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블리 논란' 여파?...부건에프엔씨, 성수동 ‘알짜 부동산’ 급매각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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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원에 매입 뒤 1년 만에 500억원에 매도
경영난 여파 추측에 사측 “유동성 확보 차원…본사 이전하려 했으나 취소”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를 운영 중인 부건에프엔씨가 서울 성수동의 노른자위 땅을 산 지 1년도 안 돼 매각키로 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알려진 매각가는 약 500억원으로, 부건에프엔씨 한 해 매출의 3분의 1규모다.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핵심 계열사인 ‘임블리’가 화장품 품질 논란 등으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부동산 보유세까지 늘면서 부건에프엔씨가 비핵심자산 처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에 대한 폭로 계정에 올라온 피해 사례와 ‘임블리’ 홈페이지 사과문 ⓒ 유튜브 캡쳐·홈페이지 캡쳐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에 대한 폭로 계정에 올라온 피해 사례와 ‘임블리’ 홈페이지 사과문 ⓒ 유튜브 캡쳐·홈페이지 캡쳐

시사저널 취재 결과 부건에프엔씨는 최근 서울 성수동 소재의 부지 4필지를 약 50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지는 준공업지역으로 면적은 1880㎡ 규모다. 이곳에는 카페(3층) 및 인쇄소 등이 들어서 있다. 뚝섬역 인근 대로변에 위치했으며, 맞은 편에 서울 ‘핫플레이스’가 된 카페 ‘블루보틀’이 입점해 있어 금싸라기 땅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부건에프엔씨가 해당 부지를 매입한 건 지난 1월경이다. 매입 목적은 ‘본사 사무실 이전’이었다. 부건에프엔씨 본사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해 있다. 부지 매입 계약이 체결되기 한 달 전, 블루보틀 성수점 입점이 확정된 상태였다. 당시 부건에프엔씨는 해당 부지를 약 40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부건에프엔씨가 해당 부지를 매입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재매각에 나서면서,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술적으로 10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취등록세와 대출 이자부담,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익을 위한 매매는 아니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성수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블루보틀이 들어오기 전후로 성수 1가의 땅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부건에프엔씨가) 땅을 산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부동산 전망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몇 년 간은 팔 줄 몰랐다"고 했다. 이어 "매도자(부건에프엔씨) 측이 연내 매각을 마무리하고 싶어 했다. 여러 업체가 인수를 타진하다가 한 부동산 개발회사가 사간 것으로 안다“며 ”워낙 급매가 이뤄져서 인근 부동산 업자들 조차 잘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건에프엔씨의 이번 부동산 매각은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부건에프엔씨는 이른바 ‘임블리 효과’로 큰 기업이다. 임블리는 부건에프엔씨의 자회사다.  박준성 대표의 부인이자 인플루언서인 임지현씨가 모델과 경영을 모두 맡으며, 몇 년 사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 온라인 쇼핑몰이다. 임블리를 발판삼아 부건에프엔씨는 작년에만 1700억원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중견기업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난 4월 임블리가 판매하던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나왔다는 제보가 온라인 상에 올라오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임블리 측이 문제가 된 호박즙 곰팡이 제품의 환불은 불가하고, 교환만 가능하다고 대응한 게 사태를 키웠다. 급기야 SNS에 임블리 피해제보 계정이 생겨났고, 임블리 화장품 제조일자 논란, 명품의류 카피, 동대문 상인 갑질 등 피해 제보가 잇따랐다. 결국 임블리 운영사 부건에프엔씨는 지난 5월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했다. 임블리 운영에 참여한 임지현 상무가 보직에서 물러나고, 호박즙 등 식품사업도 전면 중단하겠다고도 밝혔다.

부건에프엔씨는 검찰로부터 화장품 제조일자 논란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 그러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면세점과 일부 헬스앤뷰티 온라인 매장에서 임블리 상품의 판매가 중단됐으며 경영 위기로 인해 계열사 쇼핑몰 ‘탐나나’가 폐업했다. 부건에프엔씨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호박즙을 비롯해 화장품, 의류 등 자사 쇼핑몰에서 판매한 제품에 대한 환불 누적금액만 45억6000만원 가량이다. 부건에프엔씨의 인기 상품인 '인진쑥 밸런스 에센스'를 사용한 후 트러블을 겪은 소비자들이 부건에프엔씨를 상대로 제기한 공동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부건에프엔씨의 경영난이 가중된 가운데, 보유 부동산 가치까지 급증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진 게 ‘알짜 부동산’ 매각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는 약 9.42% 올랐다. 이 탓에 유통 대기업인 이마트의 경우 올 상반기 부동산 보유세만 전년대비 123억원 늘어나며,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관련해 부건에프엔씨 관계자는 “성수동 부지의 경우 회사 이전을 위해 보유했으나 자산 유동성 및 사업 계획에 따른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매각했다. 화장품 논란이나 부동산 보유세 등과는 무관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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