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는 싫어!” 오사카·LA·상하이 총영사가 ‘꿀 보직’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1 09:00
  • 호수 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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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실세, 총영사 자리 노리는 내막… 대사 버금가는 권한 행사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하명 수사 의혹에서 ‘총영사’가 튀어나왔다. 민주당 내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 송철호 당시 민주당 후보자의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청와대 측으로부터 일본 오사카(大阪) 또는 고베(神戶) 총영사 자리를 제안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이후 임 전 최고위원은 검찰 조사에 앞서 이를 뒤집는 발언을 했지만, 여전히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사카 총영사는 ‘드루킹 댓글 사건’에서도 등장한다. 아이디 ‘드루킹’으로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댓글 등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대체 총영사가 어떤 직책이기에 이처럼 정권의 인사와 관련된 의혹에 등장한 것일까. 정가에서는 총영사 자리를 두고 “주변에 덕(德) 쌓기 좋은 자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부의 검증 과정 없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람을 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몇몇 핵심 총영사 자리는 공신들에게 나눠지는 ‘논공행상’의 자리라는 게 보통의 인식이다. 현 정권뿐만 아니라 과거 정권에서도 총영사를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은 항상 있어 왔다. 인기가 높은 총영사 자리는 정권의 의지 없이는 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영사는 해외에 설치된 영사관의 최고책임자를 의미한다.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재외국민과 관련된 여러 민원업무를 수행한다. 재외동포가 거주하는 곳에서 자녀의 출생, 각종 공증 업무, 병역업무뿐만 아니라 재외 시민권자들의 국내 여행을 위한 비자,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들이 현지에서 부딪히는 제반 문제 등을 다룬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총영사 자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왼쪽)과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총영사 자리를 요구한 ‘드루킹’ 김아무개씨 ⓒ 연합뉴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총영사 자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왼쪽)과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총영사 자리를 요구한 ‘드루킹’ 김아무개씨 ⓒ 연합뉴스

드러나지 않는 외무 고위직 ‘총영사’

총영사의 경우에는 별도의 외부 검증 절차를 밟지 않는다. 대사의 경우에는 상대국에서 사전에 동의해 주는 절차인 ‘아그레망’이 필요한데 총영사에겐 그런 절차가 없다. 임명권자 입장에서는 비(非)외교관 출신 인사를 배치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공관장 수준의 대우를 받는 데다 업무 부담은 대사관에 비해 낮은 편이다.

특히 오사카는 미국 LA(로스앤젤레스), 중국 상하이 총영사와 함께 가장 인기가 높은 자리이기도 하다. 과거 정권에서도 ‘보은 인사’ 논란을 항상 빚어 온 곳들이다. 용산 참사 과잉 진압 논란으로 옷을 벗은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3월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돼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사카 총영사는 일본 내 총영사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일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45만여 명 중 약 30%에 달하는 13만4000여 명이 오사카 총영사관 관할구역에 거주하고 있다. ‘일본 제2의 도시’라는 점에서 근무나 거주 환경이 좋고 교민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 대선 ‘공신’들이 항상 거론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고베 총영사도 인기가 좋은 편이다.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오사카 총영사를 원한다”고 밝히자 한 전 수석이 역제안한 자리가 고베 총영사 자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캠프 입장에서는 공신들에게 생색내기 아주 좋은 자리다. 오사카는 한국과도 가깝고 여건이 좋아 소위 ‘덕 쌓는 자리’로 통한다. 이 때문에 대선 직후 오사카 총영사를 노리는 인사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총영사도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베트남 호찌민 총영사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비선실세인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의 입김으로 임명됐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당시 호찌민 총영사였던 박노완 전 총영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베트남 대사로 임명되며 ‘낙하산’ 의혹을 벗었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관계자는 “한류 열풍이 있는 국가는 최근 총영사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동남아 경제력 커지면서 호찌민 총영사 인기

상하이 총영사는 일본 총영사 자리보다 더욱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상하이 총영사 자리에 정치색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 임명된 상하이 총영사는 민간 기업인이었던 김양씨다. 김씨는 상하이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라는 이유로 발탁됐다. 김양 총영사의 후임에는 MB 캠프에 몸담았던 영어강사 김정기씨가 임명됐다.

상하이 총영사 자리는 최근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주목받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도 가장 선진화된 도시로 손꼽혀 주거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것이 장점이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상하이의 경우 인천이 아닌 김포공항에서도 오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과도 가깝고 살기 편한 데다 중국 정가나 재계와 연결되기 좋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MB 정부 시절에는 최악의 외교 사건인 ‘상하이 스캔들’이 터졌다. 김정기 총영사 아래 경제영사, 법무영사 간에 정체불명의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을 둘러싼 감정싸움으로 시작된 영사관 내부의 스캔들은 결국 총영사가 경질되는 사태로 비화됐다. 덩씨가 한국 영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던 것이다. 또 김정기 총영사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던 국정원 출신 부총영사까지 사건에 직간접 개입된 정황까지 추가로 드러나면서 상하이 총영사관은 쑥대밭이 됐다.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여전히 정치권 인사가 내정되는 일이 반복됐다. 박근혜 캠프에 있었던 구상찬 전 의원이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됐으며, 후임자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용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에 참여한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박선원 국정원장 특보가 2018년 1월부터 8월까지 상하이 총영사를 역임했다. 박 특보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안보상황단을 이끌던 서훈 현 국가정보원장 아래서 부단장을 맡은 바 있다.

현 오사카 총영사 역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7월 “해외공관장을 전수 분석한 결과 159명의 공관장 중 특임공관장은 총 30명(전체의 19%)이고 이 중 외교 경험이 전무하고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총 15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오태규 총영사도 낙하산 인사로 꼽혔다. 오 총영사는 한·일 간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이 꼽은 낙하산 인사 15명 중 총영사로는 오 총영사를 비롯해 정미애 주일본 니가타(新潟) 총영사, 김영근 주중국 우한(武漢) 총영사, 이윤제 주캐나다 몬트리올 총영사 등이 꼽혔다. 정 총영사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공부를 오래 하긴 했지만, 외교관 경험이 없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치권 입문 전 경제신문 기자였던 김 총영사는 중국 문제나 영사 문제에 전문성은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이 총영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공약 실천을 위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외교와는 거리가 먼 이력을 가진 것이다. 채이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는 낙하산 인사를 강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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