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퇴행성 관절염과 류머티스 관절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9 08:00
  • 호수 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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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다 삶의 질 나쁜 류머티스 관절염, 증상 후 1년 이내 치료가 관건

관절이 아파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거나 통증이 한 달 정도 지속되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인지 류머티스 관절염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두 병은 초기 증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치료법은 전혀 다르다. 만일 손가락에 관절염이 있을 때 아침에 뻣뻣한 느낌이 30분 정도 지속되면 퇴행성 관절염이고, 그 이상일 때는 류머티스 관절염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미경씨(42)는 최근 친정에서 김장을 담그다 자주 손을 주무르며 통증을 호소하는 엄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그동안 이씨의 친정엄마는 가사노동이 많은 탓에 퇴행성 관절염으로만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았다. 진단 결과는 류머티스 관절염이었다.

ⓒ 서울척병원 제공
ⓒ 서울척병원 제공

퇴행성 관절염과 류머티스 관절염은 치료법 완전 달라

사람들은 흔히 ‘나이가 들어 뼈마디가 쑤시고 아프다’며 관절염을 호소한다. 관절염은 말 그대로 관절에 염증이 생긴 병이다.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 움직일 때 매우 불편해진다. 특히 추운 겨울철엔 관절의 움직임이 크게 떨어지고 근육도 수축하면서 통증이 심해진다. 관절이 아프면 일반적으로 퇴행성 관절염을 떠올린다. 실제로 관절염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게 퇴행성 관절염이다. 뼈를 둘러싸고 있는 연골이 닳아 없어지거나 찢어지는 것이 퇴행성 관절염이다. 이런 현상은 대개 수십 년 동안 서서히 진행하므로 주로 45세 이상에서 많이 발견되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다. 젊은 사람 중에서도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는데 이는 운동을 심하게 했거나 단순 작업을 무리하게 반복한 결과다.

노화 외에도 관절의 과다 사용, 가족력, 사고, 비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인은 좌식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3~4배 많이 발생한다. 관절이 작고 관절을 보호하는 근육도 약하기 때문이다. 임신, 출산,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행성 관절염이 주로 중년 이후에 생기는 병이라면 류머티스 관절염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난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면역세포가 관절을 파괴하므로 관절을 둘러싼 활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류머티스 관절염이다. 염증은 점차 주변 연골과 뼈로 퍼진다.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 생기는 병이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이 많다. 만일 자신의 관절염이 류머티스 관절염일 경우 이를 방치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관절이 구부러지고 굳는 현상(관절 구축)이 생기며 뼈가 침식돼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다. 이 때문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2011년 환자 4700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조사했더니 최상의 건강 상태를 1로 볼 때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는 0.68로 암(0.76), 뇌졸중(0.72), 고혈압(0.83)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면역세포가 관절을 파괴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 변형이 생기고 폐나 혈관에도 염증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한다.

퇴행성 관절염과 류머티스 관절염은 초기 증상이 비슷하고 눈으로 봐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언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좋을까. 관절이 자주 붓거나 통증이 반복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때다. 유빈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1개월 반(6주)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병원에 가라는 게 가이드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통증이 1개월 정도 지속되면 병원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 서울척병원 제공
ⓒ 서울척병원 제공

류머티스 관절염 방치하면 영구 장애 될 수도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 관절에 잘 생기며 그 외에는 고관절과 손가락 끝마디 등에 발생한다. 양쪽이 아니라 한쪽 무릎이나 손에만 생기는 특징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이 뻣뻣하고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는 조조강직이 생기지만 30분 이내로 풀린다. 특히 아침에 퉁퉁 붓다가 일어나서 활동하다 보면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오고 저녁에 다시 통증이 심해진다. 손가락 끝마디나 중간 마디가 찌르는 듯하게 아프거나 딱딱하게 튀어나오면 퇴행성 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주로 손 관절에서 시작하지만 무릎, 어깨, 발목 등 전신 관절에서 생기기도 한다. 조조강직이 30분 이상 이어진다면 류머티스 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손가락 끝마디처럼 비교적 작은 관절에 다발성으로 나타나는데 왼쪽과 오른쪽 관절 모두에 대칭적으로 통증이 생기는 특징을 보인다. 아픈 관절의 주변이 많이 붓고 뜨끈뜨끈한 열감이 느껴진다. 관절통 외에도 피로감, 식욕 저하, 체중 감소, 미열, 안구 건조, 입 마름 등 전신성 증상도 나타난다. 류머티스 관절염을 방치하면 수개월 이내에 관절이 파괴되기 시작하고 2~3년 안에 환자의 20~30%에서 영구 장애가 생긴다.

