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센트럴파크호텔, 반쪽 운영…“인천도시공사 임원 탓”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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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정식 준공허가 없이 임시사용승인 상태…레지던스호텔 82% 시공 중 공사중단
고위 임원 ‘표적 정치감사·갈취 시도’ 의혹 제기…시공업체 450억원 유치권 행사 돌입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복판에 황금빛의 번듯한 호텔이 들어서 있다. 한쪽은 센트럴파크관광호텔이고 한쪽은 레지던스호텔이다. 엄밀히 따지면 한 필지에 들어선 한 건물이다.  

이중 센트럴파크관광호텔은 정상적으로 영업 중이다. 하지만, 레지던스호텔은 속 빈 강정이다. 내부공사가 멈춰선지 오래다. 레지던스호텔의 외벽 부분만 황금색 커튼월(칸막이 구실의 바깥벽)로 그럴싸하게 포장해 놓은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센트럴파크호텔은 임시사용승인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레지던스호텔 공사가 완료돼야 정식으로 준공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내막은 2014년 7월18일부터 빚어진 인천도시공사와 민간 시행사의 갈등 때문이다. 레지던스호텔 부지 매매 과정과 공사비를 놓고 이견이 팽팽하다. 이런 갈등은 인천도시공사의 고위 임원을 지낸 A씨의 ‘갑질’로부터 비롯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인천도시공사 내부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A씨가 인천도시공사의 고위 임원을 지내면서 행정력을 동원해 민간 시행사가 시공하고 있던 레지던스호텔을 빼앗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송도국제도시 E-4블록에 들어서 있는 센트럴파크관광호텔(왼쪽)과 레지던스호텔 전경. ⓒ이정용 기자
송도국제도시 E-4블록에 들어서 있는 센트럴파크관광호텔(왼쪽)과 레지던스호텔 전경. ⓒ이정용 기자

인천도시공사, 480억원 헛발질 후 민간 사업자에 손 벌려 

인천도시공사는 2008년 11월에 약 480억원을 들여 E-4호텔 부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E-4호텔은 관광호텔과 레지던스호텔로 시공되고 있었지만, 공정률은 약 20%에 불과했다. 인천도시공사가 거액을 들여 짓다가 만 호텔과 부지를 사들인 것이다.

여기에는 인천시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천시는 E-4호텔을 완공해 세계도시축전 행사의 숙박시설로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천도시공사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직접 시공이 어려워져 흐지부지 됐다. 사실상 인천도시공사가 헛발질을 한 셈이다.

인천도시공사는 2010년 4월에 행정안전부로부터 지방공기업 선진화와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개선명령을 받았다. 당시 인천도시공사의 총 부채는 7조9271억원에 달했다. 이에 인천도시공사는 2012년까지 E-4호텔을 매각하기 위해 5차례 입찰공고를 냈다. 재정부담 때문에 E-4호텔을 준공하기도 어려웠고, 사업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모두 유찰됐다.

인천도시공사는 2012년 12월에 E-4호텔을 민간 사업자 제안공모방식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2014년 9월에 인천에서 개최되는 제17회 아시아경기대회의 본부호텔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민간 사업자가 아시아경기대회 이전에 E-4호텔을 준공하면, 최장 10년간 관광호텔을 임·전대한 후 우선매수권을 갖도록 했다. 또 민간 사업자가 레지던스호텔을 178억4200만원에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자금을 한 푼도 안들이고 흉물로 방치되던 E-4호텔을 준공해 아시아경기대회 본부호텔로 사용한 후 매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이런 과정을 거쳐 2013년 3월11일에 시행사인 ㈜미래금 등과 ‘관광호텔 임대(전대) 및 우선매수권에 대한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미래금 등이 관광호텔 건설에 802억원을 투입하고, 5년간 책임운영한 뒤 우선매수권을 갖는다는 게 주요 골자다.

또 인천도시공사는 ㈜미래금으로부터 레지던스호텔 매매 계약금 명목으로 약 17억원을 납부 받았다. 이는 인천도시공사가 480억원을 들여 뼈대만 있는 호텔을 사들였다는 비난을 한 방에 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송도국제도시 E-4블록에 들어서 있는 레지던스호텔의 공사가 중단된 채 1층 출입구가 굳게 닫혀있다. ⓒ이정용 기자
송도국제도시 E-4블록에 들어서 있는 레지던스호텔의 공사가 중단된 채 1층 출입구가 굳게 닫혀있다. ⓒ이정용 기자

관광호텔 준공되자마자 돌아선 인천도시공사

㈜미래금 등에 따르면, 인천도시공사는 관광호텔을 아시아경기대회 본부호텔로 사용하기 위해 객실을 300개로 만들 것을 요청했다. 이에 ㈜미래금은 45억7000만원을 들여 레지던스호텔의 2개 층(2653.94㎡)을 줄이는 대신 관광호텔의 1개 층(2654.94㎡)을 증축했다. 이 때문에 관광호텔 준공은 2014년 6월30일에서 3개월 정도 늦어졌다.  

