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남매의 난’ 이어 ‘모자의 난’까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9 13: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친과 누이 등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경영권 흔들릴 수도

‘남매의 난’으로 시작된 한진그룹 가족 간 분쟁이 ‘모자의 난’으로까지 번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 언쟁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번 일로 이 고문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반기’를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남매 중 누구에게 경영 주도권이 넘어갈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현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현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 ‘선제공격’

그동안 업계에서는 한진가(家) 삼남매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그룹을 공동경영 하는 구도가 예상돼왔다. 올해 4월 미국에서 별세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남긴 유훈도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회사를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것이었고, 조 회장도 지난 11월 뉴욕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충실하기로 세 명(세 자녀)이 같이 합의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가족 간 분쟁이 본격화된 건 지난 12월23일 조 전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회장의 그룹 운영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조 회장이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조 전 부사장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상속인 간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건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을 경영에서 배제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복귀가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인사 명단에는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핵심요직이 조 회장의 측근들로 채워진 반면, 조 전 부사장의 측근들은 배제됐다. 여기에 한진그룹이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져온 호텔사업을 정리하려고 하면서 남매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 측은 조 전 부사장의 문제 제기 5시간여 만에 입장을 내놨다. 한진그룹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것이 곧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또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의 ‘반기’에 사실상 선을 그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조 회장이 12월25일 서울 평창동의 이 고문 자택을 찾아 조 전 부사장의 ‘반기’를 두고 이 고문과 언쟁을 벌인 사실도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화병 등이 깨지면서 이 고문이 경미한 상처를 입는 소동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고문 역시 아들의 독자 경영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조 전 부사장의 문제 제기에 암묵적 동의를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족 분쟁 3월 주총서 악재로 작용할 수도

한진가 가족 간 분쟁은 총수일가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조원태 회장의 연임 등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내년 3월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어서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6.52%와 6.49%로 0.03%p 차이에 불과한데다 끊임없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 온 KCGI는 지분율을 17.29%로 끌어올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조 전 부사장과 한진칼 지분 5.31%를 보유한 이 고문의 이탈은 조 회장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조 회장 입장에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이 고문‧조 전 부사장 모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가족 간 단합을 위한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미 남매 간 갈등에 더해 모자 간 갈등까지 수면 위로 표출된 만큼 불과 3개월여 남은 주총까지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비등한 상황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