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구‧수자원공사, ‘블랙아이스 교통사고’ 책임공방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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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대교서 빙판길 추돌사고 발생…계양구 “수자원공사, 자동염수분사장치 가동 안 해”
수자원공사 “도로 관리책임 지자체 몫, 영상권 날씨”…4년째 장치 관리·운영권 ‘떠넘기기’

인천 계양구와 한국수자원공사 인천김포권지사(수자원공사)가 최근 계양대교에서 발생한 빙판길 교통사고를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계양구는 도로결빙이 예상되는데도 수자원공사 측이 자동염수분사장치를 제 때에 가동하지 않아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자원공사는 지방자치단체가 도로에 대한 관리책임이 있고, 자동염수분사장치를 가동하지 않은 것이 교통사고의 원인은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이들은 자동염수분사장치의 관리·운영권을 놓고 4년째 떠넘기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인천김포권지사 전경. ⓒ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인천김포권지사 전경. ⓒ수자원공사

빙판길 계양대교, 자동염수분사장치·제설차량 가동 안 해

2019년 12월21일 오후 7시36분쯤 계양대교를 타고 계양구 장기동 방향으로 달리던 1톤짜리 화물차량이 앞서 달리던 승용차의 뒤 범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관할 지구대 경찰관들과 소방대원들이 출동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시 화물차량을 운전자는 경찰에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량이 도로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앞 차량과 충돌했다”고 말했다.

수도권기상청 인천기상대에 따르면, 이날 계양대교 일대의 기온은 영상2도였지만,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에 눈과 비가 섞인 진눈깨비가 내렸다. 하지만, 오후 늦게 기온이 내려가면서 도로에 있던 물기가 얼어붙어 블랙아이스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날 계양대교에 설치된 284개의 자동염수분사장치는 단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설차량도 운행되지 않았다.  

자동염수분사장치는 현장 CCTV 모니터링 원격제어 시스템을 통해 도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컴퓨터로 염화칼슘과 물을 섞어놓은 염수를 살포하는 장비다. 갑작스러운 강설에도 빠른 초동 대처가 가능해 겨울철 제설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계양경찰서는 이날 오후 9시쯤 수자원공사와 계양구에 도로 결빙 예방업무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계양구는 오후 11시쯤 계양대교에 제설차량을 동원해 염화칼슘을 뿌렸다. 사고가 터진 후 늑장대응을 한 셈이다.

계양구는 “수자원공사가 자동염수분사장치를 가동하지 않아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며 “제때에 자동염수분사장치를 가동해 도로의 결빙을 예방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수자원공사 측에 발송했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계양대교의 도로 관리책임과 설해대책은 계양구의 업무”라며 “사고당일 날씨는 영상이었고, 자동염수분사장치를 가동하지 않은 게 사고의 원인은 아니다”는 취지의 반박 공문을 계양구에 보냈다.

인천시 계양구청 전경. ⓒ계양구
인천시 계양구청 전경. ⓒ계양구

수자원공사·계양구, 자동염수분사장치 이관 ‘입장차’

앞서 수자원공사는 2018년 11월22일에 인천시와 계양구, 서구에 ‘시천교 및 계양대교 자동염수분사장치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계양대교와 시천교에 설치된 자동염수분사장치를 계양구와 서구가 인수하고, 상위기관인 인천시가 조율해달라는 게 주요 골자다. 

인천시는 2016년 8월에 계양대교와 시천교를 준공한 수자원공사로부터 도로관리권을 넘겨받았다. 행정구역상 계양대교는 계양구, 시천교는 서구에 속한다.

계양대교와 시천교에 속한 공공시설물은 계양구와 서구가 관리하도록 돼 있다. 현행법 상 수자원공사가 설치한 공공시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된다.

하지만, 계양구와 서구는 수자원공사 측이 계양대교와 시천교 내 보완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동염수분사장치의 관리·운영권을 넘겨받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이들 지자체의 보완 요구사항을 이미 반영해 놓았지만, 계양구와 서구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자동염수분사장치 관리·운영권 인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바람에 수자원공사는 도로관리권을 인천시에 넘긴 후 현재까지 4년째 자동염수분사장치를 관리‧운영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들 지자체에서 요구한 보완사항 중 기술적으로 반영이 어려운 것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이미 2017년에 완료했다”며 “겨울철 마다 수자원공사가 자동염수분사장치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에 계양구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설해대책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계양구 관계자는 “수자원공사가 계양구의 보완 요구사항을 반영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려왔다”며 “보완된 부분에 대해 검증과 비용문제도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수자원공사와 서구 간의 협의는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조만간 수자원공사와 계양구간 협의도 진행돼 원만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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