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통합’은 전광훈·유승민 중 어디로 더 향해 있을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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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크든 작든 통합 이룰 것”
구체적인 통합 밑그림은 여전히 모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통과 과정에서 완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타개책으로 보수 대통합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월1일일 새해 첫 과제로 대통합을 제시하며 보수진영 내 통합의 불씨를 다시 지폈으나, 구체적인 통합의 밑그림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해석이 분분하다. 또한 황 대표가 통합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통합의 주요 대상인 유승민 의원 등 새로운보수당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전광훈 목사 등 이른바 태극기세력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여, 향후 통합 논의 과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새해 국민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새해 국민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유승민은 ‘유 아무개’ 전광훈은 ‘아이디어 많은 분’

지난 1일 황교안 대표는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통합을 위해) 이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통합이 정의고, 분열은 불의다. 크든 작든 통합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황 대표는 보수 통합과 관련해 “어떠한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면서 “불신과 의심을 버리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합의 시점은 늦어도 1월 안에는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 계획에 대한 질문에 황 대표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유승민 의원을 '유 아무개'라고 지칭하고, “특정 정당이나 단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상 새보수당과의 통합에 적극적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황 대표는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선 "아이디어가 많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주 강한 분"이라며 연일 추켜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당 공천관리위원장 인사와 관련해 말하면서도 "그 목사(전광훈 목사)도 있고, 내 친구 K(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를 지칭)도 있다"고 하는 등 남다른 신뢰를 내비쳤다. 그 때문에 황 대표가 "크든 작든 통합은 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황 대표가 유 의원 중심의 새보수당이 아닌 전 목사 등 극우 보수세력에 좀 더 치중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지난 12월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준비위원회 비전회의에 참석해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지난 12월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준비위원회 비전회의에 참석해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유승민, ‘보수 재건 3원칙’ 재차 강조

유승민 의원도 같은 날 '통합'을 언급했다. 유 의원은 새보수당 신년하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늦어도 2월 초까지는 중도보수 세력이 힘을 합쳐 통합이든 연대든 총선에서 이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당이 통합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저는 보수재건 3원칙을 일찌감치 여러 번 말했다. 3원칙에 한국당이 동참하겠다면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다"며 통합의 조건을 재차 언급했다.

이처럼 황 대표는 태극기세력 등을 포함한 '대통합'에 방점을 찍은 동시에 전 목사 등 극우 성향의 태극기세력과의 가까운 거리감을 내비치고 있는 반면 유 의원은 오로지 중도보수 통합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통합의 범위와 방향에 대한 황 대표와 유 의원 간의 이견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4개월여 남은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 과정에 상당한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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