 예다. 드라마들과 예능 등 프로그램을 가상현실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특히 한류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이나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가 돼 액션게임을 즐길 수 있는 체험존, 아이돌을 눈앞에서 감상하는 ‘뮤직뱅크’ VR은 K팝 팬들에게 ‘필수 코스’였다.

이런 흐름은 한류 콘텐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각 지역 지자체에서도 최신 기술을 활용한 관광 아이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됐던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으로 확산시키고, 발전된 기술을 통해 한국과 지역 문화를 알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20년 4월17일부터 6월7일까지 열리는 경남 고성의 공룡세계엑스포는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인 AR·VR·MR을 활용한 콘텐츠 체험관들을 조성했다. 공룡 게임인 디노 AR 배틀부터, 공룡 발자국과 공룡알 탐험을 할 수 있는 공룡화석탐험대, 가상 공룡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공룡 인사이드, 공룡과 교감할 수 있는 노 미디어 월, 현실공간에 공룡을 구현한 공룡 홀로그램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모형을 세워놓고 체험하던 과거의 ‘공룡 전시’ 관람 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의 나폴리로 유명한 경남 통영 역시 가상 체험존인 ‘통영VR존’을 운영하기로 했다. 조선시대 당시 삼도수군의 통제영(오늘날 해군 사령부) 본영이었던 통영의 과거를 체험할 수 있는 훈련 체험부터 한산섬 앞바다 군선에서 왜선을 향해 무기를 쏘는 ‘한산대첩 체험’, 직접 이순신이 돼 해전을 지휘하는 체험 등을 가상현실에서 즐길 수 있게 했다. 과거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는 시공간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시간 여행, 하늘에서 통영을 구경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술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통영시는 올해 상반기부터 VR존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정보와 기술을 기반으로 꾸려지는 스마트 관광이 지자체 관광 활성화의 ‘대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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