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OLED로 중국에 반격 고삐 죈다
  • 윤시지 시사저널e 기자 (sjy0724@sisajournal-e.com)
  • 승인 2020.01.09 14:00
  • 호수 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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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세에 삼성·LG디스플레이 위기…결국 기술 격차 확보만이 韓 살길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2000년대 중반 세계시장 1위에 오른 후 10여 년 만에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 과잉 우려로 증설에 주춤한 사이,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패널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에 따른 LCD 패널 가격 급락으로 관련 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반격에 나섰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OLED 공장 가동을 본격화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퀀텀닷(QD) OLED 투자에 나서고 있다.

먹구름 낀 디스플레이, 새해 볕 드나

실제로 지난해 LCD 패널 가격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적자에 시달렸다. LG디스플레이는 연간 1조원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1분기에만 56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양사 모두 지난해 3분기부터 LCD 감산과 구조조정의 홍역을 겪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형 TV 표준인 65인치 LCD 패널 가격은 160달러로 2018년 8월 245달러에서 34.6%나 하락했다. 더 작은 사이즈인 55인치의 경우 작년 11월 98달러로 1년 전 151달러에서 35.1% 떨어졌다. LCD 패널 값의 가파른 하락세는 중국 패널 제조사들의 물량 공세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주요 산업 자립화를 목표로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했다. 중국 기업들이 사업 수익성보다 외형 성장에 집중할 수 있던 이유다.

새해 시황도 어둡다. 새해에도 중국 LCD 공장 신규 가동이 예정돼 있다. 도쿄올림픽이란 호재에도 이미 가격 균형이 깨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LCD ‘업사이클’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짝수 해마다 패널 가격도 소폭이나마 반등하는 사이클이 있었는데, 중국발 물량 공세 이후 이 같은 구조가 깨진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송준호 고려대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부 교수는 “국내 LCD 감산으로 당분간 중국이 LCD 시장 입지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은 기존 LCD 기술을 활용해 OLED와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다시 한번 기술 격차를 벌리는 것뿐이다.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수익성을 회복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 이후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 O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한창이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를,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와 QD 디스플레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OLED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백라이트로 빛을 내는 LCD보다 전력 효율이 좋고 높은 화질과 명암비를 구현한다. 돌돌 말리거나 휘는 화면도 만들 수 있다. 다만 대량 양산이 안정화된 LCD에 비해 아직 패널 단가가 비싸다는 점이 문제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중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공급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월 6만 장에 이어 내년 월 9만 장 규모로 생산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OLED 점유율을 키우는 한편 패널 단가를 낮춰 LCD와 비등한 경쟁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올해 OLED TV 제조사도 17개사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수율 안정화, 감가상각에 따른 재정 부담은 감당해야 할 숙제다. 투자를 하고도 팔지 못했던 스마트폰용 OLED 매출처도 확보해야 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애플에 OLED 공급을 시작하며 매출 기반을 마련했지만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입지가 좁은 점은 부담이다.

 

사업 본궤도까지 재정 부담은 숙제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 시장에서 ‘갤럭시폴드’에 공급한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올해 확산하고 TV 패널 사업에선 8K 초고화질·초대형 등 고부가 제품으로 승부수를 건다. 이와 함께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탈출 전략으로 QD 기술을 활용한 ‘QD 디스플레이’를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3조1000억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기존 LCD 라인을 8.5세대 QD 디스플레이 라인으로 전환한다. 2021년 공장 가동을 목표로 기술 연구에 한창이다.

물론 중국도 스마트폰용 OLED를 비롯해 차세대 기술 개발에 최근 나섰다. 중국 BOE를 필두로 CSOT, 티안마, 비전옥스 등 패널 제조사들은 6세대 OLED 공장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에선 삼성디스플레이에 비해 생산능력이나 수율 측면에서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국 정부 지원금은 간과하기 어려운 변수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앞서 진행된 투자 건에 대해선 계획대로 지원해 주고 있지만 최근 들어 OLED 사업에 한해서만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LCD를 넘어 차세대 기술 개발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OLED를 기점으로 개화하고 있지만 TV 패널 시장은 배고픈 시기로 접어든 모양새”라며 “새해엔 전반적인 경기 회복과 함께 도쿄올림픽 흥행 여부에 따라 TV 시장 수요 반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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