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조명 밝으면 암 위험성 커진다고?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8 11:00
  • 호수 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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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의 생생건강] 아침은 밝게, 저녁은 어둡게 해야 일주기성 리듬 유지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한반도의 밤 사진을 보면 대한민국 전체가 밝은 불빛으로 빛난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우주에서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불빛이 뚜렷하다. 이러한 휘황찬란한 불빛은 번영과 경제 발전의 상징이다. 하지만 인체 건강 측면에서는 심각한 공해일 수도 있다.

인체는 일주기성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24시간 주기의 리듬을 가지고 살아간다. 밤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기상한다. 공복감을 느끼면 식사를 하며 신체활동을 한다. 시차가 크게 나는 해외출장을 가면 낮에 졸리고 밤에 잠이 안 오는 등 수면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일주기성 리듬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일주기성 리듬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낮의 햇빛과 밤의 어두움이다. 문제는 가정 내부와 건물의 불빛과 거리의 화려한 조명은 이러한 인체의 일주기성 리듬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늦은 밤에 밝은 조명에 노출될 경우 일주기성 리듬이 교란돼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비만, 당뇨병, 일부 암과 정동 장애(부적절한 정서 반응을 보이는 장애)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사협회에서는 지나치게 밝은 야간 조명이 수면시간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며 주간에 졸음과 업무능력 저하 그리고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저녁 실내 조명은 약간 어두운 게 좋아

최근에 점점 많이 사용되고 있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은 에너지 효율이 높아 매우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LED 조명은 기존 조명에 비해 인체 내에서 야간에 멜라토닌 분비를 더 많이 억제함으로써 일주기성 리듬 유지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밤늦게까지 창문을 통해 밝은 LED 조명이 새어 들어오는 집에 사는 사람은 수면장애나 비만 등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은 약 11만 명의 여성 간호사를 대상으로 야간 인공위성 사진으로 확인한 주거지 옥외 조명 정도와 유방암 발생률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야간 옥외 조명의 밝기가 상위 5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 사는 여성이 하위 5분의 1 지역의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14% 더 높았다. 또 야간 옥외 조명이 밝을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은 더 컸다. 야간의 인공조명이 일주기성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혈중농도를 떨어뜨려 일주기성 리듬을 교란함으로써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밤엔 컴퓨터·스마트폰 사용 피해야

일주기성 리듬 유지에 가장 유리한 환경은 낮에는 밝은 빛에 노출되고 저녁 무렵에는 낮은 조도의 조명을 사용하며 밤에는 스마트폰의 강렬한 청색광을 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침에 기상하면 실내 조명을 밝게 하고 낮에는 실내에만 있기보다는 외출해서 햇빛을 충분히 쬐며 저녁 시간의 실내 조명은 약간 어둡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밤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피하는 게 좋다. 옥외 야간 조명이 밝은 곳에 거주한다면 빛이 새어 들어오지 않는 암막 커튼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녁 때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해 인공 광을 쬐기보다는 책을 읽는 것이 일주기성 리듬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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