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시리즈 최종장에서 ‘고쳐 쓰기’라니요…
  •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4 14:00
  • 호수 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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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간 이어져 온 스타워즈 사가의 마침표

옛날 옛적 할리우드에 조지 루카스라는 젊은 감독이 있었다. 《청춘 낙서》(1973)로 막 재능을 인정받은 루카스의 마음속엔 오래전부터 구상해 오던 우주 프로젝트가 있었으니, 바로 《스타워즈》다. 그러나 1970년대 특수효과 기술이라는 건, 지금과 비교하면 허허벌판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우주전쟁이라는 허무맹랑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반기는 제작자도 없었다. 20세기 폭스로부터 가까스로 투자를 받기는 했지만, 폭스 역시 이 프로젝트에 대한 믿음이 강하지는 않았다. 루카스는 더 많은 제작비를 받아내기 위해 자신의 연출료 일부를 포기했다. 대신 《스타워즈》 캐릭터 라이선스 지분의 일부를 양도받았는데,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1977년 5월 극장에 걸린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에피소드4)은 놀라운 영상과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토해 내며 관객을 우주 속 세계에 가뒀다. 11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새로운 희망》은 8억 달러라는 큰돈을 벌어들였다. 극장 수익도 수익이지만 캐릭터 사업 판권으로 얻는 수익이 어마어마했다. 루카스에게 캐릭터 상품권을 내준 20세기 폭스의 뒤늦은 후회야 말해 무엇하랴.

1편 《새로운 희망》의 흥행을 바탕으로 루카스는 《제국의 역습》(1983, 에피소드5)과 《제다이의 귀환》(1983, 에피소드6)을 연달아 내놓았다. 고아로 자란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가 은하 제국 반란군에 맞서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오리지널 3부작’은 SF영화 역사만이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SF 장르가 B급에서 A급 장르로 도약했고, ‘머천다이징’(상품화)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영화산업에 이식됐다. 무엇보다 《스타워즈》는 미국에서 단순한 영화를 넘어, 대중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옛날 옛적 먼 은하계에선(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이라는 자막만 봐도 심박수가 빨라지고 피가 뜨거워지는 관객이 극장가에 속출했다.

다스베이더의 손자이자 레아 공주와 한 솔로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카일로 렌(애덤 드라이버)
다스베이더의 손자이자 레아 공주와 한 솔로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카일로 렌(애덤 드라이버)

신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16년 후, 루카스는 끝났다고 생각했던 《스타워즈》 시리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에 돌입했다. 오리지널 3부작의 이전 이야기, 즉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가 다스베이더로 변하는 과정을 그린 ‘프리퀄 3부작’(《보이지 않는 위험》(1999, 에피소드1), 《클론의 습격》(2002, 에피소드2), 《시스의 복수》(2005, 에피소드3))이 관객을 만났다. 아나킨과 루크 부자의 꼬일 대로 꼬인 가족사를 그린 ‘스카이워커 사가(Skywalker Saga)’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았다. 2012년 루카스의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디즈니가 《스타워즈》의 시퀄(속편) 3부작 제작을 선언한 것이다.

시퀄 3부작의 첫 번째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 에피소드7)를 짊어진 건, 거대 떡밥 투척자로 유명한 JJ 에이브럼스였다. 많은 할리우드 키즈들이 그랬듯 스타워즈의 문화를 흡수하며 자란 에이브럼스는 오리지널 팬들이 바라는 걸 놓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 《깨어난 포스》는 오리지널 3부작에 바치는 헌사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노년이 된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 한 솔로(해리슨 포드), 레아 공주(캐리 피셔) 등 《스타워즈》의 전설들이 등장할 때마다 오리지널 팬들은 추억에 젖었다.

《깨어난 포스》는 서사 역시 시리즈 1편인 《새로운 희망》과 평행우주를 이루는 면이 있었다. 고아로 자랐지만, 자신 안에 흐르는 포스의 힘을 직감한 레이(데이지 리들리)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또 다른 버전이었다. 루크가 동지들을 만나 우주를 탐험했듯, 레이 역시 모험의 길에서 인연을 맺은 핀(존 보예가), 포(오스카 아이작) 등과 협력했다. “아임 유어 파더”라는 영화사적 대사를 남긴 다스베이더의 흔적은, 다스베이더의 손자이자 레아 공주와 한 솔로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카일로 렌(애덤 드라이버)이 이어받았다.

그리고 2017년 가히 문제적인, 스타워즈 팬덤에 균열을 가져온 라이언 존슨 감독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피소드8)가 당도했다. 오리지널 세계관에 나름 충실했던 에이브럼스와 달리, 라이언 존스의 연출은 대범했다. 그 중심에 ‘포스’가 있다. 스타워즈 사가에서 포스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스카이워커 가문의 인장과도 같았다. 그래서였다. 팬들이 출생의 비밀을 지닌 레이가 루크 스카이워커의 숨겨진 딸이거나, 카일로 렌의 남매일 것이라 강하게 추측한 것은.

그러나 라이언 존슨이 그린 레이는 평범한 인간의 딸, 즉 ‘흙수저’였다. 팬들은 혼란스러워했고, 그 과정에서 팬덤이 충돌했다. 라이언 존슨이 제다이 중심의 기존 《스타워즈》 세계관을 완전히 부정해 버렸다는 비판과 포스의 민주화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췄다는 옹호론이 맞섰다. 여기에 《라스트 제다이》가 품은 영화적 재미에 대한 호오와 PC(정치적 올바름) 강화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가세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부실한 개연성이 추억 놀이 저해

자, 이제 42년간 이어져 온 스타워즈 사가의 마침표를 찍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피소드9)를 이야기해 보자. 당초 이 시리즈를 연출하기로 한 콜린 트로보로 감독의 중도 하차로 메가폰은 《깨어난 포스》의 에이브럼스에게 다시 넘어갔다. 쉽지 않은 미션이었을 것이다. 팬덤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기존 시리즈와의 연결이 자연스러워야 하고, 이 와중에 영화 밖 세상의 변화도 살펴야 했을 테니 말이다. 그 한가운데에서 에이브럼스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래 문장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 에이브럼스는 《라스트 제다이》가 시도했던 설정들 일부를 뒤집어 버린다. 시퀄 2편에서 활약을 펼친 로즈 티코(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켈리 마리 트란)의 분량이 의아할 정도로 크게 축소됐고, 레아의 출생의 비밀이 다시금 수정됐다. 이 선택에 만족할 관객들의 의견도 존중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시퀄 전체의 개연성과 통일성을 적잖게 흔들어 버리는 거 아닌가.

무엇보다 설정을 다시 고쳐 쓰느라, 서사에 여러 구멍이 생긴 게 치명적이다. 오리지널 3부작도 엄밀히 말해 막장 스토리이긴 하나 그래도 그것엔 나름의 품격이 있었고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정확했다. 그러나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영화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민한 흔적이 너무 많다.

결과적으로 서사가 오락가락하면서, 나쁜 의미의 ‘막장’만이 극 전반에 스며들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없는 건 아니나, 부실한 개연성이 추억 놀이를 저해한다. 이것이 영화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시리즈물의 마지막 기록이라니. 스타워즈 사가를 떠나보내며 “May the Force be with you(포스가 함께하길)”만을 외치고 싶었는데, 탄식도 딸려 나오니, 여러모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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