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출장길 오른 이광재 인터뷰 “MS·아마존·애플 등 참관 예정”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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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직전 기자와 만나 “경제가 가장 중요, 이를 뒷받침할 교육 시스템에 관심 많다”
“정치 활동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여시재 측 “사면 발표 두 달여 전부터 계획된 출장”

지난해 12월31일 깜짝 사면된 이광재 여시재 원장(전 강원지사)이 1월6일 약 3주간의 해외 출장길에 나섰다. 미국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 4개국을 돌고 설 연휴 직전 귀국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글로벌 기업 아마존·애플을 참관하고 싱가포르 난양공대 등 세계적인 대학도 두루 살필 것으로 확인됐다. 사면 발표 후 쏟아지는 관심을 피해 급히 출국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 여시재 측은 "지난해 가을부터 기획돼 10월경부터 일정을 조율했던 출장"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여시재 사무실에서 공항으로 출발하려던 이광재 원장을 만났다. 이 원장은 총선 출마 등 정치적인 질문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 대신 여시재 측은 "사면이 갑작스러웠을 뿐 아니라 아직 일주일밖에 안 됐기 때문에 이후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구상한 바 없다. 언론 인터뷰 등의 본격적인 일정은 귀국 후 2월 초부터 소화할 예정"이라고 대신 밝혔다. 여시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면이 된다' '안 된다' 얘기가 많았잖나. 우리도 그 정도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이번 사면이) 여시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또 활동 범위도 더 넓어질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 ⓒ뉴스뱅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뉴스뱅크

"첫째도 둘째도 경제가 중요"

이 원장은 정치적인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한 반면, 지난 몇 년간 관심을 쏟아 온 '미래 산업' '미래 도시' 연구와 관련해선 기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아낌없이 설명했다. 그는 "결국 오늘날 가장 중요한 건 첫째도 둘째도 경제인데, 이를 위해선 현재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게 우선"이라며 "기업과 대학이 긴밀하게 연계돼 미래 산업을 만들어내는 일에 고민이 많다. 이번 출장도 이에 대한 답을 얻고자 진행됐다"고 밝혔다.

긴 출장을 통해 무엇을 보고 오고 싶은가.

“미래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미래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단연 기업이 가장 중요하고, 이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특허나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 특허와 기술을 만들어내는 건 결국 대학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졸업생이 만든 휼렛패커드(실리콘밸리의 모태)가 대표적이다. 150만 명이 3조 달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5000만 명이 겨우 1조5000억 달러 만들고 있지 않나. 굉장한 거다. 미국을 찾아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애플사를 참관할 예정이다. 기대된다”.

미국 외에 다른 나라도 방문하는 걸로 들었다.

”3개국을 더 들를 예정이다. 싱가포르를 찾아 난양공대가 어떻게 세계 9위 대학까지 갔을지, 이를 통해 싱가포르 산업이 어떻게 발달하게 됐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지금 벤처 붐이 한창이다. 총리실 산하 수석과학관실에서 기획을 했고 세계적인 R&D 센터들을 활발하게 유치하고 있다. 그 비결이 뭔지도 궁금하다. 네덜란드 역시 인구가 3만6천 명인데 식품으로만 한해 70조 원을 벌어들인다. 그 힘은 어디서 오는지도 알고 싶다“.
 

”우리 교육, 시대 흐름보다 한참 후진적“

우리 교육이 시대의 흐름보다 훨씬 더디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더딘 정도가 아니라 한참 후진적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미래 산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교육에서 기술이든 지식이 나와야 산업이 생기는 것 아닌가. 일례로 전 세계 커피는 과테말라, 에디오피아 등에서 나지만 결국 콜드브루 등 기술을 만들어 산업을 발전시키는 곳은 미국이고 그 기계를 만드는 곳은 독일이다. 결국 기술인데 이를 위해 우린 교육혁신이 필수적이다. 미국이 이만큼 발전한 것도 결국 세계적인 대학이 있어서다“.

교육과 사회가 분리돼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 보면 대부분 대학 전공하고 본인 직장이 아무 상관 없다. 회사 가서 새로 공부를 해야 한다. 학교 다닐 때부터 적성에 맞고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부를 하게 해야 이런 미스매칭이 적어지지 않겠나. 자율학기제를 하면 뭐하나. 부모도 쓰러지고 애들도 쓰러지는 일이다. 직업교육을 한다며 잡월드 가서 소방관 체험 하루 해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송파에 있는 학생들이 그 주변에 있는 ‘배달의민족’ 회사에도 가 보고, 대학도 기업도 좀 더 열려 있을 수 있도록 지역·기업·대학이 보다 협력할 필요가 있다“.

교육에 이렇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시골 출신이기 때문에 종종 ‘오늘날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를 돌아본다. 결국 교육이더라. 교육의 기회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좀 생각하다가 ‘결국 국력은 경제력인데, 이 경제력은 결국 어디서 나오는가’로 생각이 뻗치게 됐다. 다름 아닌 기술력에서 나오더라. 그 기술력은 곧 교육에서 나오기 때문에 결국 우리 미래 경제를 위해선 교육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젠 기업이 학교를 키워야 한다. 정부 혼자 학교를 키워선 안 된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세계적인 학교를 키운다“.

우리 기업들이 이 부분에 그동안 소홀하지 않았나.

”과거에는 정부가 키워준 인재를 그냥 데려다 썼다. 삼성전자가 오늘까지 오게 된 건 카이스트 등에서 나온 전문인력들을 60% 이상 데려갔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내에선 삼성과 성균관대학교 모델이 성공사례인데, 물론 찬반양론이 있지만 대학이 성장했고 기업과 시너지를 낸 부분도 분명하니까. 우리가 이 사례를 좀 더 연구해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기업이 앞장서서 세계적인 학자들을 영입해 연구소를 만들어주면, 그 밑에서 배우고 싶어하는 인재들이 자연히 몰릴 것이다. 이런 투자도 필요하다“.

정치적인 질문하면 답변 안 해줄 건가.

“당연하다(웃음). 정치 활동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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