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한국영화 첫 영예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20.01.0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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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와 함께 미국 양대 영화상 중 하나…할리우드 영화계 높은 장벽 넘은 기념비적 쾌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골든글로브상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또 한번 우리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일로 평가받는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1월5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선정해 발표했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상과 더불어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한국의 콘텐츠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며, 후보 지명 자체도 최초였다.

《기생충》은 최우수 외국어영화상(베스트 모션픽처-포린 랭귀지) 부문에서 스페인 출신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를 비롯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프랑스)》, 《더 페어웰(중국계·미국)》, 《레미제라블(프랑스)》 등 쟁쟁한 작품들과 경합을 벌여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5월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5월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봉준호 감독은 수상 직후 발표한 소감에서 "놀라운 일입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나는 외국어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어서, 통역이 여기 함께 있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자막의 장벽, 장벽도 아니죠.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어 "오늘 함께 후보에 오른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리고 멋진 세계 영화 감독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를 수 있어서 그 자체가 이미 영광입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는 영화입니다(I think we use only one language, Cinema)"라고 벅찬 감회를 털어놓았다.

《기생충》의 골든글로브상 수상은 칸 영화제 작품상인 '황금종려상' 수상 쾌거에 이어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계의 높은 벽을 넘은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기생충》의 골든글로브상 수상으로 오는 2월9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상(오스카) 시상식에서도 수상 가능성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예비후보로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주제가상 두 부문 후보에 올라 있으며 최종 후보작은 오는 1월13일에 발표된다. 《기생충》은 각본·감독상은 물론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 후보로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물론 골든글로브상이 아카데미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들이 선정하는 상이고, 아카데미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이 선정하는 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상을 선정하는 투표인단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속단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아카데미 회원들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영화인 90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감독, 배우, 제작인 등 다양하다.

하지만 최근 기생충이 미국 각 지역에서 영화인들이 주는 상을 휩쓸고 무엇보다 감독조합상과 할리우드 배우들이 주는 미국배우조합에서 《기생충》을 수상작으로 꼽으며 아카데미 수상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아쉽게도 기대를 모았던 각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각본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를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돌아갔다. 각본상 후보로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와 《기생충》,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두 교황》이 경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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