관절 통증으로 병원에 가면 X선 검사와 혈액검사를 받는다. 관절의 손상 정도를 확인하는 X선 검사는 간단하고 저렴하지만 초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을 때 유용하다는 한계가 있다. 초음파 검사는 초기 염증 소견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실제 관절염 진단용으로 가장 많이 이용한다.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는 관절염을 가장 정밀하게 판정할 수 있는 영상 검사지만 아직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혈액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환자의 60%에서 발견되는 항CCP항체는 류머티스 관절염이 있을 때만 발견된다. 따라서 류머티스 관절염 증상과 항CCP항체가 양성인 경우엔 류머티스 관절염 초기로 보고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 신승환 서울척병원 류마티스내과 과장은 “흔히 관절이 붓거나 욱신거리고 뻣뻣해지는 증상을 보이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자가 진단을 하거나 가벼운 찜질 등으로 대처한다. 그러나 통증과 부기가 6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영상검사와 혈액검사로 정확한 원인을 찾은 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행성 관절염은 통증 조절과 생활 관리 필요

퇴행성 관절염의 주요 치료법은 통증을 줄이는 대증요법과 항노화 치료(항산화제)다. 이와 함께 통증 조절과 생활 관리도 필요하다. 걷기나 수영 등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으로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 쪼그려 앉는 자세를 피하고 필요할 땐 찜질과 물리치료를 받는 게 좋다. 만약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서 염증을 없애거나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을 완치하는 치료법은 없다. 그래서 과거엔 수술 치료를 많이 받았다. 지금은 류머티스 관절염 수술이 크게 줄었다. 치료제 효과가 놀랄 만큼 발전했기 때문이다. 약물치료 성공률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의 핵심은 얼마나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느냐다. 증상이 생기고 1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예후가 좋기 때문에 초기에 적극적 항류머티스제 치료로 빨리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관절 변형을 막고 질병을 조절하는 데 중요하다. 이상헌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약물 치료는 면역 시스템에 작동하는 만큼 전문의가 관리해야 부작용 없이 최대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과 같은 류머티스 질환이 과거엔 불치병으로 알려졌지만 조기 발견으로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가능한 병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치과 질환 예방이 곧 류머티스 관절염 예방

퇴행성 관절염 예방을 위해선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 무리한 동작을 반복하거나 좋지 않은 자세를 취하는 생활습관은 퇴행성 관절염을 유발하므로 피해야 한다. 무리한 운동은 관절에 좋지 않지만 적당한 운동은 근육을 강화하고 관절 운동 범위를 유지하므로 관절염 예방에 필수다. 특정 음식으로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현재까지 검증된 바 없다. 집안일을 할 때 손목이 시큰거리는 증상이 지속되면 일시적으로 부목이나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반복적인 수작업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일정한 휴식을 취해 관절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류머티스 관절염엔 특별한 예방법이 없고 조기 발견이 최선이다. 치료하면서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관절이 붓거나 통증이 있을 때는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고 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관절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추위에 민감하므로 외출 시 체온을 잘 유지하는 옷을 챙긴다. 비만은 체중이 관절에 압력을 가해 무리가 생기므로 체중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유빈 교수는 “퇴행성 관절염은 걷기와 같은 운동으로 평소 관절을 단련해 두는 게 중요하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흡연, 치주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금연하고 1년에 1~2회 정기적으로 치석 제거 치료를 받는 게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관절염 치료에 건강기능식품은 도움이 될까

무릎이나 손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건강기능식품이 있다. 바닷게의 껍질 등에 있는 키토산을 주 원료로 만든 이들 제품은 통증을 줄이고 관절 연골의 손실을 막아주며 심지어 연골을 재생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는 부정적이다. 2006년 미국국립보건원은 ‘건강기능식품의 통증 완화 효과는 가짜약(플라시보)을 썼을 대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2010년 ‘(특정 성분이) 퇴행성 관절염의 예방 효과는 물론이고 통증 감소와 기능 향상에도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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