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보이콧, 광주형 일자리 ‘반쪽 기공식’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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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빛그린산단서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첫 삽’
노동계 불참, ‘노사민정’ 취지 퇴색…‘사·정 상생’ 됐나?
‘불안한’ 광주형 일자리, 노동계 변수 등 과제 산적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노사상생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 개념으로 운영되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26일 착공했다. 하지만 기공식에 노동계가 불참함으로써 반쪽자리 행사로 치러졌다. 이 때문에 ‘노사민정 상생형 일자리’라는 당초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업 추진의 주체였던 노동계의 ‘보이콧’으로, 광주글로벌모터스가 과연 노사 상생이라는 광주형 일자리의 기본정신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광주형 일자리가 현대자동차의 일방 독주에 따른 ‘현대차 일자리’로 변질됐다는 혹평도 나온다. 

12월 26일 광주 광산구 삼거동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기공식. ⓒ광주시
12월 2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삼거동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기공식. ⓒ광주시

광주형 일자리 적용 첫 사업장…2021년 하반기 양산

광주시는 이날 오전 11시 광산구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국내에서 23년 만에 열린 역사적인 첫 자동차공장 착공식이다. 지난 2014년 7월 윤장현 광주시장이 취임하면서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공장이 7년 만에 착공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취임한 이용섭 시장은 이 시책을 이어받아 지난 1월 현대차와의 합작을 이끌어냈다.

이 행사에는 이용섭 광주시장,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 성윤모 산업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박광태 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 송종욱 광주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이용섭 시장은 “광주시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으로 당초 계획대로 연내 착공을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노·사·민·정이 합심해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육성해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은 빛그린산단 내 부지면적 60만4508m², 건축면적 8만6215m², 연면적 11만7335m²로 연간 10만대 생산 규모(생산동 3개를 포함한 총 13개 건물)이다. 시공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맡았다. 오는 2021년 4월까지 연간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고, 시험생산을 거쳐 그해 9월부터 생산체제에 들어간다. 이 공장에서 조립하는 차종은 현대차가 개발한 경형 SUV이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최대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직간접적으로 생겨날 것으로 광주시는 보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맞나”…‘현대차 일자리’ 변질 지적도

그러나 노동계와의 갈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이날 행사에 한국노총은 “신뢰가 깨졌다”며 불참했다. 노동계를 대표해 참여해온 한국노총은 광주글로벌모터스가 4대 원칙을 지킬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노동계가 노사 상생형의 취지에 걸맞지 않게 불참함으로써 향후 노·사·민·정 협의 시스템을 복원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12월 2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삼거동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기공식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시
이용섭 광주시장이 12월 26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삼거동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시

이날 노동계는 행사 시작 전 “상생과 혁신, 사회적 대화가 사라진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앞날은 현대차의 먹튀로 막을 내릴 것”이라며 “광주형 일자리의 4대 과제(적정 임금과 적정 근로시간,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는 어디로 갔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노동계는 노사 상생 경영과 원·하청 관계에서 광주시, 광주글로벌모터스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섭 시장이 지난 24일 “노동계와 상생의 동반자로 끝까지 함께 하겠다. 진정성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며 직접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노동계가 참여하지 않으면 노사 상생형 일자리를 표방한 광주형 일자리는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광주형 일자리가 현대차 일자리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광주시가 현대차에 끌려다니고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가 ‘현대차 일자리’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를 비롯한 노동계는 “광주형 일자리는 정권과 자본의 전형적인 주고받기 거래”라며 반대해왔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도 공장 착공식이 열린 빛그린산단 입구에서 ‘광주형 일자리 4대 의제 실행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개선’ 등 4대 원칙 준수를 요구했다. 

수천억원의 투자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광주시·현대차·광주은행·지역 기업 등 36곳이 2300억원을 법인에 출자했지만, 6000억원 안팎의 총사업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정부와 지자체가 보증하는 사업인 만큼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한 추가 자금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자동차공장은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 근간이다.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 모델을 참고해 노사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약 1억원에 달하는 기존 완성차공장 평균 연봉의 절반 수준인 3000만~4000만원을 지급하는 대신 지자체와 정부가 노동자와 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체감 소득을 높이는 모델이 광주형 일자리의 틀이다.

광주시가 자기자본의 21%(483억원)를 투자해 1대 주주로 참여했으며 437억원(19%)을 투자한 현대자동차와 광주은행이 2~3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포함한 총 35개의 기관과 기업이 총 2300억원을 출자했고, 지난 9월 법인이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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