㈜미래금의 입장에서 보면, 매매 계약금을 지불한 레지던스호텔의 면적을 줄이는 대신에 책임전대계약 대상인 관광호텔의 면적을 넓혀준 셈이다. 당시 인천도시공사의 상임감사였던 유동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계양을)과 인천도시공사 실무자들은 ㈜미래금 측에 관광호텔 증축 공사비를 지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하지만, 2014년 7월18일부터 인천도시공사와 ㈜미래금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날 인천도시공사는 ㈜미래금에 ‘관광호텔 증축에 들어간 추가 공사비 45억7000만원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는 유동수 국회의원이 인천도시공사 상임감사시절에 인천도시도시공사 직원들과 함께 ㈜미래금에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이런 내용을 못 박아두기 위해 2014년 11월6일 ‘관광호텔의 면적 증가는 오로지 ㈜미래금 등의 책임이므로 추가 공사비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합의 및 확약서를 작성했다.

당시 ㈜미래금은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관광호텔 공사 하도급업체에게 4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한데다, 인천도시공사로부터 관광호텔 책임전대차 확약 담보금(50억원) 납부를 독촉 받고 있었다. ㈜미래금 대표이사는 인천도시공사에 10억원짜리 신한은행 지급 보증서로 제출하고,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B호텔에 40억원짜리 근저당권을 설정해 줬다.

앞서 인천도시공사는 또 책임전대차 확약 담보금 40억원을 현금이나 보증서로 제출하지 못했다면서 ㈜미래금에 2014년 5월30일까지 위약벌로 3억2000만원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A씨가 인천도시공사 임원으로 취임하면서 ㈜미래금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다. 인천도시공사는 2014년 11월에 관광호텔 준공지연에 따른 위약금 명목으로 B호텔에 대한 근저당권을 실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어 E-4호텔 개발사업 종결합의 및 확약서에 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관광호텔 증축에 들어간 비용 지급을 거절하면서 레지던스호텔의 건축주 명의를 반납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미래금은 관광호텔 증축 공사비 45억7000만원을 꼼짝없이 떠안으면서, B호텔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는 조건으로 인천도시공사가 제시한 합의 및 확약서에 서명했다. 

이 합의 및 확약서는 2017년 1월17일 인천도시공사가 ㈜미래금을 상대로 낸 레지던스호텔 건축주명의변경절차이행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미래금이 매매 계약금을 납부해 놓고, 약 450억원을 들여 무려 82%나 공사를 진행한 레지던스호텔의 건축주 명의를 인천도시공사가 가져간 것이다.

이날부터 ㈜미래금은 흉물로 방치됐던 E-4호텔 개발사업에 거액을 투자해 놓고도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미래금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거액을 투자했는데, 이토록 잔인하게 토사구팽 당할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인천도시공사 전경. ⓒ인천도시공사
인천도시공사 전경. ⓒ인천도시공사

수상한 인천도시공사 종합감사…레지던스호텔 ‘갈취’ 시도 의혹

㈜미래금에 대한 인천도시공사의 압박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다. 인천시는 2015년 5월11일 인천도시공사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면서 E-4호텔 개발사업도 도마에 올려놓았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인천도시공사는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E-4호텔을 매각하지 못하면서 아시아경기대회 본부호텔로 사용하기 위해 불합리한 사업구조로 그릇된 사업협약에 근거해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평가됐다.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는 무려 86쪽에 달했다.

하지만, 인천도시공사 내부에서는 당시 인천시의 종합감사에 대해 ‘표적 정치감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감기관이던 인천도시공사의 임원 A씨가 ㈜미래금의 재무제표를 토대로 회계감사를 실시해 공사비의 회계처리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문건을 작성해 인천시 감사관실에 넘겨줬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래금의 회계장부를 열람해서 자금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게 인천도시공사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당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이었던 유동수 전 인천도시공사 상임감사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는 ‘관광호텔의 공사비 적정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회계법인의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이런 진행이 어려울 경우엔 국세청 조사 및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미래금은 시간이 갈수록 인천도시공사의 트집이 강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서의 특약사항에 ‘(레지던스호텔) 신탁개발’이 명시돼 있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토지가 한 필지인데다 분할이 불가능하고, 이미 관광호텔과 레지던스호텔이 한 건물로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미래금은 수차례에 걸쳐 이런 내용을 인천도시공사에 알리고, 처분신탁 등의 별도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인천도시공사는 ‘매매계약서 등 관련서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검토를 거부했다.

결국 ㈜미래금은 2018년 1월2일에 인천도시공사로부터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 해제 통보를 받았다. 이에 약 450억원의 공사비를 받지 못한 대야산업개발㈜은 이날부터 레지던스호텔에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럴 경우 레지던스호텔은 다시 슬럼화 돼 다시 흉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인천시와 인천시민들의 손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흉물을 없애려고 민간개발사업을 진행했는데, 인천도시공사가 다시 흉물을 만드는 행정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을 해지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게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매매계약을 해지하면서 발생한 유치권 행사를 해소하지 못하면 레지던스호텔은 영영 못 짓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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